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별 용적률·대지지분 차이
갈등 심화로 추진 더디게 해
주민 의견 조율하는 기구 필요 
공공기여 방법도 논의 되어야

[고양신문]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의 기본방향이 지난 2월 발표됐지만, 정작 주민들은 이 특별법이 의도하는 통합재건축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몰라 보완책이 요구되고 있다. 통합재건축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특별법에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합재건축은 여러 개의 단지를 하나로 묶어 재건축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국토부가 입법을 추친 중인 특별법은 여러 단지를 ‘특별정비구역’으로 묶어 재정비 사업을 추진할 경우에 안전진단 완화 혹은 면제,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특별법은 개별단지 재건축은 고려 밖으로 두고, 통합재건축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일산신도시를 방문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통합할수록 공공 기여가 커지기 때문에 이익을 많이 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단지마다 용적률, 대지지분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사업성 여부를 놓고 단지 간 갈등이 생겨날 수 있어 ‘신속한’ 재건축이 쉽지 않다. 정부와 고양시가 ‘투트랙’으로 수립해야 할 마스터플랜 역시 아무리 빨라도 내년 말경 혹은 2025년 초에 완성된다는 점도 신속한 재정비와 거리가 멀다. 고양시가 지난달 착수보고회를 가진 ‘2035 고양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용역도 21개월이나 걸려 2025년 1월이 되어야 윤곽이 드러난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개별단지 재건축을 서두르던 아파트 주민들은 통합재건축에 대한 반감도 가지고 있다. 개별단지 재건축을 추진했던 백석5단지의 한 주민은 “대지지분과 분담금이 아파트 단지마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주민 의견을 통합하기가 매우 힘들다. 주민들은 빨리 재건축을 해서 새 아파트에 들어가기를 원하는데, 정부 발표대로 통합재건축을 한다면 15~20년을 훌쩍 넘기게 된다”고 말했다.

통합재건축, 총괄기획가도 어려워해 
2일 고양시·한국부동산학회·한국도시설계학회가 주최한 ‘고양형 노후계획도시 정비전략 심포지엄’에서도 이러한 점이 지적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박인권 경기주택도시공사 노후신도시정비단장은 “통합재건축이 성공하려면 뉴타운이 겪은 실패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뉴타운 실패의 주요 원인이 주민 간 갈등이었다. 하나의 단지 내에서도 의견을 통합하기가 어려운데 통합재건축을 하면 의견을 모으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총괄협의체를 만들어 주민 간 의견 차이를 조율할 수 있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준형 일산신도시 총괄기획가는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통합재건축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 통합재건축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저도 사실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국토부 입장에서도 구체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별정비구역이 논의되기 이전에 통합재건축의 방법론이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특별법에 담겨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이 특별법의 기본방향인 통합재건축으로 갈지, 아니면 이와 무관하게 개별 재건축으로 갈지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고양형 노후계획도시 정비전략 심포지엄’이 2일 덕양구청에서 개최됐다. 이날 김준형 일산신도시 총괄기획가(맨 왼쪽)는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통합재건축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형 노후계획도시 정비전략 심포지엄’이 2일 덕양구청에서 개최됐다. 이날 김준형 일산신도시 총괄기획가(맨 왼쪽)는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통합재건축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고양시에서 통합재건축을 추진 움직임을 보이는 단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일산동구 강촌 1·2단지·백마 1·2단지(총 2906가구)를 통합재건축 추진위는 지난달 11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추진위는 평균 대지지분 22.6평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평형대에서도 모두 32평 이상의 중대형으로 유사하다는 점을 통합재건축 추진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산 후곡마을 3·4·10·15단지(총 2564가구)도 작년 5월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발대식을 개최하며 추진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들 단지 외에 통합재건축을 표명하는 단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통합재건축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뜻 주민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시다발 주택공급에 분양될까 
특히 통합재건축은 단순히 용적률을 높여 가구수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라 기반시설 확충까지도 수반되어야 하는 문제다. 통합재건축으로 늘어난 인구를 수용할 도로, 학교, 공원,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어떻게 확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현재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재건축 사업성에 대한 우려도 지적됐다. 김준형 총괄기획가는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주된 관심은 재건축의 사업성과 분담금이다. 특별법이 일산신도시가 가지고 있는 제한적인 사업성을 크게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주민들도 인지하고 있다. 수도권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주택공급 상황에서 일산신도시 아파트의 용적률이 완화되더라도 일반분양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냐는 의문이 생긴다. 따라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사업성에 대한 보완책이 특별법에 포함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현재는 용적률 완화에 따른 사업성이 어느 정도 나올지 주민들 사이에 공유가 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사업성 예측 없이 주민동의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사업성과 관련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공공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이러한 점이 특별법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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