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의 땅, DMZ를 걷다』 출간한
박경만 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15년 DMZ 곳곳 누비며 만난 생태·역사·삶 
깊이 있는 시선으로 엮은 종합 인문서 
15~22일, 한양문고에서 <DMZ 사진전> 개최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파주 교하도서관에서 만난 박경만 작가.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파주 교하도서관에서 만난 박경만 작가. 

[고양신문] 풍요로운 자연이 보전된 생태 보고, 남과 북이 대치하는 긴장의 땅, 대한민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미래의 관광자원…. 모순적인 이미지가 혼재하는 DMZ 곳곳을 15년 동안 취재해온 박경만 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가 500km에 이르는 DMZ의 생태와 역사,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아낸 『두루미의 땅, DMZ를 걷다』(사월의책)를 출간했다. 책에는 서쪽 끝 백령도와 연평도, 강화 앞바다의 섬들에서 시작해 고양을 거쳐 파주로 이어지는 한강하구와 임진강, 한탄강 유역, 그리고 강원도 산길과 동해안까지, 저자가 접경지역 전체를 두 발로 걸으며 만난 DMZ의 다채로운 모습들이 생생한 사진과 함께 담겼다. 

[이미지제공=사월의책]
[이미지제공=사월의책]

그동안 DMZ의 비경을 담은 사진집과 답사기 등이 종종 출간되기는 했지만 자연과 역사, 인근 주민들의 삶의 모습과 미래의 비전까지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아우른 종합적인 DMZ 인문서는 『두루미의 땅, DMZ를 걷다』가 처음이라 할 수 있다. 1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경기도 접경지역 담당 기자로 일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저자 스스로도 책 머리말에서 “운 좋게도 나는 코끼리의 다리나 꼬리가 아닌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 머리말의 첫 문장에서 “나를 DMZ의 영혼 깊숙한 곳으로 이끈 것은 두루미였다”고 말한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새, 철원평야에서 처음 두루미와 눈이 마주친 순간의 전율이 DMZ를 향한 저자의 뚝심 있는 열정의 출발이 된 것이다. DMZ가 모순된 얼굴을 품고 있듯, DMZ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 또한 경이로움과 안타까움이 수시로 교차된다. 감탄사가 절로 나는 절경을 바라보며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를 읽어내기도 하고, 과거에서 현재까지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역사의 도돌이표를 짚어내기도 한다. 다채로운 정보를 흥미롭게 아우르면서도 필자의 시선을 부족하지 않게 녹여낸 글에서 베테랑 선임기자의 필력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전 구간을 다뤘지만, 아무래도 가장 자주 발걸음을 하며 지역 주민들의 속내까지 속속들이 들여다 본 경기도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상대적으로 많이 다뤘다. △1부 ‘서해, 한강 이야기’에서는 백령도에서 강화, 김포, 고양까지를 △2부 ‘임진강 이야기’에서는 파주에서 연천까지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풀어냈다. 이어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구간은 책의 3부 ‘강원도 이야기’로 묶였다.

한강 하구를 통해 DMZ와 연결된 고양의 이야기는 정전협정 65돌을 기념해 2018년 진행됐던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에 동행했던 경험을 통해 담아냈다. 만조 시간을 기다려 어선을 타고 신곡수중보를 넘은 짜릿한 기억에서 시작해, 행주나루와 장항습지를 차례로 지나며 흥미로운 역사와 생태 이야기를 풀어냈다. 

국내에서 24번째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고양 장항습지에 재두루미와 기러기 떼가 찾아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진=박경만]
국내에서 24번째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고양 장항습지에 재두루미와 기러기 떼가 찾아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진=박경만]

책은 실용적인 답사서로도 손색없다. 꼼꼼하게 정리된 목차, 생동감 넘치는 사진과 함께 곳곳마다 첨부된 깔끔한 지도도 독자들에게는 더없이 친절한 선물이다. 본문과 지도를 번갈아 들춰보다 보면 ‘여기는 시간 내서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곳의 목록이 자꾸자꾸 늘어난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이 DMZ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일회성 관광지로 다녀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권고를 잊지 않는다. 수백만 전쟁 희생자들의 죽음이 무의미한 과거가 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동시에 아름다운 생명들이 주민들의 삶과 공존하는 모습을 가슴으로 만나보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라는 저자의 직함 앞에 ‘전’이라는 글자가 붙은 이유는 30년간 몸담아 온 직장을 지난달(4월) 말일자로 퇴임했기 때문이다. 기자생활의 후반부 내내 경기북부의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해온 저자는 책 출간에 맞춰 파주와 고양의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5일부터 14일까지 파주 교하도서관에서 사진전과 출간기념 강연회를 열었고, 곧바로 고양으로 장소를 옮겨 15일부터 22일까지 한양문고 주엽점 갤러리에서 <DMZ 사진전>을 진행한다. 고양에서 진행하는 출판기념회를 겸한 강연회는 18일에 가질 예정이다. 그동안에도 고양과 파주에서 워낙 폭넓은 인연을 이어온 그이기에 퇴임 후 지역에서의 역할과 만남이 더 바빠질 듯하다.

맨 앞 사진은 강화 교동도와 연백 사이 한강하구. 금방이라도 육지로 연결될 것처럼 모래톱이 강을 가득 메우고 있다.
맨 앞 사진은 강화 교동도와 연백 사이 한강하구. 금방이라도 육지로 연결될 것처럼 모래톱이 강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전시를 통해 선보인 사진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사진전을 열기도 한 ‘사진작가 박경만’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전봇대가 도열한 도로 위를 어딘지 위태롭게 걷고 있는 두루미,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라는 표정으로 두루미 가족과 데면데면 조우하는 고라니의 눈망울, 한국전쟁 당시 봉우리가 포탄에 녹아내린 아이스크림 고지 위를 나는 두루미들처럼, 가만히 보고 있자면 재미난 이야기가 솔솔 쏟아질 것 같은 사진들을 차례차례 만나볼 수 있다. 

앞서 말한 ‘두루미와의 운명적인 만남’ 이후 저자는 “내가 가진 두 개의 무기, 펜과 카메라로 두루미의 땅을 지켜주고 싶다”는 결심을 했단다. 오롯이 그 결심을 견지하며, 역사가 밀어낸 DMZ 한복판에 사람과 두루미가 어울려 살고 있는 모습을 성실히 기록해온 저자는 “내가 만난 DMZ는 금단의 구역이 아닌 부활의 땅이었다”는 말로 15년간의 여정을 한 단계 갈무리한다. 그 깨달음을 책과 사진으로 담아 세상에 선보인 박경만 작가가 독자와 이웃들에게 속삭이는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소, 두루미의 땅 DMZ의 영혼을 당신도 한번 만나보시라고. 

교하도서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김경일 파주시장을 비롯해 많은 내빈들이 참석해 신간 출간과 전시 개최를 축하했다. 이 자리에서 박경만 작가는 "개발 몸살을 앓고있는 임진강하구, 공릉천하구에 대한 습지보호지역 지정이 시급하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사진제공=박경만]
교하도서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김경일 파주시장을 비롯해 많은 내빈들이 참석해 신간 출간과 전시 개최를 축하했다. 이 자리에서 박경만 작가는 "개발 몸살을 앓고있는 임진강하구, 공릉천하구에 대한 습지보호지역 지정이 시급하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사진제공=박경만]
고양에서의 전시와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초대장
고양에서의 전시와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초대장

 

사진으로 만나는 <두루미의 땅, DMZ>

세계적인 두루미 월동지인 철원평야에서 재두루미 한 마리가 전봇대가 길게 늘어선 콘크리트 농로 위를 걷고 있다. [사진=박경만]
세계적인 두루미 월동지인 철원평야에서 재두루미 한 마리가 전봇대가 길게 늘어선 콘크리트 농로 위를 걷고 있다. [사진=박경만]
순애보로 이름난 한 쌍의 재두루미가 파주시 정자리 임진강변에서 사랑 춤을 추고 있다. [사진=박경만]
순애보로 이름난 한 쌍의 재두루미가 파주시 정자리 임진강변에서 사랑 춤을 추고 있다. [사진=박경만]
오두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세 개의 물길 ‘삼기하’. 한강(왼쪽)과 임진강(오른쪽)이 만나 조강(가운데 먼쪽)으로 합쳐져 서해로 흐른다. [사진=박경만]
오두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세 개의 물길 ‘삼기하’. 한강(왼쪽)과 임진강(오른쪽)이 만나 조강(가운데 먼쪽)으로 합쳐져 서해로 흐른다. [사진=박경만]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산 정상이 녹아내려 아이스크림 고지라 불렸던 삽슬봉 위로 재두루미가 날고 있다. [사진=박경만]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산 정상이 녹아내려 아이스크림 고지라 불렸던 삽슬봉 위로 재두루미가 날고 있다. [사진=박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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