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식개선 활동가 정승연 학생

올해 청일문학상 아동문학부문에서 당선된 『그림자친구』를 들고 있는 정승연 활동가.
올해 청일문학상 아동문학부문에서 당선된 『그림자친구』를 들고 있는 정승연 활동가.

『그림자친구』 청일문학상 수상
'활동'보다 '장애공부'가 먼저
장애인물품 사용장려 캠페인도


[고양신문] “발달장애인은 비장애인 친구를 절대로 도울 수 없어. 소설과 현실은 달라.”

선천적 발달장애와 후천적 근육병을 앓는 친구 두 명이 서로를 도우며 쌓아간 우정을 그린 소설, 『그림자친구』를 읽은 어느 독자가 던진 말이다. 올해 청일문학상을 수상한 『그림자친구』의 작가 정승연(18세) 활동가는 이 말이 가장 가슴 아팠다고 전한다. ‘작가’뿐만 아니라 ‘동아리 리더’, ‘캠페인 기획자’ 등 여러 이름으로 활동 중인 정승연 학생은 ‘장애’에 대한 편견 가득한 시선들에 맞서 ‘바로서기’를 시도 중이다. 자신을 소개하는 그의 목소리에선 이상을 좇는 한 고등학생의 ‘확신’이 담겨 있었다.

정승연(18세) 학생의 ‘장애’에 대한 고민은 그의 초등학생 시절 있었던 한 사건으로 되돌아간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히 함께 뛰놀던 친구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것. 혈기 넘치는 다리가 아닌 감정없는 바퀴로 복도를 이동하는 친구의 모습을 볼 때마다 어린 그의 마음 한 켠에서는 왠지 모를 서러움이 자리잡았다. 둘은 오랜 기간 힘들어했고 서로에게 힘이 되고 싶었지만, 어떠한 위로도 당장 마주한 ‘장애’ 앞에서는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었다.

“그 친구로부터 지금까지의 여정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어요. 소설 『그림자친구』도 어떻게 장애인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 일이었거든요. 우리네 이야기를 글에 녹여냄으로써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비장애인에게는 ‘장애’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되길 바랐습니다. 이후 소설 집필을 위해 조사를 하다 보니 ‘장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현재는 책뿐만 아니라 좁게는 학교, 넓게는 지역사회의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어요.”

풍산역 인근에 있는 대안학교 ‘한국기독글로벌스쿨’에 재학 중인 정 활동가는 등교 중 마주친 한국경진학교 발달장애 아이들의 모습에서 ‘장애’에 대한 호기심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직접 다가가서 말을 걸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글로써 담아내고 싶었다. 책을 써가며 ‘장애에 대한 사회의 비관적 인식’, ‘한국 장애인 복지의 한계’ 등 전에는 몰랐던 현실적인 문제들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소설 속 묘사가 사실적이면서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가 바로 이런 깊이 있는 경험 덕이다. 그가 ‘장애’를 스스럼없이 이해할 수 있게 될 때쯤, 그림자같이 서로를 지켜준다는 뜻의 『그림자친구』의 마지막 문장이 쓰여졌다.

집필과정 중 만난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그는 “어른들의 관심이 무엇인지는 잘 알지만, 그들의 상황을 제가 대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저도 책 속에서 장애인들의 모습을 가상의 인물로 빗대어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라며 “‘모든 장애인은 훌륭하고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저의 소설에서도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가 비장애인 친구를 도와주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범한 일상에서 한데 섞였을 때 보이는 ‘위대함’이야말로 제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장애인식개선’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한국 사회가 올바르게 ‘장애’를 인식할 때까지 몸 바쳐 활동하고 싶다는 정승연 학생의 ‘지속가능한 장애인식개선’을 위해선 장애인과 사회 모두의 노력이 중요하다. 우선, 지역사회는 장애인들이 일상 속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등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물론 장애인들도 각자의 삶의 용기와 의지를 갖고 사회 속에서 적극적으로 부딪혀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사회 속에서 섞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저절로 배우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

교내 동아리 'New Thinking Club' 활동 중인 정승연 학생. 사진제공=정승연 활동가
교내 동아리 'New Thinking Club' 활동 중인 정승연 학생. 사진제공=정승연 활동가

올해 1월 교내 친구들과 함께 결성한 ‘New Thinking Club’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동아리의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ESG 실천 기부 앱인 ‘알지’와 함께한 ‘중증장애인이 만든 제품을 사용하자’ 캠페인이 있다. 이 밖에도 장애를 다룬 기사들을 스크랩하거나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등 열띤 토론 활동도 진행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장애인인식개선교육센터에서 전문 강사님을 모셔 와 학교에서 무료 초청 강의도 계획 중에 있다.

현재 동아리장을 맡은 그는 “처음 동아리를 결성했을 때는 실천 방향과 방법에 있어서 의견을 공유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저를 포함한 동아리원들이 장애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좋은 의견이 많지 않았어요”라며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장애’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깨달아 클럽에서 장애를 주제로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동아리 활동을 진행함에 따라 장애인에 대해 새로운, 아니 올바른 시각을 가지게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라며 따뜻한 웃음을 보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 그는 “당장은 한국장애인재단에서 주최하는 ‘2023 장애인 분야 해커톤 대회’의 장애인 앱 개발 아이디어 공모전의 결과가 좋았으면 합니다. 이 밖에도 ‘중증장애인이 생산한 제품을 1%씩 구매해요-시민운동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라며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과 직업의 안정성, 행복한 삶을 위해 장애인식개선 활동가로서 소설을 쓰고, 장애인의 편리한 이동을 돕는 인공지능 휠체어를 개발하는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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