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종 기자의 하루여행] 철원 한탄강 물윗길

태봉대교~고석정~순담계곡, 8㎞ 걸으며
기암괴석 절경 만나는 최고의 겨울트레킹
세계지질공원 한탄강 변화무쌍 매력 가득
 

철원 한탄강 물윗길은 꽁꽁 언 겨울강 위 부교를 걸으며 현무암 계곡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겨울 트레킹 코스다. 
철원 한탄강 물윗길은 꽁꽁 언 겨울강 위 부교를 걸으며 현무암 계곡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겨울 트레킹 코스다. 

[고양신문] 설 연휴 첫날, 한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얼음계곡 정취를 즐기러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강원도 철원 한탄강 물윗길이다. 한탄강 물윗길은 꽁꽁 언 강물을 가로질러 놓인 부교 위를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으로 등재된 한탄강의 주상절리와 기암절벽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겨울 트래킹 코스다. 2017년부터 철원군에서 조성을 시작한 이 길은 11월에서 3월까지 겨울 시즌에만 오픈하는데, 태봉대교에서~은하수교~승일교~고석정~순담계곡에 이르는 8㎞ 전 구간이 지난달 비로소 완공됐다. 

철원은 행정구역상 강원도에 속하지만, 철원평야를 가로지르는 한탄강 물줄기가 포천~연천~파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마치 경기북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산호수공원에서 태봉대교 매표소까지 1시간 5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강가 바위에 쌓아놓은 돌탑들
강가 바위에 쌓아놓은 돌탑들

꽁꽁 언 강 위에서 바라보는 주상절리 벽 

태봉대교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로 향했다. 연휴 첫날인데 생각보다 한가하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4000원. 표를 구입하니 철원지역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철원사랑상품권으로 5000원을 돌려준다. 여기에 눈썰매를 탈 수 있는 겨울놀이동산 티켓, 설날 축하 가래떡과 조청까지 선물을 푸짐하게 받았다. 날을 제대로 잡았다.

태봉대교 출발점으로 들어서자마자 강물 위를 가로지르는 물윗길이 나타난다. 부교가 안전하고 튼튼하게 설치돼 있어서 걷기에 아주 편안하다. 이날 철원의 아침기온이 영하 14도, 꽁꽁 언 한탄강 강물이 겨울 정취를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빙판구간을 지나니 물소리 시원한 여울이 나타난다. 자세히 보니 얼음계곡을 안방처럼 차지하고 있는 청둥오리들의 모습이 보인다. 엉덩이를 치켜올리고 먹이를 찾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강가에는 나들이꾼들이 쌓은 돌탑이 즐비하다. 돌멩이를 정성스레 올리며 새해 소원을 빌었나보다. 

물길이 둥글게 휘어지는 구간에서 물윗길 첫 번째 명승인 송대소(松臺沼)가 나타난다.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육각형 형태의 돌기둥인 주상절리가 거대한 절벽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 해안절벽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을 한탄강 계곡에서 만난다.

육각형 주상절리 돌기둥을 볼 수 있는 송대소 
육각형 주상절리 돌기둥을 볼 수 있는 송대소 

탁 트인 풍경 선사하는 은하수교 

송대소를 지나면 높은 절벽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보이는데, 바로 은하수교다. 강물 위에서 올려다본 은하수교의 모습이 날렵하고 멋지다. 은하수교에 올라서니 다리 아래로 아찔한 풍경이 펼쳐진다. 상류 방향으로 방금 걸어온 물윗길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고, 반대쪽으로도 웅장한 얼음계곡을 따라 가느다란 부교길이 이어져 있다. 

은하수교에서 내려다 본 풍경
은하수교에서 내려다 본 풍경

다리를 건너니 예쁜 포토존도 마련돼 있고, 명당에 자리를 잡은 카페도 보인다. 입구에 ‘상품권 받습니다’라는 문구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선다. 창밖으로 탁 트인 풍경이 조망되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는 철원사랑상품권을 사용해 늦은 아침을 먹는다. 향긋한 커피 한잔과 빵이 전부지만,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성찬이다. 

물윗길은 부교구간과 강변구간이 섞여있는데, 강변구간은 모래나 자갈로 길을 안전하게 정비했다. 또한 코스 전체에 일정한 간격으로 응급상황 위치 표시를 해 놓았고, 중간에 화장실과 안전지킴이 초소도 있어서 안심하고 걸을 수 있다. 

가까이에서 만나는 강물은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고요하게 흐른다. 물과 바위, 얼음과 눈이 연출하는 변화무쌍한 경치를 즐기느라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두 번째 등장하는 명승은 마당바위다. 이름 그대로 웬만한 집 마당보다 넓고 평평한 바위가 강변에 누워 있다. 마당바위를 지나 호젓한 갈대밭을 걷다 보니 네모난 박스 모양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강물을 모터로 퍼올려 인근 철원평야 농경지에 물을 대는 양수장이다. 물윗길을 걷다 보면 비슷한 규모의 양수장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겨울비가 내린 덕분인지, 한겨울인데도 수량이 엄청 풍부하다. 

승일교 부근에서 만나는 멋진 얼음폭포
승일교 부근에서 만나는 멋진 얼음폭포

이야기 품은 승일교, 우뚝 솟은 고석정

강폭이 넓고 산그림자가 지는 곳에는 하얀 설원 풍경이 펼쳐져 있다. 설원 구간을 지나자 멀리 소나무 절벽에 만들어진 인공빙벽인 승일폭포가 나타난다. 가까이 도착해서 바라본 승일폭포의 모습이 장관이다. 폭포 앞 눈조각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언덕을 신나게 미끌어지는 눈썰매를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도 보인다.  

승일폭포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등록문화재인 승일교 근처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승일교는 왜 승일교일까요? 바로 한국전쟁을 전후해 다리의 북쪽 절반은 북한에서, 남쪽 절반은 남한에서 완공한 다리라서 이승만의 ‘승’자와 김일성의 ‘일’자를 따서 승일교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양쪽의 아치 모양이 조금 다르기도 하다. 

아기자기한 가족 나들이를 즐기기에 제격인 한탄강 겨울축제장
아기자기한 가족 나들이를 즐기기에 제격인 한탄강 겨울축제장

겨울 놀이마당 현수막이 보이길래 따라 올라가보니 소박하지만 정겨운 겨울축제장이 펼쳐졌다. 오래간만에 눈썰매도 타보고 따끈한 어묵국물로 언 몸을 녹인 후 다시 순담계곡을 향해 출발한다. 뒷강과 돌섬은 특별한 명승이나 관광시설이 없는 구간이지만, 둥근 강돌 위를 한탄강 물길이 기운차게 가로지르는 호젓한 풍경이 오히려 마음을 사로잡는다.   

돌섬 물굽이를 지나자 한탄강 최고의 명승지로 손꼽히는 고석정이 나타난다. 강물 한가운데 솟구친 바위와 푸르른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고석정에서 순담계곡에 이르는 구간에는 거대한 현무암 바위들이 첩첩이 쌓여있어서, 물윗길 구간 전반부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한탄강 최고의 명승으로 손꼽히는 고석정
한탄강 최고의 명승으로 손꼽히는 고석정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경험  

어느덧 짧은 겨울 해가 서쪽 언덕 너머로 숨을 준비를 한다. 흰눈으로 장식된 바위절벽 너머로 한탄강 주상절리길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한탄강 물윗길의 종점이자, 주상절리길의 시작점인 순담계곡이다. 주상절리길은 바위절벽 중간에 잔도길과 출렁다리를 놓아 물윗길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길이다. 다음번에는 주상절리길도 꼭 한번 걸어봐야겠다. 

순담계곡 종점에 도착하니 임꺽정과 산적들이 나들이꾼을 기다리고 있다. 산적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물윗길 나들이를 즐겁게 마무리한다. 그동안 한탄강의 멋진 절경들을 위에서 내려다보기만 했었는데, 내가 직접 풍경 속으로 들어가보는 새로운 감동을 경험했다.

물윗길 종착점인 순담계곡 매표소 앞에서 나들이꾼들을 맞이하는 임꺽정과 산적들 
물윗길 종착점인 순담계곡 매표소 앞에서 나들이꾼들을 맞이하는 임꺽정과 산적들 

순담계곡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 출발점인 태봉대교 매표소로 돌아왔다. 한탄강을 떠나기 전에 들를 곳이 한 곳 더 있다. 태봉대교 주차장에서 강변길을 따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풍경, 바로 직탕폭포다. 높이는 3m에 불과하지만, 강줄기가 수평으로 뚝 떨어지는 모습이 나름 장관이다. 나이아가라 폭포 미니어처쯤 되겠다. 한탄강 직탕폭포의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인사를 전한다.
“고양신문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철원 한탄강 물윗길 
입장료  성인 1만원 (5000원 철원사랑상품권 증정)
운영기간  3월 31일까지 개장
개장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문의  033-455-7072

 

물윗길은 부교 구간과 강변길 구간이 번갈아 이어진다. 
물윗길은 부교 구간과 강변길 구간이 번갈아 이어진다. 
한탄강 물윗길에는 응급상황 위치번호가 일정한 간격으로 표시돼 있다.
한탄강 물윗길에는 응급상황 위치번호가 일정한 간격으로 표시돼 있다.
미니어처 나이아가라라는 별명이 붙은 직탕폭포의 시원한 모습
미니어처 나이아가라라는 별명이 붙은 직탕폭포의 시원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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