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나비 애벌레의 꿈』 첫 시집 펴낸 김선중 시인

이웃과 사귀고 자연과 교감하고 
뭇생명 사랑하는 시선으로 창작
시·사진 결합한 ‘디카시’ 눈길 

[고양신문] 더불어 살아가는 뭇 생명들의 존재를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어 안은 시집 한 권이 출간됐다. 경기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발간된 김선중 시인의 첫 시집 『호랑나비 애벌레의 꿈』에는 가족과 이웃, 그리고 풀과 나무와 새들과 벌레들이 등장하는 80편의 정갈한 시들이 담겼다.  

60대 후반, 조금은 늦은 나이에 첫 시집을 선보인 김 시인은 “아직은 시인이라는 호칭이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내 이름이 적힌 시집을 받아드니 가슴이 뛰었다”라며 새내기 시인다운 설렘을 표했다. 김선중 시인은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이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우리 동네 숲”을 첫 번째로 손꼽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찾을 수 있는 정발산공원과 성라공원, 고봉산 숲길이 가장 친한 친구이자 스승이에요. 시집에 담은 시의 70%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쓴 작품들이고요.”

 첫 시집 『호랑나비 애벌레의 꿈』을 발간한 김선중 시인 
 첫 시집 『호랑나비 애벌레의 꿈』을 발간한 김선중 시인 

시인의 말대로 괭이밥, 꽃마리, 달맞이꽃, 귀룽나무, 자귀나무, 깃동잠자리, 후투티 등 우리 동네 숲에 깃들어 살아가는 생태 이웃들의 구체적인 이름들이 갈피마다 적혀있다. 표제시인 ‘호랑나비 애벌레의 꿈’만 봐도 김선중 시인이 작은 생명 하나하나를 얼마나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고 삶의 깨달음으로 확장해 나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호랑나비애벌레는 다섯 번이나 탈바꿈을 하는 과정을 거쳐 화려한 날개를 얻습니다. 인고의 세월을 거쳐 마침내 푸른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지요.”

시집 뒤편에는 한국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 허형만 시인(목포대 명예교수)이 쓴 장문의 해설이 실렸다. 해설 서두에 “인간과 자연이 동일 생명체라는 사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정의한 허 시인은 김선중 시인의 시세계를 “생명 현상의 질서를 이해하고 그 생명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과 깨달음의 마음을 꾸밈없이 표현하고 있다”고 상찬한다.            

1990년대 초 일산신도시 강촌마을 첫 입주민으로 고양시민이 된 김 시인은 30여 년 세월 동안 ‘사람 이웃’과 ‘생태 이웃’들을 알뜰히 사귀어왔다. 본업인 플로리스트 강사로 일하며 인근의 사회복지관과 노인정, 보육원을 찾아 꾸준히 봉사를 이어왔고, 시공부 모임인 ‘화정시회’ 멤버로 참여하며 문학적 도반들을 사귀었다. 그런가 하면 고양생태공원과 탐조모임 등에서 활동하며 자연과의 교감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고양신문이 진행하는 마을숲 코디네이터로 활약하며 이웃과 자연을 이어주는 가교로서의 보람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김선중 시인의 디카시 작품
김선중 시인의 디카시 작품

김 시인의 시집은 다섯 개의 파트로 엮였는데, 마지막 5부는 특이하게도 ‘디카시’ 작품들로 채워졌다.
“디카시는 한 장의 사진과 다섯 줄 내외의 짧은 시가 결합된 새로운 창작 분야입니다. 사진과 글이 더해지면 영감을 얻은 순간이 보다 선명하게 표현돼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재미를 전할 수 있습니다. 제가 디카시 전문지인 <시와 편견>을 통해 등단했을만큼 디카시 장르에 애정이 큽니다.”    

시인의 말대로 김 시인의 디카시는 은근한 유머와 재치가 더해져 슬며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중년 이후의 삶을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살아왔지만, 여전히 김선중 시인은 배우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게 많다.
“캘리그래피와 한지공예도 익히고 있고, 보태니컬 아트(식물화)도 열심히 그리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집은 시와 그림, 글씨와 사진이 어우러진 작품집으로 엮어보고 싶습니다.”

새로운 꿈을 말할 때 새내기 시인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였다.   

김선중 시인의 디카시 작품
김선중 시인의 디카시 작품
김선중 시인의 디카시 작품
김선중 시인의 디카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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