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봉쇄·취소… 거듭되는 파행에도
주민자치협의회 찾아가 또다시 '설명회'
이정형 부시장 내세워 “어디든 가겠다”
여론 양분, 민-민 갈등 고조 우려 

[고양신문] 이동환 시장의 시청사 백석 이전 전격 발표로 촉발된 덕양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양시가 ‘시민과의 소통’을 명분으로 설명회를 연일 시도하고 있다. 시의 이러한 행보는 시민과의 사전 교감 없이 발표된 백석 이전 결정에 대해 뒤늦게나마 명분을 쌓고, 나아가 우호적 여론 층을 조성해 의회 설득작업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설명회의 전면에는 이동환 시장과 함께 시청 백석 이전을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이정형 부시장이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일방적으로 설득’하는 형식이라 반발을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의 일방적 결정에 대한 덕양 주민들의 저항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맞불을 놓듯 설명회를 강행하는 것은 자칫 예상치 못한 충돌을 야기할 수 있고, 덕양과 일산 두 개의 구심점으로 여론을 양분해 민-민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고양시는 31일 원당지역 재개발조합장과 추진위원장 등 일부 주민들에게만 행사 일정을 알린 채 ‘원당재창조 프로젝트 주민설명회’를 주최했지만, 설명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달려온 시도의원과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 설명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첫 설명회 시도가 파행으로 끝나자 고양시는 ‘고양시정연구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연구원에서 주최하는 ‘고양시정포럼’ 형식을 빌어 시청사 이전 시민설명회를 3일과 6일, 각각 덕양구청과 일산동구청에서 연이어 개최하겠다고 공지한 것이다. 

하지만 3일 덕양구청 설명회 역시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에 부딪혀 무산됐다. 주민들은 설명회를 저지한 데 이어 이정형 부시장이 대기중인 구청장실 앞을 잠시 점거하고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설명회가 연이어 파행되자 6일 오전 일산동구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시민설명회도 결국 취소됐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설명회를 강행하는 것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가 커지자 3일 주민대표 면담 자리에서 이정형 부시장이 취소 결정을 밝혔다. 

3일 덕양구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시청 이전 시민설명회'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3일 덕양구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시청 이전 시민설명회'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와는 별도로 구별로 구성된 주민자치협의회(각 동 주민자치회장들의 모임)도 타깃으로 삼았다. 3개 구 협의회는 각각 매월 초 협력강화를 위한 정례회의를 갖는데, 이 중 3일 덕양구 정례회의와 8일 일산동구 정례회의에 이정형 부시장이 참석해 시청 백석 이전 결정과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에 대한 브리핑을 한 것이다. 부시장 비서실은 “일산서구 정례회의는 일정이 맞지 않아 참석하시지 못했다”면서 “기회가 있으면 어느 자리든 찾아가 설명을 드린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시장의 브리핑에 대한 덕양구와 일산동구 주민자치회장들의 반응에는 온도차가 있었다. 덕양구협의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최진홍 화정2동 주민자치회장은 “덕양구 21개 동은 덕양구에 있는 시청을 일산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가 제시하는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 역시 실현가능성이 불분명한 즉흥적 계획”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8일 열린 일산동구 협의회에서는 자치회장들의 반응이 반반으로 갈렸다. 몇몇 회장들이 행정절차상의 문제를 짚으며 시의 불합리한 결정을 지적했지만, 일부 회장들은 백석 이전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자치회장은 “시청이 우리 동네로 온다니까 일단 환영하는 입장은 이해한다. 하지만 고양시 전체의 행정적 합리성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어떻게 무턱대고 반길 수 있겠는가. 시장과 부시장 두 사람이 시민들의 민심을 갈라치기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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