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삭감편성한 후 불통
민주당도 시장 주력예산 삭감
업무추진비 90% 삭감 ‘맞불’
시장 “재의요구권 행사하겠다”
[고양신문] 올해 고양시 예산안이 진통 끝에 통과됐다. 고양시의회가 지난 20일 올해 고양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준예산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이동환 고양시장과 더불어민주당 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시장이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 삭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재의요구권은 지자체장이 지방의회 의결과 다르게 의결을 요구하는 일종의 거부권이다.
당초 고양시 집행부가 요구한 예산규모는 2조9963억원. 이중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삭감한 예산액은 110억원으로, 전체 요구액의 0.37%에 불과하다. 이번 삭감액이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지만 삭감된 예산에는 이 시장의 역점사업 예산이 다수 포함됐다. 고양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예산 4억원,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 관련 용역 예산 2200만원, 백석Y-CITY 업무빌딩 공공운영비 1억1368만원, 벤처기업 육성 촉진지구 지정 계획수립 용역 예산 6000만원 등이 전액 삭감됐는데 이는 이 시장의 역점사업 예산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시 집행부의 업무추진비 예산 삭감이 두드러졌다. 이번에 예산이 삭감된 사업이 308건인데 이중에서 업무추진비가 208건을 차지했다. 당초 시 집행부는 시장 재량 업무추진비로 14억5000만원가량을 요구했으나 1억2000만원 정도만 남게 됐다.
시의회가 이 시장의 역점사업과 업무추진비를 삭감하자 이 시장은 강력 반발했다. 이 시장은 2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수적우위를 앞세워 시장과 집행부의 발목을 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날 민주당을 향해 “몰염치, 막장, 집행부 길들이기”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예산심사 결과는 이동환 고양시장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이 시장과 집행부는 시의회와 별 논의 없이 전임시장 때 주력예산을 대거 삭감한 채 고양시의회에 넘겼다. 주민자치회운영지원, 자치공동체지원센터 지원, 대안교육기관 지원, 소상공인 시설개선지원, 지방육아종합지원센터 운영, 고양페이 할인비용 등의 예산을 시의회와 협의 없이 대거 삭감 편성한 것이다. 대학생 본인부담 등록금 지원, 아동보호시 호봉제 도입, 남북협력 및 평화인권증진사업 예산은 아예 편성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예산안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비상식적인 예산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애초 상당부분 삭감 편성된 올해 예산안에 대해 민주당은 증액예산을 요구했지만 이동환 고양시장은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갔다. 삭감된 예산안에 대한 거부 표시로 시의회 민주당 의원 17명 전원은 등원을 거부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이처럼 시의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을 때도 해결당사자인 이 시장은 회기 기간 중 일본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등 시의회와 소통을 기피하며 갈등을 키웠다. 급기야 지난달 22일 임시회가 폐회됐고 의결될 예정이었던 올해 고양시 예산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해 고양시는 준예산 체제로 새해를 맞이해야 했다. 이러한 이동환 시장의 자세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시장이 의회는 물론 집행부 공직사회 내에서도 독선과 불통의 시정을 펼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달 6일부터 시작해 20일 끝난 이번 시의회 임시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등원했다. 민주당은 특히 예결위에서의 의석수 우위(민주당 6석·국민의힘 5석)라는 이점을 십분 활용해 예산심의 과정을 주도하며 준예산 사태를 종식시켰다. 김미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동환 시장과 예결위원장이었던 엄성은 의원은 예산심의 과정이 의도대로 흐르지 않게 되자 시간을 끌며 준예산 체제로 가기를 원했다. 이들은 예산안 의결 없이 임시회 기한인 15일을 넘기면 업무추진비 삭감 등이 무효화되고 자동 준예산 체제로 간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래서 민주당이 예결위를 주도해 올해 예산안 심의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결국 준예산 체제는 피했지만 올해 고양시 예산안은 이재준 전임 시장과 이동환 현 시장의 역점사업 예산이 상당부분 삭감된 채 의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