고양시 본예산이 20일 고양시의회에서 진통 끝에 통과됨으로써 준예산 체제는 종식됐다. 사진은 엄성은 의원(국민의힘)이 예결위원장직 사퇴의사를 밝힌 후 새롭게 예결위원장이 된 공소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예결위 예산심사보고를 하고 있다.
고양시 본예산이 20일 고양시의회에서 진통 끝에 통과됨으로써 준예산 체제는 종식됐다. 사진은 엄성은 의원(국민의힘)이 예결위원장직 사퇴의사를 밝힌 후 새롭게 예결위원장이 된 공소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예결위 예산심사보고를 하고 있다.

 

[고양신문] 올해 고양시 본예산이 전례 없는 진통 끝에 통과됐다. 당초 이동환 고양시장과 고양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의 갈등으로 올해 고양시 본예산의 통과가 매우 불투명했기 때문에 준예산 체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고양시의회 회기 연장, 예결위원장의 사퇴,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의 계수조정안 통과 등 여러 고비를 거듭한 끝에 올해 고양시 본예산이 20일 고양시의회에서 통과가 이뤄졌다.    

독단적 예산편성안에 민주당은 맞불
예결위 의석 수 우위, 업무추진비 90% 삭감  

올해 본예산 규모는 작년에 비해 2.37% 감액된 2조9963억원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이 예산은 이동환 고양시장도, 더불어민주당도 모두 불만족스러운 ‘반쪽짜리’ 예산이 되어 버렸다. 예산 편성권을 가진 이동환 고양시장과 집행부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의 없이 전임시장 때 주력예산을 대거 삭감한 채 고양시의회에 넘겼다. 특히 주민자치회운영지원, 자치공동체지원센터 지원, 대안교육기관 지원, 소상공인 시설개선지원, 지방육아종합지원센터 운영, 고양페이 할인비용 등의 예산을 상당부분 삭감했다. 대학생 본인부담 등록금, 아동보호사 호봉제 도입, 남북협력 및 평화인권증진사업 예산은 아예 편성하지 않았다.

이처럼 애초 상당부분 삭감된 채 편성된 올해 고양시예산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증액예산을 요구했지만 이동환 고양시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이동환 시장의 자세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시장은 의회는 물론 집행부 공직사회 내에서도 독선과 불통의 시정을 펼치고 있다”고 말한다. 

이동환 시장과 집행부가 시의회에 넘긴 예산편성안이 ‘독단적’이라고 판단한 민주당은 예결위의 의석수 우위라는 이점을 십분 활용했다. 예결위원장은 당초 국민의힘 소속 엄성은 의원이었지만, 예결위원 11명 중 6명은 민주당, 5명은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예결위 의석수에서 한 석 우위의 힘은 이동환 시장의 주력 예산 삼감과 업무추진비 삭감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전액 삭감된 ‘고양시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 경기도 사전협의안(설립계획) 수립용역’ 등은 이 시장의 핵심공약과 관련된 예산이었다. 고양시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은 경제자유구역 후보지로 선정된 JDS지구 약 800만평에 대한 계획을 새롭게 세우기 위한 용역이었다. 

특히 민주당은 집행부가 요구했던 각 부서별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는 약 90% 삭감이라는 전례 없던 ‘초강수’로 이동환 시장과 시 집행부를 압박했다. 업무추진비 예산은 업무추진을 위한 회의·간담회 개최와 유관기관 협조를 위한 식대비, 주류비, 그리고 현장부서 근무자 격려 등에 사용되는 예산이다. 

하지만 올해 고양시 예산안 중에 가장 논란이 일었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을 대비한 ‘고양시 광역철도 개선을 위한 사전타당성 용역’ 예산 3억5000만원은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해당상임위인 건교위에서는 통과됐지만 예결위에서 표결 끝에 전액삭감 되는 것이 유력했다. 하지만 막판에 민주당 의원들도 ‘이 예산은 살리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면서 이 예산은 살아났다. 이 예산은 신분당선 일산 연장, 9호선 대곡 연장, 3호선 급행도입 등 이동환 시장의 교통공약이 실현가능한지 여부를 타진해보는 성격의 용역이다. 

 

엄성원 의원, 예결위원장 사퇴 의사
공소자 예결위원장 체제로 예산심사 매듭 

올해 고양시 예산을 실질적으로 결정짓는 예결위에서의 대다수 주요 예산이 표결에 의해 이뤄짐으로써 예산심의가 전반적으로 이동환 시장의 의도대로 흐르지 않자 이 시장의 최측근인 엄성은 의원이 예결위원장직을 사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 17일 예결위원장이던 엄성은 의원·국민의힘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은 자정을 넘겨 18일 새벽 3시 이후까지 이견을 보여 예산심의 마지막 절차인 계수조정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고양시의회는 당초 회기 마지막 날인 18일 본회의에서 20일까지 2일 더 회기를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19일 예산심의에서도 엄성은 의원·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예결위원장이던 엄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예결위원 4명과 함께 예결위 예산심의장을 이날 오후 5시 직전 나가버렸다. 남은 민주당 소속 예결위원 6명은 엄 의원의 행태를 성토하며 하염없이 3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이날 8시 45분경 예산심의장에 다시 나타난 엄 위원은 “이 모든 책임은 최소한의 협상도 거부한 채 수적 우위를 앞세운 민주당의 폭력적 행태에 있다”며 사퇴의사를 밝히며 “부위원장에게 사회권을 넘긴다”고 말한 후 오후 9시경 다시 나가버렸다. 

19일 예결위에서 엄성은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예결위원 4명이 예결위 예산심의장을 이탈하자 민주당 의원들만 남아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19일 예결위에서 엄성은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예결위원 4명이 예결위 예산심의장을 이탈하자 민주당 의원들만 남아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날인 20일에 다시 열린 예결위에서 엄성은 의원·국민의힘이 나타나지 않자 민주당 단독으로 엄성은 의원의 사퇴 안건을 의결하고 예결위 부위워장이던 민주당 소속 공소자 의원을 새 예결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공소자 의원을 예결위원장 체제에서 박현우, 원종범 국민의힘 의원들과 6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협의하에 계수조정을 마무리하고 예결위 심의 결과를 본회의에 넘겼다. 

20일 저녁 7시30분에 열린 본회의에서는 예결위로부터 받은 올해 고양시 본예산이 고양시 의회에 통과하기에 이르렀다. 고양시의회가 국민의힘 17석, 민주당 17석으로 동석이기 때문에  예결위에서 올라온 예산안을 국민의힘이 거부하거나 수정예산안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시청사 백석동 이전 문제 등으로 이동환 시장에게 등을 돌린 의원들이 있어 수정예산안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올해 고양시 본예산이 고양시의회를 통과한 직후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각 입장문을 냈다. 국민의 힘은 입장문을 통해 “주요 신규 사업과 업무추진비 등 대부분의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예결위 과반의 민주당 의원들은 오직 민주당 측에서 집행부와의 협상을 위한 요구안이 관철될 수 있도록 막무가내로 예산을 삭감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유치추진, 중소기업 활성화 관련 업무추진, 기업지원 및 지역경제 활성화 업무추진, 일자리 창출 업무추진, 투자유치 활성화 업무추진비 등 시장을 비롯한 집행부 시책추진비와 업무추진비 등을 90%까지 삭감하는 횡포를 부렸다”고 전했다. 

이에 민주당도 입장문을 통해 “심사의 모든 의사결정은 만장일치 합의가 아니라면 종국에는 ‘표결’이라는 다수결 원칙의 의회민주주의 의사결정 방식을 채택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동환 시장의 독선과 불통으로 전대미문 고양시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초래할 뻔 했다. 고양시 초유, 그리고 전국 유일의 준예산 사태라는 오명을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소명마저 망각한 채 예결위 심사장을 이탈한 엄성은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그에 동조하며 끝까지 예결위 위원으로서의 임무를 마무리하지 않은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께 묻는다”면서 “아무리 자당 시장이라 하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며 더 가혹하고 공정하게 비판과 감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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