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산 자락에 둘러싸인 아늑한 습지
물속 들여다보니 어마어마한 올챙이떼
고양자연생태연구회 5년째 모니터링
“소중한 생태보고, 지금처럼 지켜졌으면”
[고양신문] “덕양산 기슭의 두꺼비들이 모여들어 짝짓기를 하고 산란을 하는 습지가 행주산성 바로 아래쪽에 있어요. 지금쯤 가보시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두꺼비 올챙이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행사장에서 우연히 만난 고양자연생태연구회 이정희 대표가 건넨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현장을 찾아간 14일 오후, 이정희 대표와 황유정·서아영 회원이 기자를 맞는다. 고양시 곳곳의 숨은 생태보고를 찾아내 모니터링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고양자연생태연구회는 5년 전부터 이곳을 찾아와 두꺼비를 중심으로 생태 모니터링을 진행해왔다고 한다.
회원들이 가칭 ‘행주산성 습지’라고 이름 붙인 습지는 행주산성 아랫자락 활터인 충훈정 바로 옆, 행주외동 새작골마을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나지막한 덕양산 줄기가 사방을 감싸고 있고, 주변 숲과 농경지가 어우러진 풍광이 수면에 반사되는 700여 평 넓이의 제법 넓은 연못이다. 이정희 대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수면 아래로 검고 긴 띠가 이어져 있었다.
“저게 모두 두꺼비 올챙이떼예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콩알만한 올챙이들이 엄청난 규모의 무리를 이루며 헤엄치고 있다. 검은 올챙이떼는 연못 둘레를 한바퀴 도는 동안 끝없이 이어졌다. 뜰채로 뜨면 수백마리가 한번에 올라올만큼 밀도가 높았다.
“덕양산 숲에서 살아가는 두꺼비들이 2월 짝짓기철이 되면 이곳 행주산성 습지로 몰려들어요. 그리고는 3월 중순부터 갈대와 같은 습지식물 줄기에 알주머니를 줄줄이 걸어놓지요. 이곳에서 부화한 올챙이들은 성체가 되어 5월 중순 무렵, 비가 오는 날을 택해 자신이 살아갈 숲으로 대이동을 합니다. 그게 또 장관이지요.”
행주산성습지가 자리한 사유지는 선대부터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온 유선구·이무자 부부가 거주하고 있다. 이무자씨(75세)는 “얼마전까지도 두꺼비뿐만 아니라 도룡뇽 물방개 등 많은 생물들이 살았는데, 주변에서 진행된 공사 때문인지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유선구씨(79세)도 “물속에 잉어, 붕어, 새우, 송사리, 미꾸라지가 살고, 백로 물까치 등 새들도 많이 날아온다”고 설명했다.
유선구씨 부부는 바닥에서 물이 샘솟는 용출습지인 이곳을 한때는 벼를 심는 논으로 사용해 ‘샘배미’라고 부르고 있다. 수량이 늘 풍부해 주변 논에 물을 대고도 남았다고 한다.
그동안 지역주민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샘배미 습지는 덕양산 중심의 숨겨진 생태보고임에 분명해 보이지만, 앞날은 불투명하다. LH가 새작골 일대를 수용해 행주산성과 행주산성역사공원을 연결하는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개발 과정에서 습지가 사라지게 되면 덕양산의 두꺼비들은 산란처를 잃게 되는 셈이다.
이정희 대표는 “수용이 언제 이뤄질지, 어떤 모양으로 개발이 진행될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행주산성 습지의 생태적 가치가 올바로 평가되어 덕양산 두꺼비들의 유일한 산란처가 지금의 모습처럼 온전히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