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석 칼럼 [내일은 방학]

송원석 문산고 교사
송원석 문산고 교사

[고양신문] 학생 자치에 대한 강의를 4월에만 3번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자치 역량이 중요한 시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교사 대상의 연수가 대부분이지만, 학생 대상 강의를 진행할 때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더 맞게 됩니다. 솔직함에서 나오는 소통의 힘이 아이디어를 샘솟게 합니다. 학생 자치 연수를 듣는 대상은 주로 학생회 임원 또는 학급 회장, 부회장입니다.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최소한 70회 이상은 했으니 속마음 읽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소위 리더로 불리는 그들의 속마음은 대략 이렇습니다. 

회의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친구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서 고민스러울 때가 많아요/ 내가 봉사자인지, 심부름꾼인지, 학생 대표인지?/ 학생회 활동이 나의 성장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앞서서 나가는 이들이 겪는 일반적인 고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와 자치를 글로만 배운 그들에겐 학급회의 시간이 공포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고민하고 고생하고 있는 학생회 대표들에게 따뜻한 말을 해줘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리더가 아닌 일반 학생들의 속마음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말해봤자 소용이 없어요/ 소수의견을 존중한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다수결이잖아요/ 진짜 우리가 원하는 의견을 학생회는 대표하지 않아요/ 선생님이 하는 말씀이랑 반장이나 학생회장이 말하는 게 똑같아요(규칙 지키기, 바른 생활)/ 우리는 어차피 정해진 것 중에서 골라야 해요. 그건 선택이 아니에요/ 혼자 하는 게 더 편해요

학생회 대표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 제목이 ‘학생회 자치 NO, 학생 자치 YES’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각각의 속마음을 서로에게 전달하다 보면 어느새 눈이 커지고 입이 열리면서 시도할 일을 상의하는 그들을 보게 됩니다. 중재자를 통해 서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 갈등 해결의 시작입니다. 

이런 서사와 함께 ‘성실한, 모범적인, 착한’보다는 ‘자율적인, 공감하는, 자기 생각이 있는’ 학생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며 5월의 첫 강의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활동지를 과제로 남겼습니다. ‘흥미진진한’과 ‘획기적인’의 차이는 재미와 신선함의 차이라고 설명하면서 말이지요. 지면이 부족하여 24개 중 5개만 공유합니다. 학교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셔도 옛날 학생 시절을 생각하시면서 구분해 보세요. 

Q. 학생 자치 활성화를 위한 다음 방안을 ‘현실적인, 흥미진진한, 획기적인’으로 구분하시오.
1. 학급 자치 회의를 월 1회 실시한다.
2. 학생 대의원회에서 의결된 사항을 교직원 회의 제1호 안건으로 처리한다.
3. 교과별 교육과정을 계획하거나 학교별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때 민주시민 교육을 반드시 포함한다.
4. 학교 홈페이지에 재적 학생 5분의 1의 동의로 청원이 올라오면 학교는 답변할 의무를 가진다.
5. 선거 교육을 포함한 일체의 정치 참여 교육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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