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회 고양포럼 강연 한동욱 PGA생태연구소장
[고양신문] 고양신문과 고양탄소제로숲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제96회 고양포럼이 17일 일산동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초청 강의자는 고양시를 기반으로 다양한 생태모니터링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한동욱 한국PGA생태연구소장(가톨릭대학교 의생명학과 겸임교수)이다. 한동욱 소장은 이미 현실로 다가온 기후위기 문제를 생태학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그 해결책으로 탄소제로 숲 조성을 통한 ‘생태계기반해법(EbS)’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제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습지를 보전하고 확대하는 정책이 시급하다며 고양시를 넘어 남과 북이 함께 한강하구 습지협력을 모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동욱 소장의 이날 강의내용을 요약정리했다.
온도상승 현 추세면 고양시 침수위협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는 생태학자의 시각에서 볼 때 훨씬 더 복잡하고 심각하다. 생물다양성의 소멸로 인한 멸종위협, 먹이그물의 교란으로 인한 생태계 붕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될 경우 산호초의 99%가 위험에 처하게 되며 해양 어획량이 300만톤 감소하고 동식물 상당수가 서식지를 상실하게 된다.
고양시를 예로 들어보자. 홍수 침수피해 예상 그래프에 따르면 멀지 않은 미래에 일산지역이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인간사회가 느끼는 위협이 이 정도 수준인데 하물며 말 못하는 생명체들의 미래는 어떨까. 학자들 예측에 따르면 현재의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양서류와 포유류, 파충류, 어류 순으로 차례로 멸종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개별 종에 대한 위협을 넘어 생태계의 연결고리인 상호작용에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학자들은 이미 IPCC 6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기온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2010년 대비 이산화탄소를 45% 이상 감소시켜야 한다. 하지만 2021년 기준 3억톤의 이산화탄소가 오히려 오버 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 기후변화 징후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2022년 겨울 동해안과 여름 서해안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최대 2도 증가했다. 호수공원 왕벚나무 개화일이 지난 7년간 평균 7일 빨라졌다. 이로 인해 동식물 간 상호관계가 깨지면서 올봄 벚꽃꿀이 사라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국가기후변화생물지표종들의 서식현황을 살펴봐도 적갈색따오기나 팔색조 등 남방계종이 고양시에서 발견되고 저어새 등의 월동지는 북상하는 등 기후변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녹색+청색탄소 늘리는 ‘생태계기반해법’ 필요
이처럼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지만 정작 각 국가들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인간사회 스스로 줄이지 못한다면 자연이 해결해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생태학계에서는 최근 녹색탄소와 청색탄소를 늘리고 갈색탄소와 흑색탄소를 줄이는 ‘생태계기반해법’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즉 화석연료 등을 통해 나오는 탄소는 줄이고 습지와 숲을 통해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늘려서 탄소제로(Net-Zero)를 실현한다는 방안이다.
녹색탄소를 늘리는 방안은 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나무심기는 탄소를 일정기간 고정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생태계 물질순환과정에서 탄소를 영구 격리할 수 있는 숲 조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취지로 고양시는 작년부터 탄소제로숲 조성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많은 지지와 참여가 필요할 것 같다.
내륙습지를 보전, 복원, 조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 역시 모양만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순환이 가능한 제대로 된 습지를 복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습지는 거대한 탄소흡수기능을 하지만 배수나 간헐적 건조를 반복하면 자칫 더 많은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을 발생시키게 된다. 핵심은 단순히 인간을 위한 공원을 넘어 생태계탄소(녹색탄소+청색탄소)의 저장고를 늘리는 공원을 만드는 것이다.
습지보전 위해 남북협력 확대돼야
습지조성운동과 남북문제는 어떻게 연결될까. 람사르습지협약에 등재된 고양시 대표 습지인 장항습지의 지정학적 위치를 살펴보자. 장항습지는 한강하구 생태계로 연결되어 있고 이는 고양뿐 아니라 김포, 파주, 강화 공동의 자산이므로 지자체 간 협력이 중요하다. 시야를 더 넓히면 한강하구와 임진강하구, 예성강하구의 연결성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남과 북은 하나의 생태지역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습지보전을 위해 북한과 함께 할 일이 많다. 마침 북한이 최근 습지와 생물다양성관련 협약에 가입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강하구의 장항습지와 청천강하구의 문덕습지는 같은 람사르습지이자 철새네트워크사이트에 등록돼 있으며 하구생태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사)에코코리아가 진행하는 개리프로젝트를 북한과 연계해 한반도 개리 통일지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문덕습지에서 매년 개최된다는 개리맞이 철새축제를 남북이 각각 개최해 최초의 남북동시모니터링을 해보면 어떨까. 이렇게 남북생태협력이 성공한다면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전체를 남북공동 람사르습지로 지정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