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도동 자유농장 시농제(始農祭) 열어
흙 건강하게 살리는 자연농법 실천하며
소박하게 농사짓고 재미나게 소통하고
[고양신문] 산수유와 매화, 목련과 개나리가 예년보다 이른 봄인사를 전하는 3월의 마지막 토요일(25일), 흥도동 산기슭에 자리한 자유농장에서 한해 농사의 시작을 하늘과 땅에 고하는 시농제(始農祭)가 열렸다.
여름 내내 농장 식구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줄 아름드리 느티나무에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쓴 농기가 내걸리고, 그 앞에는 천지만물의 근본을 상징하는 오방색(五方色) 제상이 차려졌다. 제상에는 흙과 불(숯)과 물, 소나무 가지와 진달래꽃, 과일과 떡, 그리고 시농제를 마친 후 파종할 싹 난 씨감자가 올려졌다.
자유농장 밭장(농장지기)인 김한수 소설가가 본인이 직접 글을 쓴 고천문(告天文)을 낭독했다. “자유농장을 굽어보는 하늘과, 자유농장을 둘러싼 숲과, 자유농장의 생명을 보살피는 흙에게 아뢰옵니다…”로 시작한 고천문을 통해 자유농장 회원들은 절망과 슬픔이 사라지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지만, 새로운 날을 꿈꾸며 흙을 일구겠노라는 다짐을 고했다. 또한 농사를 통해 지속가능한 삶의 기틀을 다질 수 있도록 자연의 정령께서 보살펴 주시기를 간구했다.
축문이 불꽃이 되어 하늘로 올려지고, 한 명 한 명 술잔과 배(拜)를 올리는 것으로 시농제가 마무리된 후 회원들은 덕담을 주고받으며 향긋한 울금시루떡을 함께 나눴다.
자유농장 시농제를 축하하기 위해 달려온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이하 고도넷) 안병덕 공동대표는 “자유농장은 고양시의 여러 고도넷 회원농장 중에서도 가장 활기차고 재미나게 활동하는 농장”이라며 “올 한해 농사가 순조롭고 풍성하기를 기원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어 “4월 8일 대화농업체험공원에서 열릴 예정인 고양시 도시농업의날 행사에도 많이 참여해 달라”는 깨알 홍보도 잊지 않았다.
40여 명의 회원들이 함께하는 자유농장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흙을 건강하게 살리는 자연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작가, 교사, 출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 텃밭을 매개로 소통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한수 밭장은 자유농장을 가꾸며 갈무리한 생각들을 엮어 ‘텃밭일기’라는 칼럼을 고양신문에 연재하고 있다. 이날 김 밭장은 직접 농사지은 울금가루를 넣은 예쁜 비누를, 박기성 회원은 베트남 농부들이 쓰는 고깔모자를 회원들에게 선물해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김한수 밭장은 “겨울동안 농장이 적막했는데, 회원들 발길이 다시 북적이게 되어 반갑고 설렌다”며 환하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