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이전, 시장 말 한마디에
불안감 시달리는 원당 상권
매물로 나온 카페 부쩍 늘어
부동산업 “거래 전혀 없다”
[고양신문] “다른 곳보다 낙후됐다지만 지금까지 원당 상권이 지탱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고양시청 때문이다. 고양시 본청에 근무하는 약 1100명의 공무원들, 시청을 찾는 민원인들, 그리고 시청 때문에 원당에 위치하게 된 건축사무소, 세무사 직원들이 일정정도 소비해주었기 때문에 원당 상권이 버티고 있다. 만약 시청이 다른 곳으로 간다면 원당 상권의 큰 축은 무너지게 된다.”
올해 1월 고양시청이 백석동으로 이전한다고 발표된 이후, 원당 상권 위축을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가 주인들은 원망을 넘어 분노어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타격을 입는 업종은 외식업이다. 11년째 원당에서 식당을 운영한 한 사장은 “시장이 시청을 이전한다는 말 한마디 던져놓은 것 뿐이지만 우리 같은 작은 음식점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생계가 막막한 지경으로 몰리지 않을까 늘 불안감을 안고 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예 원당을 벗어나 다른 곳에 가게를 물색하는 이들도 있다. 시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제가 아는 한 시청 주변에서 카페로 운영되던 상가건물은 거의 모두 매물로 나온 상태다. 시청 이전 발표 때문인지, 영업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이곳의 대부분 카페 주인들은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시청 이전 발표 직후부터 매물로 나온 카페 건물 건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 카페 사장은 백석동으로 카페를 이전하려고 그쪽 부동산 중개업소에 명함을 많이 뿌렸다고 했다. 그는 “백석동 상가주들은 고양시청이 백석동으로 옮겨간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많은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월세를 세게 부른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백석동 주변 미용실 하던 40평 공간이 매물로 나왔는데 월세가 35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반면 원당의 카페 월임대료는 대부분 100만원이하다. 결국 이 카페 사장은 백석동으로 카페를 옮기는 것을 포기했다.
소매업 혹은 서비스업 중에서 시청 이전 발표로 원당의 침체된 분위기를 피부로 가장 크게 느끼는 업종은 부동산 중개업이다. 원당의 부동산업계는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그나마 신청사를 원당에 짓는다는 호재가 있었는데, 시청 이전 발표로 이 호재가 날아가 버린 것을 원통해 하고 있다. 시청 후문 쪽에서 J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중개업자는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계약서 한 장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다. 부동산 중개업 사무실을 문을 닫은 곳도 여럿 생겨났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3월 28일 원당2구역 재개발 사업승인 인가가 이뤄졌다. 시청 이전 발표만 되지 않았어도 투자 문의가 줄을 이었을 터인데 지금은 전화 한 통이 없다. 3년 전 원당1구역 재개발 사업승인이 났을 때 전화가 쇄도하는 것과 분위기가 정반대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J부동산 맞은편 H부동산 중개업자 는 “올해 1월부터 거래가 거의 안 되기 시작했다. 원당 재개발, 성사혁신지구 개발이 진행되면서 투자 문의가 있었지만 시청 이전 발표 이후 원당에 투자하려고 덤벼드는 사람이 없어졌다. 대출 크게 받아서 원당에 투자한 사람들만 불쌍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정동별 기본적인 업종·업소수를 알리는 정보포털 ‘상권정보’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기준으로 원당의 상가수는 주교동 560개. 성사1동 1255개, 성사 2동 254개를 합쳐 총 2069개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 상가들은 중대형의 기업형 상가가 아니라 1인이나 가족노동에 의존해 매출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형태다. 원당의 한 상인은 “시청에 의존해 겨우 상권을 유지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힘겨운 서민들의 삶은 이동환 시장의 선동정치에 외면당하고 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도 아니고 더 잘 살기 위해 무엇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삶의 터전을 유지해 달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