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교통안전 칼럼
노란색·흰색 빗금 친 ‘안전지대’
차량 진입하면 범칙금 부과돼
침범 사고 시 형사처벌 될 수도
주행하거나 주정차는 절대 금물
[고양신문] 어느 날 필자가 근무하는 경찰서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몹시 화가 난 민원인의 얘기 요지는 이랬다. 민원인이 도로의 2차로를 운전해 가다가 좌회전하기 위해 1차로로 진입하려는 순간 노란색 사선으로 된 안전지대를 그대로 통과해 1차로로 진입하는 상대방 차량으로 인해 사고가 날 뻔했다. 상대방 운전자에게 따졌더니 노란색 안전지대가 비어 있어 좌회전하기 위해 주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는 것. 안전지대가 무엇인지 잘 몰랐던 민원인은 더는 말을 하지 못했고, 상대방 차량이 가고 나서 분이 풀리지 않아 차량이 안전지대로 주행해도 되는지, 또 사고가 나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전화로 물어온 것이다.
과연 안전지대로 차량을 주행하거나 주정차해도 되는 걸까? 도로 중앙에 설치된 안전지대는 보행자가 횡단 중 대기하기 위한 장소로 사용될 수 있으나 차량이 주행하거나 주정차를 위해 진입하는 것은 금지한다. 만약 차량이 이를 무시하고 안전지대로 진입할 경우 도로교통법 13조 5항 안전지대 진입 금지 위반으로 승합 7만원, 승용 6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되는 장소다.
또 안전지대에서 10m 이내도 도로교통법 32조 3호에 따른 주정차 금지 위반으로 승합은 5만원, 승용차는 4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또한, 안전지대를 횡단하거나 통과하다 발생한 사고의 경우 12대 중과실에 포함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럼 안전지대를 설치하는 장소는 어디일까. 안전지대는 자동차의 진입을 금지해 보행자의 보호와 자동차의 원활한 진·출입을 가능하게 하는 완충지대다. 구체적으로는 광장, 교차로 지점, 차도 폭이 넓은 도로의 중앙 지대, 도로가 분리·합류되는 지점, 장애물이 있는 곳 등 차량의 진입을 금지할 필요가 있는 곳에 설치한다.
노란색과 흰색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정답은 도로 교통의 방향이다. 안전지대를 중심으로 양방 교통을 이룰 때는 노란색으로 설치하고, 동일 방향으로 진행하는 도로에서는 흰색으로 설치한다. 안전지대로 통합되었기 때문에 흰색 안전지대도 노란색 안전지대와 마찬가지로 진입과 주정차가 모두 금지된다.
안전지대에서 사고 발생 시 과실비율은 얼마나 될까.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안전지대를 통과하는 차량과 진로 변경하는 차량이 충돌하는 사고에서 과실비율은 안전지대를 통과하는 차량이 안전지대를 벗어났는지 아닌지에 따라 결정된다.
첫째, 안전지대를 벗어나기 전(100 : 0)에는 안전지대가 있는 직선도로에서 안전지대를 통과해 1차로를 주행하는 A차량과 1차로로 진로를 변경하는 B차량 간 충돌 상황에서 A차량이 안전지대를 벗어나기 전이라면 A차량에게 일방과실이 적용된다. 이는 통행이 금지되어있는 안전지대를 통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과실을 크게 책정한 것이다.
둘째, 안전지대 벗어난 후(70 : 30)에는 같은 상황에서 A차량이 안전지대를 통과했다면 A차량의 일방과실이 아닌 쌍방과실이 된다. 여전히 통행이 금지된 안전지대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A차량의 과실이 중하긴 하나, 이미 통과했다면 진로변경의 과실로 인한 B의 과실 또한 참작해 70 : 30 기본과실이 된다. 물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과실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흰색 안전지대로 표시되는 노상 장애물 표시도 안전지대일까. 흰색 사선으로 표시되는 흰색 안전지대는 근방에 노상 장애물이 있음을 알리는 표시다. 노란색 사선과 마찬가지로 흰색 사선 역시 안전지대의 일종으로 차량이 주정차할 수 없으며 주정차 시 진로변경 방법 위반 등으로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 안전지대는 원칙적으로 노란색만 인정되었으나, 2021년 4월 17일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흰색으로 표시되던 노상 장애물 표시가 폐지되고 안전지대로 통합됐다.
이처럼 사람의 안전과 직결된 중요한 곳이 안전지대임에도 평소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은 문제다. 때로는 좌회전 차선이 비어 있고, 직진 차선이 길게 늘어서 있으면 이 안전지대를 차선처럼 이용해서 좌회전 차선으로 진입하거나 심지어 교각 아래 안전지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안전지대는 말 그대로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비워 두는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히 보행자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차량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간임을 반드시 명심하고 안전지대에 진입하거나 주정차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장 경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