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원 곽설경 대표·신중철 이사 - ‘K-MICE 플랫폼’으로 세계시장 도전
MICE 전문가와 IT 전문가 협업
통합플랫폼 구축해 서비스 시작
국내 넘어 세계시장 진출 나서
“구글처럼 빅데이터 기업 꿈꿔”
[고양신문] “대만계 한국지사에서 일하다가 직장 상사의 권유로 시아이티스꽁세이라는 PCO(Professional Convention Organizers: 국제회의 기획가) 업체로 이직하면서 MICE산업을 접하게 됐죠. 마치 전쟁터와 같은 MICE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너무나 힘든 나머지 세 번이나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그때마다 대표님이 저를 붙잡았어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고 하잖아요. 당시에는 제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기도 했었고, 지금까지도 협력사로 함께 하면서 오늘의 저와 사업을 가능하게 해준 분이기에 감사함은 이루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죠.”
곽설경 글로비원 대표가 이직 후 4일 만에 처음으로 수행한 행사는 ‘한-중 FTA 수출상담회’였다. 참가자의 문의에 답변하는 것이 겁이 나서 이어폰을 끼고 급히 통화하는 척하거나 화장실에 들어가 한참을 숨어 있기도 했다. 그 후에도 ‘한-아세안 정상회담’ 등 굵직한 대형 국제행사를 치러내며 MICE 현장에서 치열하게 일했다.
시간이 갈수록 늘 몸으로 뛰어야만 하는 전시·컨벤션 업계에 체계적인 운영·관리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그 절실함으로 설립한 것이 바로 오늘의 글로비원이라는 것. 다양한 대행사, 각기 다른 업무, 시시각각 정보는 변하지만, 통합관리 시스템이 없다 보니 행사 담당자들 간 정보 공유와 소통 과정에서 혼선이 생기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 답답했고, 자신이 직접 그러한 시스템을 만들 욕심에 무모하게(!) 창업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그 무모함은 과연 어디에서 나왔을까.
체계적인 운영·관리 시스템 개발
“사실 글로비원의 핵심기술은 신중철 이사의 탁월한 전문성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IT컨설팅 업체 컨설턴트를 거쳐 얼마 전 KT에서 퇴사하기 전까지 국세청 현금영수증시스템 구축, 비씨카드 가맹점관리시스템구축, 삼성증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미래에셋증권 업무계 차세대시스템 아키텍처 구축, 한국전력 차세대 전력판매정보시스템 구축, 건강보험공단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관련 정보시스템 개선, KT 차세대 미디어인증 통합플랫폼 개발 등을 수행한 국내의 대표적인 데이터 분석·설계 전문가죠.”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건축학도’ 신중철 이사는 대학 시절 불의의 사고로 한쪽 팔을 잃었다. 한동안 혼돈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 방황의 끝자락에서 선택한 것은 컴퓨터공학이었다. 혼자 집중하면서 또 한 손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판단한 것. 1년간 학원에 다니며 공부해서 컴퓨터공학과로 편입했고, 졸업 후에도 학업을 이어가 대학원에서는 IT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장의 다양한 업무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빅데이터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MICE 산업 통합플랫폼 서비스제공
2019년 7월 설립된 글로 비원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MICE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자체 개발한 MICE 통합관리 플랫폼 GBNBOX(Global Business Network Box)는 주최사, 주관사, 대행사가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행사기획부터 시작해서 상담매칭, 행사운영, 행사 결과보고 및 통계 축적, CRM까지 MICE의 전 분야에 걸친 업무를 지원한다. 수출상담회, 국제회의, 전시·박람회, 이벤트 등 MICE 산업 전반의 통합운영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체계적인 연차·회차별 데이터 관리로 기업별, 산업별, 업종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종 부가가치를 창출해 주최·주관사에 제공한다. GBNBOX가 지난해 MICE 플랫폼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GS인증 1등급을 획득할 수 있었던 이유다. GS(Good Software)인증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SW시험인증센터가 보유한 각종 테스팅 장비를 통해 SW의 품질을 가늠하는 기능성, 신뢰성과 상호 호환성에 대한 평가를 수행해 일정수준 이상인 제품에 부여하는 국가인증이다. GBNBOX는 조달청 나라장터 물품 조달에도 등록이 돼 있다.
고양시 MICE육성센터에 본사와 서울 강남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비원은 행사관리 플랫폼 시스템과 바이어-셀러 간 인공지능 매칭 시스템 등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2019년 설립 이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주최 온라인 수출상담회(2020년)를 시작으로 제1차 한·중교육문화교류포럼(2021년), 남북물류포럼 제176회 정기포럼(2021년), 대한치과수면학회 온라인 종합학술대회(2021년), 경기K의료바이오 CIS수출상담회(2022년), 한·아세안패션위크 VR 전시회(2022년) 등 수십 건의 국제회의, 전시회, 이벤트 등을 진행해 왔다. 그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에는 고양시와 서울시로부터 우수중소기업으로 동시에 인증받기도 했다.
전 산업 적용 메타버스 플랫폼 확장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박람회와 이벤트(Exhibition&Event)의 영문 약자인 마이스(MICE)는 국제회의와 전시·박람회를 주축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산업간 정보교류와 네트워킹을 강화할 수 있는 미래 유망 산업이다. 민선 8기 이동환 고양시장도 올해 초 바이오 정밀의료분야, 방송영상산업·마이스 산업, IP산업 등을 통해 미래 먹거리창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내 마이스산업으로 진행되는 행사는 주로 입찰을 통해 진행되다 보니 수익이 그리 크지 않다. 각 행사에 필요한 부분만 그때그때 활용하고 제대로 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일 터다. 그동안 제대로 된 시스템적 서비스 플랫폼이 구축되지 못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 신중철 이사의 진단이다. 데이터 아키텍처 전문가인 신 이사가 KT라는 누구나 부러워할 직장을 그만두고 글로비원에 올인하게 된 것도 마이스산업을 위한 제대로 된 통합플랫폼을 제공한다면 사업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에는 36억 원 상당을 지원받는 ‘전시·컨벤션 통합지원을 위한 실·가상 연동 MICE 플랫폼 개발’이라는 문화체육관광 연구개발 지원사업 지정과제를 수주했어요. 컨소시엄에 참여한 유프리즘, 포디비전,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한국MICE협회, 킨텍스 등과 함께 2024년까지 오프라인과 3D 가상전시회 공간 등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실·가상 연동 MICE 플랫폼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메타버스 기술을 적용해 전 산업에 대응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확장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글로벌 빅데이터 기업 꿈꿔
글로비원은 MICE 통합운영 플랫폼 GBNBOX를 통해 세계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에는 글로벌 기업인 싱가포르의 PCO Interprefy와 전략적 MOU를 체결했다. Interprefy는 온-오프라인 상에서 진행되는 모든 이벤트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원격 동시통역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싱가포르 PCO 기업이다.
곽 대표와 신 이사는 “국내에는 글로비원의 GBNBOX처럼 누구나 범용으로 쓸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 아직 없다”면서 “글로비원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과 고객들이 점점 늘고 있고 행사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만족도 역시 높다”고 자랑한다. 마이스 플랫폼 사업에 삶을 올인한 두 사람이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목표는 무엇일까.
“저희 서비스를 활용하는 분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지만, 사실 국내 MICE 업계에서는 출범한 지 3년 남짓밖에 안 된 글로비원을 견제의 눈짓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를 꿈꾸는 글로비원은 그 이름처럼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미 영어 서비스는 시작했고 올해 안에 중국어, 일본어 서비스로 확대할 예정이에요. 글로비원이 구글처럼 전 세계 MICE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축적한다면 무한한 사업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