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치마 전사들」 대 「행주대첩」
내 작품 허락없이 차용했다
‘뮤즈컴’이 고양오페라단에 선제공격
“역사는 독점할 수 없는 것”
고양시 음악 애호가들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창작오페라「행주치마 전사들」이 공연 두 달 가량 앞두고 ‘아이디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문제의 발단은 2001년 12월 고양시 민방위교육장 콘서트 홀에서 공연한 창작오페라 「행주대첩」을 주관했던 뮤즈컴 기획의 이유재 대표가 “「행주치마 전사들」의 모체는「행주대첩」”이라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이 한국음악협회(음협) 고양지부의 사무국장으로 있을 때 사재를 털어 완성한 오페라「행주대첩」의 대본을 고양 오페라단이 모방하여 「행주치마 전사들」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고양오페라단의 김성봉 단장과 함께 음협주관의 창작오페라를 추진했었다고 밝히고 “그 후 진전이 없어 개인적으로 작곡가 장소영씨 등을 섭외하여 작품을 완성, 2년 만에 「행주대첩」을 무대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3년 전 갈라콘서트가 공연한「행주대첩」은 마땅한 공연장을 못 찾아 오페라의 하이라이트인 아리아만 골라 선보였다. 이 오페라는 일산문화센터의 개관에 맞춰 전편을 공연할 계획으로 ‘2003년 개막을 기다리며’라는 부제 타이틀을 달았다. 이 공연에서 김성봉 단장은 고문을 맡았었다.
뮤즈컴기획의 이 대표는 “「행주치마 전사들」은 내가 전문가를 통해 만든 작품을 모방한것이므로 창작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하고, 자신이 이룩한 노력의 결실을 아무런 양해없이 모방하여 새로운 작품인양 선전하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뮤즈컴이 기획업무를 중단한 상태이기 때문에 고양문화재단옇행주대첩」공연을 의뢰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행주치마 전사들」의 대본과 연출기획을 검토했다는 이 대표는 "권율 장군의 사랑이야기만 봐도 극 흐름이나 가상인물 설정 등이 「행주대첩」내용과 거의 일치한다"고 주장하고 프리마돈나를 포함한 주연급 가수 3명이 두 오페라에서 일치하는 것도 모방을 입증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성봉 고양오페라 단장은 “행주대첩은 어느 한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역사적 소재”라고 강조하고 이씨가 주장하는 극 흐름은 역사에 기록된 사실이니 모방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발탁된 출연 가수 3명은 자신이 고른 후배라며 “최고의 제작진이 만든「행주치마 전사들」을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행주대첩」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은 억지 비교”라고 주장했다.
김단장은 갈라 콘서트가 보인 아리아 중심의 공연은 정식 오페라가 아니라고 규정하고 “현재까지 완성되지도 않은 작품을 놓고 모방 운운하는 자체가 논쟁거리가 안된다”고 이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행주치마 전사들」이 행주대첩의 드라마를 역사적 사실로 부각시킨 본격 오페라임을 재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그것은 김 단장 개인의 평가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관객을 대상으로 한 당시의 설문조사 결과를 예로 들어 「행주대첩」은 높은 작품성의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3년 7월 14일자 경향신문 보도를 예로 들면서「행주대첩」을 작곡한 장소영씨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뮤직 오마이 국제음악가 전문과정'에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초청받은 뛰어난 음악인임을 상기시켰다. 「행주치마 전사들」제작진은 임긍수 작곡, 손현미 극본으로 돼있다
이 같은 쌍방의 주장에 대해 한 문화계 관계자는 “행주대첩의 이야기는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사실에 입각한 대본이라면 문제 삼을 대상이 못된다”고 말했다. 그는 「행주치마 전사들」과 「행주대첩」두 작품의 대본과 작곡이 전혀 다른 것이라면 상대방의 작품을 존중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페라 「행주치마 전사들」은 고양시 <행주문화제>의 하나로 10월 7일부터 12일까지 6일간 덕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으로 있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소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