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 소장, 정치학 박사
[고양신문] “고양시장과 시의회의 마찰이 전입가경” “덕양과 일산의 갈등”이란 제목을 보았다. 정치인들의 마찰과 주민 간 갈등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글이다. 그런데, 민주주의 정치는 마찰과 갈등을 수용해야 한다. 오히려 갈등 속으로 들어가 주장과 근거를 살펴보는 것이 민주적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 그 이유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갈등의 제도화가 민주주의 정치이다. 미국의 민주주의 정치학자인 샤츠슈나이더는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사이에 ‘갈등’은 자연적이기에 갈등을 제도적으로 공론화하는 갈등의 제도화를 주장했다. 시청사 입지를 두고 정치인들에게 싸우지 말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각 정치인이 자신의 대안을 말하게 하고, 그 주장이 타당한지, 그 근거는 객관적인지 따져보고 평가하길 바란다.
둘째, 갈등은 서로가 추구하는 이익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한 정치학자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갈등은 이익 갈등과 정체성 갈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이익 갈등은 빈부갈등, 기업가와 노동자 갈등이다. 정체성 갈등은 영남-호남의 지역갈등이 대표적이다. 이익은 상호 조정하면 해결할 수 있지만, 정체성은 조정하기 어렵다. 정체성 갈등에서 벗어나 이익관점서 따져보면 해법 찾기기 쉽다는 것이다. 시청사 입지에 대해서도 덕양 주민, 일산 주민이라는 정체성으로 접근하면 해결하기 어렵다. 고양 시민의 관점에서 어떤 유익과 손해가 있는지를 따져보면, 덕양과 일산 주민 모두를 이롭게 하는 최대 이익에 도달할 수 있다.
셋째, 갈등은 정치인들의 논리 수준과 정책 역량을 드러낸다. 각 정치인이 어떤 대안을 제시했고, 그 대안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무엇이며, 근거는 타당한가를 갈등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시청사 입지 갈등에서 나타난 시민의 대변자들, 정치인들의 대안, 논리, 근거를 살펴보자.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난 1월 4일 ‘고양시 신청사 결정에 대한 설명문’을 홈페이지 게시했다. 시청사를 백석동 요진빌딩으로 한다는 방안과 예산 절감의 논리를 제시했다. 요진빌딩에 시청사를 지으면, 원당 시청사 건립비 2900억 원을 절감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재준 전임 고양시장은 1월 5일 “시청사 백석동 이전발표 취소해야”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실었다. 그는 고양시 균형발전의 논리를 제시했다. 원당의 시청사는 행정업무기능 외에 고양시 북쪽과 남쪽을 연결하는 교통의 허브 기능을 담당하기에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임홍열 의원은 1월 6일 시정질의를 통해 원당 시청사 건립이 2019년부터 4년간 진행되온 행정절차를 보여주면서, 원당 시청사를 중단하면 고양시가 행정적 민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국제설계공모에 따라 결정된 설계비 107억 원과 건설관리용역비 98억 원 총 205억 원을 고양시가 중단에 따른 매물 비용으로 부담해야 할 것을 지적했다.
원당지역을 지역구로 둔 심상정 국회의원은 1월 26일 고양신문 인터뷰를 통해 이동환 시장의 원당 시청사 중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행정절차 어긴 잘못된 행정이라는 점과 고양시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점, 그리고 이동환 시장이 원당 시청사 대안으로 제시한 “원당 재도약 프로젝트”의 건립 비용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이 시장의 방안은 예산 절감이 아니라는 반론이다.
요약하자면, 첫 번째 논점은 예산 절감이다. 이 시장은 원당 시청사를 중단하고 요진 빌딩에 시청사를 넣으면 2,900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주장한다. 그러나 임홍렬 시의원, 심상정 국회의원은 원당 시청사 추진 중단으로 인한 205억 원 매물 비용, 요진 빌딩을 활용하여 얻을 수 있는 예상 수익의 무효(기회비용), 그리고 요진 빌딩을 시청사로 개축하는 데 드는 비용문제로 인해 2900억 원 예산 절감은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둘째, 균형개발의 문제이다. 이동환 시장은 원당 시청사 중단으로 인한 원당 공동화를 해소하기 위해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내용은 현 원당 시청사를 존치해 고양시 산하기관 사무실로 사용하고, 중장기적으로 청사를 복합개발하는 한편 기존 신청사 예정부지에는 창조 R&D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시간의 문제와 불확실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 공공청사 목적으로 해제 받은 8만㎢ 그린벨트를 반납하고 더 넓은 20만㎢의 그린벨트를 해제받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동안 원당 주민들은 시청이 떠난 자리에서 몇 년을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무책임한 방안이라 평가했다.
현시점에서 볼 때, 이동환 시장의 예산 절감 효과는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로 인해 실효성이 낮다. 오히려 소요비용에 따라 예산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보면, 이동환 시장의 ‘백석동 요진 시청사-원당 재창조 프로젝트 방안’보다 임홍렬 시의원, 심상정 국회의원, 이재준 전임시장이 제시한 ‘원당 시청사- 백석동 요진빌딩 창조R&D캠퍼스방안’이 타당해 보인다. 후자는 이른 시간 안에 개발할 수 있지만, 전자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정치인들의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자. 정치인들의 갈등에 담긴 각자의 주장과 논리에 주목하자. 우리 시민들도 정치인만큼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다. 정치인들의 근거 없는 주장,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모순된 논리를 따져보고 정책에 대한 찬성 반대, 그리고 정치인에 대한 지지 여부를 정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