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종 기자의 하루여행] 무의도 해변데크길 & 소무의도 바다누리길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서해바다 섬나들이
해안절벽이 멋진 하나개해수욕장 데크길
풍경과 이야기 만나는 소무의도 일주 코스
겨울 바다… 쓸쓸하긴커녕 재미·활력 가득 

무의도 하나개 해변 남쪽에서 시작되는 해상탐방데크길
무의도 하나개 해변 남쪽에서 시작되는 해상탐방데크길

[고양신문] 80년대 초반과 후반 ‘겨울 바다’라는 동일한 제목의 두 노래가 연이어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김학래가 부른 ‘겨울 바다’는 상실의 쓸쓸함을, 푸른하늘(유영석)이 부른 ‘겨울 바다’는 동행의 기대감을 각각 노래했지만, 두 노래 모두 듣는 이로 하여금 동일한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아…, 겨울 바다 보러 달려가고 싶다.” 그럴 만도 한 게 두 노래는 제목만이 아니라 가사 첫 구절도 ‘겨울 바다로 가자…’로 똑같기 때문이다. 

몸도 맘도 움츠러드는 계절. 여름날의 뜨거운 열정을 모래 속에 감추고, 하얗게 얼어버린 포말로 나지막이 말을 건네고 있는 겨울 바다를 찾아 떠나보자.

소무의도 동쪽 몽여해변
소무의도 동쪽 몽여해변

가깝고도 매력적인 무의도·소무의도

고양에서 가까우면서도, 겨울 바다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하루여행 코스로는 강화도, 영종도와 주변의 부속 섬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무의도는 영종도 남쪽의 작은 섬이지만 호룡곡산이라는 전망 좋은 등산코스가 있고, 영화 <실미도>의 실제 무대인 실미도, 갯벌체험마을 등이 있어 나들이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바닷길 데크를 따라 해안절벽 절경이 펼쳐진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 해상관광탐방로, 그리고 둘레길을 따라 섬 전체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소무의도 바다누리길은 지척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나들이의 재미를 선사하는 환상의 투톱이다.  

무의도는 영종도 남쪽 용유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하는 섬이었는데, 몇 해 전 무의대교가 개통되면서 찾아가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일산에서 무의도까지는 승용차로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물론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왕복으로 지나며 통행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짧은 이동시간과 장소의 매력을 생각하면 가성비는 두말할 필요 없이 일등급이다. 시간을 잘 계획하면 공항철도와 마을버스를 이용해 찾아갈 수도 있다.

하얗게 포말이 얼어붙은 무의도의 겨울 갯벌
하얗게 포말이 얼어붙은 무의도의 겨울 갯벌

드넓게 펼쳐진 갯벌 위를 걷는 쾌감

기자가 무의도를 찾아간 날은 날이 흐려서 아쉽게도 바다여행의 파트너인 푸르른 하늘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영종대교와 무의대교를 차례로 지나니, 드넓게 펼쳐진 갯벌 위로 작은 고깃배들이 얹혀있는 서해바다 특유의 짭조름한 풍경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하나개해수욕장에 도착하면 유원지 간판과 함께 매표소가 나타나지만, 한겨울에는 별도의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안으로 들어서면 식당과 카페, 솔숲과 방갈로 등이 줄지어 있는, 오래된 해수욕장 유원지의 전형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모래언덕 한쪽에는 <천국의 계단>을 비롯해 여러 드라마의 세트장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모여 있는데, 그다지 잘 관리되는 것 같지는 않아서 별다른 감흥 없이 패스. 모래해변의 남쪽 끝부분에 다다르니 비로소 해상탐방데크가 시작된다.

갯벌과 모래사장에 단단히 박힌 높다란 기둥을 따라 이어진 데크길을 따라 걸으면 오른쪽으로는 탁 트인 바다가, 왼쪽으로는 파도에 깎인 무의도 해안절벽이 눈앞에서 조망된다. 붉은색을 띠는 해식절벽과 굴껍질이 다닥다닥 붙은 거무튀튀한 갯바위 사이로 겨울 바다의 하얀 얼음포말이 환상적인 색채의 조합을 보여준다. 

기기묘묘한 해식절벽과 갯바위 속에는 사자바위, 부처바위, 불독바위, 햄버거바위 등 재미있는 이름이 붙여진 열두 개의 형상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안내간판을 따라 그림찾기를 할 수도 있고, 군데군데 조망 망원경과 옹진 앞바다 창공을 호령하는 매 형상의 조형물도 있어서 걷는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가장 감동적인 건 뭐니 뭐니 해도 드넓게 펼쳐진 갯벌 그 자체다. 발 아래로는 조수간만에 따라 물이 멀리까지 빠지기도 하고, 출렁이며 밀려오기도 하는 서해바다의 변화무쌍한 호흡이 펼쳐진다. 

해상탐방데크길이 끝나는 곳에서는 왔던 길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숲길로 올라가 또 다른 풍경을 만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매력적인 바닷길을 한번 더 걸어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조망 포인트마다 전망대가 정비돼있는 숲길에서 갯벌과 데크길을 내려다보며 되돌아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풍경들

이제 또 하나의 보석 같은 섬 소무의도로 가보자. 무의도 동남쪽에 부록처럼 딸려 있는 소무의도에도 길이 400m의 멋진 다리가 연결되어 있는데, 자동차 진입이 금지된 도보다리다. 건너편 무의광명항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정중히 다리품을 팔아 걸어 들어가야만 풍경을 열어주는 콧대 높은 섬이란 얘기다. 

소무의도는 섬 전체가 아기자기한 도보나들이 코스다. 섬으로 들어서자마자 숲속 계단을 따라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면 하도정이라는 정자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선 소무의도 앞바다의 탁 트인 풍경과 바위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계단과 데크를 따라 숲길을 내려가면 해안절벽 사이로 작은 명사해변이 나타나는데, 과거 모 대통령이 가족과 휴양을 즐겼던 곳이라는 설명문이 사족같이 느껴질 만큼 분위기가 고즈넉하다.

명사해변에서 언덕을 하나 더 넘으면 섬의 동쪽 해안인 몽여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스러져가는 섬마을 옛집과 외관을 예쁘게 단장한 식당과 카페, 그리고 여행자를 위한 정보센터와 쉼터 역할을 하는 소무의도 스토리움이 몽여해변을 따라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하는 풍경들이다. 스토리움 내부에는 전망 좋은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소무의도의 역사를 담아낸 사진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삶의 이야기 곳곳에 배어있는 마을길

바다누리길은 섬의 북쪽 해안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섬 주민들이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풍어제를 올렸던 부처깨미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으뜸이다. 날이 흐릿한데도 영종도와 인천 송도신도시, 멀리 대부도와 영흥도의 풍광이 몽환적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다시 출발지점인 섬의 서쪽으로 돌아오면 소무의도의 포구인 떼무리선착장이 나타난다. 이곳에도 카페와 식당이 꽤 있고, 말끔한 건물의 수산건어물직매장과 관광안내소도 눈에 띈다.

떼무리 포구의 풍경
떼무리 포구의 풍경

섬의 외곽을 따라 바다누리길을 한 바퀴 일주했다면, 이번에는 섬의 중심부를 가로질러 걸어보자. 사실 소무의도의 집들은 떼무리선착장과 건너편 몽여해수욕장을 잇는 모예재 고갯길을 따라 모여 있기 때문에, 섬사람들 삶의 흔적을 엿보려면 조용한 발걸음으로 마을길을 걸어봐야 한다. 역시나 이 길을 따라 경로당과 복지회관, 교회, 문을 닫은 분교 등이 차례차례 나타난다. 하지만 수도권 근교의 관광지가 다 그렇듯, 소무의도 역시 전망이 좋은 옛집들은 하나둘 카페나 숙소로 변신 중이다. 

도보다리를 다시 건너 처음 나타나는 식당에 들어가 해물칼국수를 주문했다. 백합조개와 새우, 낙지 등 싱싱한 바다의 맛을 품을 해산물이 가득하다. 따끈한 국물이 언 몸을 녹여준다.  오래간만에 호젓한 겨울바다의 정취를 느껴볼까 하고 나선 길이었지만, 해안절경을 감상하는 탐방데크길과 작은 섬을 일주하는 바다누리길을 연이어 걸었더니 몸도 마음도 활기가 가득 충전된다. 

겨울 바다 여행은 왠지 심심하고 쓸쓸해서 별로라고 생각하는 독자분이 계시다면, 속는 셈 치고 무의도와 소무의도를 한번 찾아가보시길 바란다. 선입견이 파도 저편으로 날아가버리는 쾌감이 기다리고 있다.

도보다리 건너편이 소무의도다.
도보다리 건너편이 소무의도다.
차가운 겨울해풍을 맞으며 꾸덕꾸덕 말라가는 건어물
차가운 겨울해풍을 맞으며 꾸덕꾸덕 말라가는 건어물
호젓한 명사해변
호젓한 명사해변
바다 조망이 탁 트인 부처깨미 전망대 
바다 조망이 탁 트인 부처깨미 전망대 
소무의도 부처깨미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몽여해변
소무의도 부처깨미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몽여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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