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호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로 총회 참가기

시민과학자들이 만든 ‘한반도 개리지도’
호주 철새총회(EAAFP)에서 관심 모아  
자매서식지와의 활발한 교류·협력 기대

호주 브리즈베인에서 열린 EAAFP MOP11 참가자들 [출처=EAAFP]
호주 브리즈베인에서 열린 EAAFP MOP11 참가자들 [출처=EAAFP]

[고양신문] 장항습지에는 봄가을에 천연기념물 개리 수백마리가 찾아온다. 러시아와 중국에서 번식하는 개리는 북한 청천강하구를 거쳐 한강하구, 금강하구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특히 북한의 청천강하구 문덕습지는 5만여 마리가 관찰되었고, 한강하구는 최근에 1000여 마리가 관찰되기도 했다. 

한반도 개리 지도 프로젝트 

남과 북을 오가는 개리들이 남북의 서해를 관통하고 있고, 특히 두 람사르습지인 문덕습지와 장항습지를 연결하고 있다. 문덕에서는 개리를 맞이하고 탐조하는 ‘물개리축제’가 개최되고 있어 한강하구에서도 개최해 볼만 한 일이다. 그래서 시민과학프로그램으로 개리지도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한반도 개리도 보전하고 습지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리자는 취지였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쉽(EAAFP) 사무국과 한스자이델재단이 지원했다. 

총회장 기조연설. [사진제공=한동욱]
총회장 기조연설. [사진제공=한동욱]

지난가을부터 올봄까지 한강하구를 비롯해 전국에 시민과학자들이 개리 데이터를 모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개리지도를 들고 3월 중순 호주에서 개최된 11차 EAAFP 총회에 참석했다. 부스 전시도 하고 발표도 했다. 18개 국가 정부와 국제 NGO 등 39개 파트너들이 모였다. 특히 황해 이슈를 다루는 회의에서 개리는 한·중·러·북을 이어주는 중요한 종이라는 인식을 같이했다.

또한 서해(황해)의 하구갯벌에 생육하는 새섬매자기는 개리 먹이원으로 중요하므로 보전하고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를 보호하려면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이 급선무며 대한민국 해수부에서 갯벌복원 및 염생식물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앞으로 국제기구들이 북한 과학자들과 함께 북한 갯벌의 개리서식지를 조사한다면 두 개의 지도를 모아 ‘한반도 개리 통일지도’를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시민과학을 기반으로 제작된 한반도 개리지도. [이미지제공=에코코리아]
시민과학을 기반으로 제작된 한반도 개리지도. [이미지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 자매결연습지, 치치하얼시 짜룽습지

이번 호주 브리즈베인의 철새 총회는 장항습지가 주요 서식지로 지정된 뒤 열리는 첫 총회였다. 코로나로 4년 만에 개최되어 장항습지를 비롯해 지난 총회 이후 지정된 서식지들에 대한 공식 인준 절차가 진행됐다. 또한 장항습지를 비롯해 11개의 자매서식지에 대한 공식적인 보고가 있었다. 

자매서식지란 동아시아와 대양주를 이동하는 철새들이 종마다 서로 다른 번식지와 월동지, 중간기착지를 이용하는데, 서로 유사한 서식지간에 자매결연을 맺는 것이다. 현재 동아시아-대양주 이동경로에는 11개의 자매서식지가 있고 그중 하나가 고양시 장항습지(EAAF 143)와 중국 헤이룽장성 치치하얼시 짜룽습지(EAAF 70)이다. 두 도시의 습지를 잇는 종은 재두루미이다. 두 습지간의 습지관리자와 시민과학자들의 교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되었는데 앞으로는 보다 체계적으로 재두루미 보전과 현명한 이용, 서식지관리, 생태교육 등에 대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AAFP 철새이동로 자매서식지를 연결한 지도. [출처=EAAFP]
EAAFP 철새이동로 자매서식지를 연결한 지도. [출처=EAAFP]

제11차 철새 총회의 주요 이슈들 

사전회의와 본회의를 합쳐 1주일가량을 온통 새와 서식지를 보전하는데 집중한 회의였다. 각자 싸 들고 온 이야기보따리들을 풍성하니 내내 즐거웠다. 가히 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제였다. 그래서 내내 서로 인사가 ‘Happy MOP!’이었는데 MOP은 파트너회의(Meeting of Partners)란 뜻이다. 

새와 관련한 이슈도 매우 다양하게 제기됐는데, 최종 11개의 결의문이 채택되었다. 여기에는 철새 보전의 다양한 부문에 적용할 새로운 인식증진(CEPA) 행동 계획 2023–2028, 국가들과 각 서식지들 그리고 자매서식지 간 협력을 위한 새로운 지침, 조류의 개체군 크기를 추정하는 새로운 방법, 철새 보전활동에 청소년 주류화를 위한 지원,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 경로에서 이동성 물새와 습지 보전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파트너, 서식지 관리자, 협력자 및 기타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침 등이 포함되어 있다.

총회장에 마련된 장항습지 전시 부스. [사진제공=한동욱]
총회장에 마련된 장항습지 전시 부스. [사진제공=한동욱]

세부 작업반의 보고 중에는 저어새작업반에서 전세계 저어새개체군이 2023년 1월 기준  6352마리로 전년도 대비 약 200마리 증가했으며 멸종단계가 다소 완화되었음을 알렸고, 황해 조류 특별작업반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됨을 환영하고 북한이 서해연안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데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보고를 하기도 했다. 

또한 바닷새 작업반은 아시아지역의 바닷새 집단번식지가 700여 개가 있으며, 우리나라에 34개가 있음을 보고하였고, 우선순위가 높은 중요한 서식지를 발굴하여 모니터링과 자료 공유, 보전이 필요함을 보고했다. 

호주흰따오기. [사진제공=한동욱]
호주흰따오기. [사진제공=한동욱]

호주 원주민들의 인상적인 환영의식

호주 브리즈베인은 도시 한가운데 숲이 울창하고 호주따오기와 여러 종의 앵무새를 비롯한 다양한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또한 맹그로브숲과 갯벌, 염습지가 풍부해 철새들의 서식지로서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총회가 끝나갈 무렵 현장답사를 간 노스 스트래드브로크 섬에 도착했을 때 민제리바부족이 우리를 맞이했다. 

특히 이들 원주민들은 코알라와 큰돌고래, 푸른바다거북, 왈라비와 함께 살아가며 새의 몸짓과 소리를 바탕으로한 전통춤 의식을 지켜가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을 위해 정화의식을 하면서 조상의 음성을 읊조리는 환영사가 내내 머리 속에 멤돈다.
“보호하고 지켜라, 우리 조상님들이 지켜 보고 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라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 생명의 시간은 인간의 역사와 견줄 수 없는 억겁의 시간이요, 인간이 간섭할 수 없는 신의 섭리다.

푸른바다거북. [사진제공=한동욱]
푸른바다거북. [사진제공=한동욱]
코알라. [사진제공=한동욱]
코알라. [사진제공=한동욱]
큰돌고래. [사진제공=한동욱]
큰돌고래. [사진제공=한동욱]
호주물도마뱀. [사진제공=한동욱]
호주물도마뱀. [사진제공=한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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