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가로수 말고 숲 조성해야 그린카본 효과
마을숲 만든 전통지식 새롭게 조명하고
장항습지 갯물숲 모델로 하천숲 만들어야
[고양신문] “태초에 지구는 탄소를 함유한 가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탄소를 이용해 살아가는 생물체가 등장해서 탄소를 유기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상과 지하에 탄소를 잡아 가두었다. 결국 대기에 남은 탄소는 1%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봉인되었던 탄소를 인간이 우점하는 시대인 인류세가 오면서 해제되기 시작했다. 인간이란 종이 탄소가 봉인되어 있던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인간들은 산업혁명이라고 얘기하지만, 기후생태학에서는 재앙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대략 1850-1900년쯤의 일이다.
지하에 잠든 탄소들을 깨워 대기로 올라간 가스들은 지구를 데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온실가스라고 불렀다. 이 당시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에 따른 지구 평균온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지금은 얼마나 따듯해졌을까를 저마다 어마어마한 빅데이터와 모델을 이용해 예측한 것은 기후학자들의 시나리오다.
봉인이 해제된 1850년 기준으로 대략 200년 후인 2050년에는 기후학자들에 의하면 지구는 없다. 재앙이 닥칠 것을 예견하고 있다. 최근 시나리오에 의하면 2030년에 이미 1.5도를 넘을 것이라 얘기가 나온다. 탄소의 저주가 온 지구를 엄습하고 있다. 이러다간 우린 다 죽어…”
간척·매립 되돌려야 블루카본 확보
얼마 전 지리산에 있는 생태탐방원에서 국립공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했던 이야기다. 그날 강의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반응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였다. 꽤 긴 시간 기후변화가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생태학자들이 실행한 개방필드실험(FACE)이나 국제동토대연구(ITEX) 등 다소 어려운 개념을 풀어서 설명해 주었다. 이런 연구의 결과를 보면, 지구 생태계는 지금 응급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다. 위험에 빠진 지구를 구하기 위해 응급조치도 필요하고 근본적인 처방도 필요하다. 그 신호를 읽고 처방을 내리는 것이 기후생태학이다.
내려진 처방 중에 우선 기본처방은 탄소 저장고를 지키고 늘리는 것이다. 육상에 저장된 탄소를 지키려면 숲, 습지, 연안을 지켜야 하고 이를 위해 보호지역을 전 지구의 30%까지 확대해야 한다. 저장고를 늘리기 위해서는 숲이 아닌 곳을 숲으로 돌려놓아야 하며, 습지였으나 간척, 매립된 곳을 역간척, 역매립을 통해 다시 돌려놓아야 한다. 특히 대규모 간척과 매립이 빈번했던 연안을 갯벌로 돌려놓으면 해양의 탄소, 즉 블루카본을 늘리게 된다.
탄소중립 노력 보이지 않는 국가정책
강의를 마치고 가진 토론 시간에 어느 수강생이 “블루카본 이야기는 많이 듣는데 왜 그린카본 이야기는 많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숲은 탄소 저장고라 그럴 거라고 대답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요즘 숲조성에 복잡한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사실 현재대로 우리 정부가 정책을 가져간다면 2050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이미 1.5~2도 상승은 기정사실이 되어 버렸다.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탄소 감촉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도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국민이 아무리 탄소 소비량을 줄이는 삶을 살기 위해 자동차를 없애거나 경차로 바꾸고, 반려동물 없이 살기를 선택하고, 집 안의 온도를 낮추고 플라스틱을 줄이고 등등의 실천을 한다고 해도 국가가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혁신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행주대첩 전투에서 관군이 잘 싸워 주었기에 행주치마로 돌을 나른 민초들의 노력이 의미가 있듯이 말이다.
숲 만들기, 왜 이리 까다로울까
배출 탄소는 줄이고 저장 탄소는 늘려서 손익계산을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배출 탄소를 줄이려면 석탄, 석유, 가스, 이탄, 목재연료 등 화석에너지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것이다. 특히 숲에 저장된 그린카본은 지상부의 잎이나 줄기보다 지하부의 뿌리와 토양에 저장된 탄소량이 더 많다. 이는 습지도 마찬가지여서 맹그로브숲과 같은 곳은 70% 이상의 탄소가 지하부에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무가 아니라 숲에 답이 있는 것이다. 이는 탄소 흡수원을 늘리기 위해 나대지에 나무를 심을 때도 적용된다. 산림이 아닌 지역에 단지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숲’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우리나라같이 좁은 땅덩어리에 토지이용이 집약적이고 개발 부하가 높은 상황에서는 산림이 아닌 나대지에 숲을 만드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산림이 아닌 토지를 숲으로 만드는 일은 소유권이나 관리권을 가지고 있는 주체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니 숲을 만들 주체인 산림청은 산림이 아닌 나대지에 나무를 심을 권한도 없고 의지도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산지 소유주가 나무를 베게 하고 같은 곳에 어린나무를 심는 방법밖에 없지 않았을까.
특히 도시 주변 나대지를 더더욱 절차가 복잡하다. 나대지에는 이미 개발부서들이 계획을 세우고 있고, 하천부지 하천숲 가꾸기에도 관리부서들이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도시공원 예정지들은 이미 토지가가 천정부지로 뛰어 있어 이를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그린카본을 늘리기 위해 탄소중립숲을 만들자는 주장을 어느 부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는가.
도로나 제방을 따라 나무를 선으로 심는 것은 숲이 아니다. 가로수는 면적을 낼 수 없고 숲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그린카본을 늘리기 위해서는 선단위 나무심기가 아니라 면단위 숲을 조성하여야 한다.
‘탄소제로숲’ 운동 펼치는 고양시민들
탄소중립숲의 해답을 전통지식에서 찾으면 어떨까. 예부터 마을 주변이나 강변, 바닷가에 만들었던 숲이 마을숲이다. 바람과 파도, 범람을 막고 농사에 도움이 되게 하도록 조성했었던 전통지식이다. 제방에 만든 관방제림숲이나 동네 뒷산의 대숲, 바닷가의 곰솔숲이나 파도를 막고 어업에 도움이 되게 했던 어부방조림 등 다양하다. 과거에 숲이었던 곳은 숲을 복원하면 되지만, 숲이 아닌 지역이었던 지역에는 마을숲을 만들었던 전통지식을 활용하면 좋겠다. 그래야만 생태적 기능을 담은 진정한 탄소중립숲이 만들어진다.
다행히도 고양시에서 탄소제로숲 운동이 시민들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숲이 주는 생태계 서비스를 고려하여 수종을 선택하고 그 산물을 시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한강변이라면 장항습지의 갯물숲을 모델로 하천숲을 만드는 것도 물론 환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