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취재] 새와사람사이 탐조입문교육 ‘맛탐즐탐’
초보 탐조인들과 함께 호수공원 한바퀴
멋진 새들 만날 때마다 감탄사 이어져
탐조 노하우, 지켜야 할 에티켓도 설명
[고양신문] 고양에서 활동하는 탐조동아리 ‘새와사람사이’가 21일 일산호수공원에서 탐조 입문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맛탐즐탐(맛보기 탐조, 즐거운 탐조)’을 열었다. 아침 9시, 출발장소인 일산호수공원 자연학습센터 앞에 모인 12명의 초보 탐조인들에게 이날 행사의 진행을 맡은 새와사람사이 신은주 회장과 이혜영, 문경자 회원이 환영 인사를 건넨다.
“탐조를 하러 처음부터 멀리 갈 필요가 없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공원이나 녹지대, 예를 들어 이곳 일산호수공원에도 수많은 새들이 살고 있으니까요. 동네 공원길을 천천히 산책하며 새들을 찾아보고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몸도 맘도 건강해지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도 돌아보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은 취미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탐조의 필수품, 쌍안경과 조류도감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호수공원 탐조에 앞서 기초적인 탐조 에티켓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특히 강조된 것은 새를 관찰하거나 사진을 찍겠다며 새들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당부였다.
“새와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유지돼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쌍안경입니다. 쌍안경이나 망원경이 있어야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도 새들의 멋진 모습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필수품은 바로 조류도감입니다. 내가 관찰한 새가 어떤 종인지 도감을 넘기며 비교하고 확인하기를 반복하다보면 자연스레 새를 보는 안목이 쌓이게 됩니다.”
탐조 에티켓 교육도 받고, 교육용 쌍안경도 지급받고, 다양한 새들이 인쇄된 스티커도 하나씩 뽑아 옷이나 모자에 붙이고…. 모든 준비는 끝났다. 설레는 마음으로 호수공원의 새들을 만나기 위해 출발!
이름도 생김새도 제각각인 새들
가장 먼저 만난 건 멀리 메타세쿼이아 가지 끝에 모여있는 황여새 무리.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새가 아니라는데, 초보 탐조 첫날부터 운이 좋다. 연못과 정자가 어우러진 전통정원에 들어서니 여기저기 새소리가 들려온다. 연못에서 직박구리 한 마리가 목욕을 즐기고 있다. 신은주 회장이 “전통정원처럼 물과 숲이 함께 있는 장소가 새들을 만나기 좋은 곳”이라고 귀띔한다.
호숫가 버드나무 가지마다 연둣빛 잎싹이 몽실몽실 돋았다. 가지 위에서 잎싹을 따먹기에 바쁜 녀석은 쇠박새다. 신은주 회장이 박새, 쇠박새, 진박새, 곤줄박이가 한 장에 그려진 그림 한 장을 꺼내 들고 특징과 구분법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키가 큰 나무 위에는 군데군데 새 둥지도 눈에 띈다. 문경자 회원이 “인간의 손으로 못 만들 것이 없다. 새 둥지만 빼고”라는 프랑스 속담을 소개하며 새 둥지의 신비한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려준다. 평범하게만 보았던 새 둥지가 새롭게 보인다.
마른 갈대들이 하늘거리는 호숫가로 다가가 쌍안경으로 물새들을 관찰한다. 물 위에 떠 있는 건 다 그냥 오리인줄만 알았는데, 청록색 광택을 자랑하는 녀석은 청머리오리, 온몸이 까맣고 부리만 하얀 녀석은 물닭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호수공원이 새롭게 보여요”
호수 반대편을 걷는데 참가자 한 명이 발걸음을 조심스레 멈추고 잣나무 가지 한쪽을 가리킨다. 얼른 쌍안경에 눈을 대 보니 예쁜 무늬의 오색딱따구리 한 마리가 나무껍질을 타고 있다. 오색딱따구리보다 몸집이 작은 쇠딱따구리는 호숫가 관목숲에서 부지런히 먹이를 찾는다.
생태호수 남쪽의 언덕인 아랫말산도 호수와 숲을 오가는 새들에게 소중한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 “탐조를 하려면 계절별로 어느 새들이 찾아오는지, 새들마다 어떤 시간에 주로 활동하는지를 알아야 해요. 결국 많이 아는 만큼 많이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탐조일정을 마친 참가자들이 오늘 만나본 새들의 종류를 함께 체크했다. 가장 먼저 만난 황여새에서 시작해 콩새, 동박새, 되새, 붉은머리오목눈이, 딱새… 그리고 마지막에 만난 노랑지빠귀까지, 두 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무려 24종의 새들을 만났다. 당연히 전문가들의 친절한 설명 덕분이다. 참가자들은 “혼자 다닐 땐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됐다”, “호수공원이 새롭게 보인다”는 소감과 함께 감사의 박수를 전했다.
두 번째 맛탐즐탐은 고양생태공원에서
신은주 회장으로부터 행사를 준비한 동기를 들어보았다.
“새와사람사이는 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그동안 탐조인구도 늘고, 탐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제대로 된 탐조생활을 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대답이 궁색한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10주년을 기념해 탐조에 입문하려는 이웃들에게 올바른 탐조 방법과 에티켓을 전파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기로 했습니다.”
새와사람사이가 준비한 두 번째 ‘맛탐즐탐’은 4월 16일(일) 오전 9시부터 고양생태공원에서 진행된다. 참가 문의는 010-9379-4696으로 하면 된다.
<호수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새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