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서구청 여성커뮤센터 28일 운영중단 일방 통보
[고양신문] 작년 말부터 조직개편안에 여성가족과 부서 이름을 가족정책과로 변경하는 등 여성정책 후퇴 행보로 비판을 받아 온 고양시가 이번에는 여성커뮤니티센터 운영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큰 반발이 일고 있다.
여성단체 등에 따르면 고양시는 지난 1월 31일 공식블로그를 통해 일산서구청에 마련된 여성커뮤니티센터 운영 중단을 공지했다. 공지 내용은 “지난 4년 동안 다양한 시민소통공간으로 노력했던 여성커뮤니티센터가 건강가정지원센터 이전으로 2월 28일까지만 운영됨을 안내드립니다”라는 짤막한 문구가 전부였을 뿐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이도영 고양여성민우회 대표는 “이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물론 지역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누구도 알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공지된 것”이라며 “그동안 여성커뮤니티센터 조성에 함께하고 이용해왔던 입장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도영 대표의 지적처럼 여성커뮤니티센터는 그동안 여성을 비롯한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민관이 협력해서 운영해온 공간으로 의미가 컸다. 실제로 이곳은 2016년 지역 여성리더 130명으로 구성된 여성네트워크 ‘공감’에서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처음 제안했으며 이후 서구청 건립용역 과정에서 이러한 의견이 반영돼 2층에 센터 공간이 마련될 수 있었다. 당시 논의과정에 참여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여성 등 다양한 시민들의 자율적 참여와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오랜 기간 행정과 논의하고 노력한 끝에 조성된 커뮤니티 공간으로 의미가 크다”며 “이제 코로나가 막 끝나고 확산기로 접어드는 시기인데 갑자기 운영 중단을 결정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고양시는 여성커뮤니티센터 운영 중단 이유에 대해 해당 공간에 가족상담 및 부모교육 등을 담당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입주시키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담당부서인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현재 원당4구역 재개발지역에 있는 건강가정지원센터 임시 이전장소를 물색하던 중 내부 논의를 통해 여성커뮤니티센터 장소로 옮기기로 했다”며 “여성커뮤니티센터가 그동안 코로나로 이용률이 낮았던 이유도 있고 예산절감 효과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건강가정지원센터가 해당 공간에 얼마나 입주하는 지, 여성커뮤니티센터가 재운영될 가능성은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만을 전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건강가정지원센터 이전은 핑계에 불과하고 사실상 여성정책 부서 해체를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1일 고양여성민우회와 고양YWCA 등 23개 시민사회단체는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커뮤니티센터 일방적 운영 중단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오랜 세월 고양시와 고양시민이 함께 논의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여성커뮤니티 공간을 문을 닫는 이유가 시에서 운영하는 다른 센터를 이전하기 위함이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그 이유의 진실성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작년부터 이어진 여성가족과를 가족정책과로 바꾸고 여성정책 부서를 해체하려는 등 일련의 시도와 맥락을 같이하는 행보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시민의 공간을 시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운영 중단한 고양시의 결정을 규탄한다”며 “운영중단 결정을 철회하고 성평등한 시정을 펼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