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불자들 연합체 이끌어
매년 10월, 30가구에 연탄봉사
식사봉사·기부금으로 소외층 도와
다음달 18일에는 연등행사 개최
[고양신문] “개인은 절대로 혼자 살 수 없다. 만약 자신만의 우월감 속에 고립된다면, 그 사람의 미래는 보나 마나다.” 일평생 돈을 만져온 마쓰시타 고노스케 전 파나소닉 사장이 남긴 구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세속적인 경제인의 말 속에서 현대 한국 불교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세속과의 단절’, ‘고요한 산사’, ‘침묵 속 깨달음’. 얼핏 보면 무엇보다 숭고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가려져있다. 바로 한국 불교가 부처의 근본 가르침인 ‘이타’와 ‘실천’에서 벗어나 대중과 단절된 채 신비적 종교가 되었다는 것. 승려 홀로 얻은 깨달음 속에는 부처와의 만남은커녕 마쓰시타가 앞서 말한 ‘고립’만 존재할 뿐이다. 이때, 공허한 침묵을 향해 대덕스님이 한마디 던진다. “부처가 산으로 들어가선 안 되오, 사람 속으로 들어가야지.”
대덕스님(77세)은 광명사의 주지로, 현재 고양시 불교사암연합회(이하 연합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2002년 출범한 사암연합회는 고양시 사찰 40곳을 주축으로 30년 동안 지역사회에 헌신 해 왔다. ‘수행’이 아닌 ‘실천’하는 불자들이 모여, 이웃들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취지였다. 이 같은 담백한 가르침 속에서 연합회는 봉사자들을 양성해, 이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현재까지 연합회를 거쳐 간 봉사자들만 약 1800명에 달한다.
“‘인생난득 불법난봉(人生難得 佛法難逢)’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으로 환생하기란 어렵고, 부처의 가르침을 깨닫기란 더 어렵다는 뜻이죠.” 하지만 대덕스님의 생각은 다르다. “깨달음을 얻어 스스로 부처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오롯이 나를 바쳐 가르침을 실천하면 언젠가는 그 순간이 오죠. 저는 봉사를 통해 우리 이웃들이 육체적·사회적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날 때, 깨달음이 제 발로 찾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사회참여’와 ‘실천’에 무게를 둔 불교철학 위에, 연합회는 지역사회를 위한 여러 봉사활동을 주최해왔다. 매년 10월마다 고양동 30가구를 대상으로 연탄 봉사를 진행하는가 하면, 수익금을 바탕으로 경찰관·전과자의 자녀들에게 장학금도 지원한다. 또한 시 행정이 미처 챙기지 못한 소외계층을 돕는 기부금도 모금한다. 하지만 수많은 활동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무료 식사 봉사이다.
매주 평일 점심, 사암연합회의 ‘자비나눔의 집’에선 고양시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점심을 제공 중이다. 해당 봉사 프로그램은 53명의 후원자의 기부금과 시 보조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대면배식이 아닌 도시락 배달의 형태로 식사 봉사를 이어왔다. 재난으로 시작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도시락은 예상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면배식의 경우 식사량이 적은 노인 특성상 음식이 남는 경우가 있지만, 도시락은 한 끼 식사를 노인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점심·저녁 두 끼로 나눠먹을 수 있어 더 좋다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 종식으로 언제든지 대면배식으로 전환 가능하지만, 연합회는 도시락 배달을 고집하고 있 다.
대덕스님은 “만약 노인분들과의 적극적 소통이 없었다면, 코로나로 배식봉사는 흐지부지 되었을 겁니다. 봉사 중 만난 어르신들의 이야기에서 깨달음을 얻어, ‘도시락 배달’ 방식을 도입할 수 있었어요”라며 “한국 불교의 미래는 ‘대중’과의 소통에 있습니다. 우리 연합회의 ‘도시락 배달’처럼 많은 불교도가 자신만의 수행 세계가 아닌 이웃들 속에 녹아들어 지역사회와 종교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길 희망합니다”라고 밝혔다.
올해 석가탄신일(5월 27일)을 앞두고, 사암연합회는 5월 18일 오후 5시부터 화정역광장에서 연등행사를 개최한다. 5월 1일부터 10일까지 사전신청 시, 무료로 연등을 받아 소원을 적어 행사 당일 연등 탑에 걸 수 있다. 대덕스님은 “이번 행사가 지친 소시민들을 위로해 주었으면 합니다. 연등탑에 건 자신의 등불이 다른 사람들의 불빛과 만나 더 밝은 빛을 낼 때, 비로소 우리 사암연합회가 추구하는 ‘함께하는’ 불교철학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석가탄신일, ‘침묵’이 아닌, ‘환한 왁자지껄함’으로 가득 찰 화정역의 모습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