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오건호(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행신2동 주민자치위원)

오건호(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행신2동 주민자치위원)
오건호(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행신2동 주민자치위원)

 

[고양신문] 내년이면 나도 환갑이다. 아직 노인이라고 불리려면 한참 시간이 남았지만 그래도 환갑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내 노후가 어떠할지 이 생각 저 생각이 떠오른다. 안타깝게도 머리를 계속 맴도는 건 은퇴 후 여유보다는 걱정거리들이다. 젊었을 때 노후 준비를 충분히 했으면 모르겠지만 상당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질듯하다. 

그러다 다다른 곳이 ‘내가 사는’ 동네이다. 은퇴 전에는 출근하는 직장을 거점으로 바쁘게 오고가며 살았다면 노년이 되면 동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내가 사는 곳에서 평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예비 노인으로서 무난한 노후를 위한 몇 가지 과제를 생각해 본다.

우선 또래 노인들과 어울릴 공간이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아파트 단지 등 동네마다 노인들이 모일 수 있는 경로당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근래 여러 경로당들을 관찰해본 경험에서 보면 개선해야 할 점이 참 많다. 아직은 누구나 편하게 머무르기엔 문턱이 존재하고, 남성 노인들이 찾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무언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드물다. 나아가 노인들에게 적합한 동네 텃밭, 노년학습소, 레크레이션 공원 등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노인의 ‘열린 공간’ 만들기에 더 정성을 쏟아주기 바란다.

현행 노인일자리도 참여자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공익형은 한달에 30시간 활동하면 27만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노인일자리는 노동시장에서 경쟁에 기반하여 작동하는 ‘경성’ 일자리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협동을 토대로 진행되는 ‘연성’ 일자리, 더 정확히는 지역사회 노인참여 활동이다. 그렇다면 사업의 핵심은 ‘참여’에 있으며 사업의 운영도 지역사회단체, 주민자치회 등 ‘아래로부터’ 주관되어야 한다. 앞으로 이웃 돌봄, 동네 관리와 함께 노년학습, 문화건강활동 등 자기계발까지 포괄하는 노인참여활동으로 확장되기 바란다. 노인들이 자기 역할을 확인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뿌듯함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당연히 노후를 보낼 생활비도 필요하다.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일부 예금이 있으며, 연금급여까지 가진 사람이리면 걱정은 없겠지만 집도 없고 연금소득도 미미한 은퇴자에게 노년은 불안의 기간일 수밖에 없다. 서구와 비교하여 한국에서 노인빈곤율이 높은 결정적 이유는 공적연금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등은 이미 수령액이 정해진 급여이므로 은퇴자에게 새로 제공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조세 기반의 기초연금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노인 70%에게 월 32만원이 지급되는데, 높은 노인 빈곤 상황을 감안하면 대상 규모는 줄이더라도 금액은 처지에 따라 두텁게 지급하도록 대폭 올랐으면 좋겠다. OECD 회원국들도 우리나라처럼 국민연금과 별도로 기초연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고 금액은 우리보다 평균 2.4배 높아 우리나라 금액으로 80만원 수준에 이른다. 기초연금을 가난한 노인을 두텁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보강하면 최소한 어느 동네에 살든 절대 빈곤의 두려움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믿을만한 요양돌봄이 절실하다. 언젠가는 거동이 어려워져 타인의 돌봄이 필요한 때가 온다. 이미 가족에 돌봄을 의존할 수는 없는 시대이므로 사회적 돌봄이 답이지만 현재 요양돌봄체제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초고령사회가 눈 앞에 왔음에도 정부가 책임지는 공공 요양시설은 찾아보기 힘들고 민간기관들의 서비스 수준은 믿음을 주지 못하니 요양시설을 바라보는 노인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이렇게 요양돌봄에 대한 불안, 심지어 두려움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현행 방식을 놔둘 수는 없다. 정부가 대대적인 재정 투자로 요양인프라를 확충하고 운영에서도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신뢰의 돌봄체계가 필요하다.

동네의 열린 공간, 지역사회 참여활동, 최소 생활비, 그리고 믿음직한 요양돌봄, 모두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생각에만 머무를 수는 없지 않은가.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 모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자. 평안한 노후를 바라는 주민들의 열망을 모아 제도도 정비하고 재정도 마련하자.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