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불과 1년 만에 남북 대결과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대결의 냉전구도를 전면적으로 복원시켰다. 1988년 노태우 정부 출범 이후 30년 이상 역대 정부가 견지해왔던 냉전 해체와 남북 협력의 정책 기조를 완전히 뒤집은 외교 반정(反正)이다. 가히 17세기 초 명·청 교체기에 광해군 정부의 균형 외교를 전면 폐기하고 친명(親明) 사대외교를 부활시킨 인조 반정에 비견되는 사건이다. 조선은 인조 반정을 통해 친명 노선으로 선회해 청(淸)과의 대결 구도를 명확히 하면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불렀고, 이로 인해 사실상 망국으로 치달았다.  

노태우 정부는 보수 정권이었지만 출범 후 북방 정책을 추진하며 그간 적대 관계였던 소련·중국·동구사회주의국가 등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또한 국민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입안·발표하고 북한과 화해·협력의 시대를 열었다. 이는 6.25 전쟁 이후 한반도에 고착되었던 냉전구도를 해체함으로써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고, 공산권 국가들과 교류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요구였던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정책이었다. 노 정부 이후 보수·진보세력이 번갈아가며 정부를 운영했지만 위 정책 기조는 계속 이어졌으며, 탈냉전 시기 30여 년을 거치며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대결의 냉전구도를 초래한 윤석열 정부.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대결의 냉전구도를 초래한 윤석열 정부. 

윤 정부의 냉전 진영 대결 구도 복원

윤석열 정부는 30여 년 이어져 온 냉전구도 해체와 남북 화해의 외교정책 기조를 단기간에 거친 방식으로 뒤집었다. 윤 정부 출범 이후 남북은 빠르게 적대관계로 바뀌고 군사적 긴장은 가팔라졌다. 1년 동안 남북한 당국 대화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으며, 군 통신선을 비롯한 모든 남북 직통선이 끊겼다. 돌발 상황에서 오해로 인한 군사 충돌을 막을 수 있는 긴급 소통창구마저 닫힌 것이다. 남북한은 상대를 적으로 규정한 채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끊임없이 쏘아대고 남한은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으로 맞서며 서로를 자극하고 있다. 

윤 정부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준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중국·러시아를 자극해 한반도를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 대결장으로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로이터통신> 인터뷰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했다. 중국이 핵심 중 핵심 국익이라고 주장하는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의 내부문제가 아니라 남북 문제처럼 세계적 문제라면서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즉각 중국의 격렬한 반발이 나왔다. 중국은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이례적으로 연일 윤 정부를 성토했으며,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에 대해 중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한다며 북한·중국·러시아 3각 연대 차원의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우크라이나에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무기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러시아의 반발을 불렀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한국의 무기 지원은 전쟁 개입을 의미한다고 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만약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 한·러 관계는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일 날선 말들을 쏟아내며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외교관계. 
연일 날선 말들을 쏟아내며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외교관계. 

왜 윤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는 걸까? 중국·러시아를 자극해 얻는 국익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이 와중에 한국의 무역수지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20년 이상 흑자 기조를 유지했던 한국이 최근 1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에서 올해 처음으로 적자가 발생하였다. 그간 한국이 만성적인 적자상태를 벗어나 최근 20년 이상 무역 흑자를 유지했던 데는 대중국 수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중국 비중은 절대적이다. 2021년 중국과의 교역액은 3015억 달러로서 홍콩 교역액 397억 달러까지 합치면 미국(1691억 달러)·일본(847억 달러)·유럽연합의 합계와 비슷하다. 우리가 중국과 외교 관계에 공을 들여야 할 이유이다. 러시아 시장도 초토화되었다. 스마트폰·가전 1위, 자동차 2위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러시아 시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철수하고 말았다.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 윤석열 외교 반정

윤석열 정부는 왜 이러는 걸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윤 대통령은 국익에 배치되는 행위에 올인하는 걸까? 먼저, 북한의 핵위협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수시로 윤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는 한·미·일 군사협력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도를 두고 영토 분쟁을 하고 있는 일본과 준동맹 수준의 군사협력을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 적으로 돌리는 행동도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북한 위협이 심각하더라도 선을 넘어 너무 많이 나간 것이다. 사실 북한 위협은 분단 이래 늘 있었던 상수가 아닌가? 1994년 1차 북핵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2010년 천안함이 피격되고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지는 심각한 안보 위협 속에서도 한국 정부는 이 선을 넘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김영삼, 이명박 대통령이 이끄는 보수 정부였다. 북한의 핵 위협 때문에 윤 정부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국제정세가 신냉전으로 바뀌어 미·중 가운데 어느 한 쪽에 줄서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윤 정부 인사들은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전 세계적 냉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국익을 위해서는 승자가 될 미국 편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싶다. 정말 그런 걸까? 지금의 국제정세가 냉전의 상황인가? 

미·중 사이 전개되고 있는 전략경쟁은 과거 미·소 냉전시대의 진영 대결과 전혀 다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진영화는 미소 냉전시기 공산주의 대 반공주의의 이념 대결을 바탕으로 양 진영이 전면적으로 군사·정치·경제적 대결을 했던 것과 다르게, 이념이 아닌 국익을 중심으로 선별적·파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남아시아의 강국 인도, 남미의 대국 브라질,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 제재에 불참했으며, 미국이 요구하는 진영 가담 요구에 코웃음치고 있다. 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의 중심 국가들도 중국과 경제 분리(decoupling) 정책에 공개적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정세인식이 초래할 위험  

지난 30여 년의 탈냉전 시기 동안 세계화로 인해 각국이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어 전면적 진영화는 불가능하다. 심지어 대결 당사자인 미-중 간에도 경제적 의존이 심화돼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기업과 소비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전면적인 중국 디커플링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정부 혼자 자유·인권·법치 등 가치동맹을 외치며 중국 봉쇄에 나대다가는 바보 되기 십상이다. 

백장현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장
백장현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장

반정은 명분이 뚜렷해야 성공하는데 윤 정부의 반정은 터무니없는 정세인식 속에서 졸속으로 국민적 공감 없이 추진되고 있다. 윤 정부의 외교반정으로 인해 치러야 할 군사적·경제적 대가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과 그 주변 극우 강경파 인사들의 퇴장 외에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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