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교통안전 칼럼

[고양신문] 세상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할 것처럼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다가 어느덧 따뜻한 봄의 여신이 찾아왔다. 초등학교마다 새 학기를 맞아 분주하고 아이들도 등굣길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걸음걸이를 재촉하는 모습이다. 

개학을 맞아 어린이들이 학교에 오기 시작하면서 초등학교 앞에는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동시에 어린이 교통사고 위험 또한 높아지는 시기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그래서 초등학교 등하굣길을 둘러보면 가족 중 누군가는 아이를 교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들이 다치는 일이 끊이지 않아서 일 것이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어린이(12세 이하) 보행 사상자 수는 1996명(사망 22명, 부상 1974명)으로 전체 어린이 보행 사상자의 12.1%를 차지했다. 이 중 53.7%가 방과 후 시간대인 오후 2시~6시 사이에 발생했으며, 오후 4시~6시 사이에 사상자가 특히 많았다. 학년별로는 저학년일수록 사상자가 많았다. 1학년 사상자는 23.4%로 6학년(7.3%)의 3배 이상이며 1~2학년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초등학생 보행 사망자의 71.4%를 차지해, 각별한 교통안전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보행 사상자의 76.3%는 도로를 횡단하던 중에 발생했다. 이중 횡단보도 내 사상자는 66.3%, 횡단보도 외 횡단 중 사상자는 33.7%였다. 가해 차량 종류별로 보면 승용차로 인한 사상자가 73.3%로 가장 많았다. 사망자 기준으로는 승용차 40.9%, 화물차 31.8%, 승합차 27.3% 순이었다. 승합차는 사상자 발생 비율은 6.0%였지만 사망자 발생 비율은 27.3%로 타 차종보다 사망률(사상자 중 사망자 비율)이 높았다.

특히, 운전자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 있는 횡단보도 중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 앞에서는 보행자의 통행 여부와 관계없이 일시정지해야 한다. 신호기가 없을 때 어린이 보행자가 갑자기 횡단보도로 뛰어나올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운전자는 당장 시야에 어린이가 보이지 않더라도 반드시 일시정지 후 통과하라는 취지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 발생 시는 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해 형사처벌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벌점 및 범칙금도 2배로 적용된다. 또한,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상해 및 사망사고를 일으키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중 처벌받게 된다.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 개선뿐 아니라 운전자의 인식개선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의 경우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등 대부분 운전자의 과실로 발생한다.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가 방과 후인 오후 2시~6시 집중되는 것은 무엇보다 운전자들의 안전 의식 부족이 주된 원인이다. 어린이는 도로로 갑자기 뛰어드는 등 급히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불허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올바른 보행 방법을 부모들이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올바른 습관을 길러 주기만 해도 교통사고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교통사고 예방을 위하여 어린이가 지켜야 할 안전수칙으로 ‘서다, 보다, 걷다’ 방어보행 3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첫째,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는 도로 경계석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 좌우를 살펴야 한다. 둘째, 신호가 바뀌면 차가 멈추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차가 오는 방향을 바라보아야 한다. 셋째,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야 한다. 빨리 뛰면 반대 방향을 진행하는 차에 치여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오른쪽에서 건너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운전자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첫째, 어린이보호구역 내 시속 30km 이내 서행운전 하기, 둘째,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하기, 셋째,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금지를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이제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법과 제도보다 운전자들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운전자는 차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어린이보호구역은 어린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장 경감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감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은 비단 어린 학생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이 다니는 곳, 그리고 동네에 있어서 우리가 더 안전하게 되었다고 인식될 수 있도록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아무 걱정 없이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보낼 수 있는 날도 하루빨리 다가올 것이라고 믿는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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