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주 기자의 공감 공간] 식사동 빵집 ‘파파블랑쉐’
프랑스산 밀가루에 물·소금·천연발효종만 넣어
씹을수록 풍미 살아나는 유럽 식사빵 전문점
빵집은 주 3일 문 열고, 이틀은 베이킹 클래스
“맛난 빵 굽는 노하우, 누구나 배울 수 있어요”
[고양신문] "오늘도 빵이 없는 날이네?"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 도서관 앞에 1인 제빵사가 운영하는 작은 베이커리 카페가 있다. 유럽 한가한 골목길에서 만날 듯한 밝은 느낌의 파란 지붕과 넓은 통창이 있는 작은 베이커리 카페는 주변에 초·중·고등학교와 어린이집이 있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빵을 사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늦게 가면 빈손으로 돌아올 수도 있고, 게다가 쉬는 날은 어찌나 많은지 일주일에 목, 금, 토 3일만 운영한다. 빵을 사기 힘든 이 베이커리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파파블랑쉐(Papa Boulanger)는 프랑스 말로 ‘아빠 제빵사’라는 뜻이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빵을 만들고자 하는 김성현 제빵사의 다짐이 담긴 베이커리는 당일 생산, 당일 판매, 직접 생산의 철칙을 지킨다. 그래서 오후 늦게 가면 그날의 인기빵은 모두 팔리고 없다. 아빠의 마음으로 아이들이 먹는 빵에 방부제와 첨가제, 유화제를 넣지 않는다는 파파블랑쉐는 2019년 코로나 속에서 오픈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먼 거리에서도 빵을 사러 오는 발길이 이어지는 유명 베이커리가 되었다.
간호사에서 동네 아빠 제빵사로
“제가 흉부외과 전문간호사 출신입니다. 특이하죠?”
근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흉부외과와 중환자실에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책임지던 남자 간호사 출신 김성현 대표는 격무를 감내하다가 결국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다. 이후 ‘아이들을 위한 제빵사’라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1895년, 프랑스 파리에 시작된 요리전문학교인 ‘르 코르동 블루 서울’에 입학했다. 제과제빵 자격증을 공부하고 도제 방식으로 베이커리에서 수업을 받아도 되지만, 전문학교를 선택한 건 완벽해야만 시작하는 고집스러운 장인정신 때문이다. 김대표는 바리스타 1급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파파블랑쉐의 빵은 자연에서 얻은 균주를 이용한 천연 이스트인 발효종을 사용한다. 하지만 밀가루 반죽 안에서 천천히 저온 숙성되는 과정을 거쳐 조금씩 자라는 발효종은 느려도 너무 느리다. 김 대표는 “샤워도우 빵은 최소 2박 3일간 숙성 발효를 거쳐야 한다”라며 “손님들은 왜 이렇게 많이 쉬냐고 하지만, 쉬는 게 아니라 계속 매장에서 빵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미네랄·영양분 많아 구수하고 오묘한 맛
페이스트리 계열을 제외한 모든 빵은 프랑스식 천연발효종인 르뱅을 넣어 저온 숙성 과정을 거친다. 파파블랑쉐의 빵들은 딱딱한 식사용 빵과 커피와 차를 곁들여도 좋은 부드러운 빵 두 종류로 나뉜다. 소금, 밀가루, 발효종만 넣고, 긴 저온 숙성과 발효 과정을 통해 글루텐 형성을 줄여주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는 장점이 있다.
밀가루와 천연발효종, 물, 소금만 들어간 파파블랑쉐의 빵들은 처음에는 심심하지만 씹을수록 복잡 미묘한 감칠맛이 감돈다. 이곳의 모든 빵은 프랑스 밀가루와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한다.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밀가루가 가지고 있는 단백질의 양에 따라 박력, 중력, 강력으로 나뉘지만, 프랑스 밀가루는 밀의 겉껍질 함량에 따라 나뉜다. 온전히 전통방식으로 굽는 파파블랑쉐의 바게트는 미네랄과 영양분이 많이 함유된 프랑스 밀가루로 만들어 구수하고 영양분도 높다.
다섯 시간 넘게 진행되는 베이킹 클래스
파파블랑쉐에서는 베이킹 클래스도 운영한다. 졸업 후에도 베이커리 공부와 노하우를 쌓아온 김 대표는 “집에서도 누구나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만드는 방법을 이웃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단순한 레시피 전달만이 아닌, 나라별 밀가루의 차이부터 시작해 꼼꼼한 정보들을 알려드립니다. 계량과 발효의 모든 과정을 같이하기 때문에 보통 10시에 시작해서 3~4시까지 진행되죠.”
남다르게 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반죽의 변화가 제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진행되는 베이킹 클래스 일일 강좌는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빵 맛있게 보관하려면? “꽁꽁 얼리세요”
방금 만든 빵이 제일 맛있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새벽부터 빵집에 갈 수는 없는 일. 빵을 오랫동안 맛있게 먹으려면 우선 먹을 만큼 소분하여 공기와의 철저한 차단 후 냉동실로 직행해야 한다. 냉장고는 냉기로 찬 공기를 유지하기 때문에 빵이 바싹 말라버리기 때문이다. 촉촉한 상태로 얼린 빵은 자연해동이나 에어프라이어, 프라이팬을 이용해 노릇하게 구우면 처음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날씨가 좋은 주말, 파파블랑쉐에서 그날의 빵을 사들고 가까운 식사도서관에서 책 한 권 빌려 근처 공원에서 독서와 미식을 같이 즐겨보는 건 어떨까?
베이커리 ‘파파블랑쉐’
고양시 일산동구 위시티3로 53-14
영업시간 목·금·토, 오전 10시~오후 6시
인스타그램 @papa.boulanger
문의 031-969-43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