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영춘 건설노조 고양파주 지대장

 

건설 현장 불법 관행 개선했지만
정부탄압·경찰수사로 20여명 소환
노조탄압으로 현장여건 더 열악해져
정부가 말한 ‘정상화’는 불법 방치


[고양신문] 정부가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규정하며 기획 수사를 시작한 지 6개월. 고양파주에서도 20여 명이 소환조사를 받는 등 경찰의 수사와 구속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노조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과 차별이 이뤄지면서 일이 끊겨버린 노조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덩달아 현장 노동환경과 처우도 크게 열악해졌다. 급기야 이 과정에서 노조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태까지 발생했다. 
정부가 말하는 건설노조의 ‘고용 강요’ 혐의는 과연 사실일까. 7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고양파주지대 이영춘 지대장<사진>을 만나 건설현장의 문제점과 현 상황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윤석열 대통령의 ‘건폭’발언 이후 수사가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다. 현재 상황이 궁금하다.
고양시의 경우 아파트 현장의 약 절반 정도에 노조원들이 일하고 있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건폭’발언 이후로 사측이 의도적으로 건설현장에 조합원 채용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그동안 정상적으로 진행해온 고용교섭, 임단협교섭을 마치 채용 강요인 것처럼 몰아붙이면서 일부 조합원들은 형사처벌까지 받고 있다. 현재 고양파주지대에서만 20여 명이 경찰소환을 받았고 7명은 재판에 넘겨졌다. 
그동안 노조원들이 팀 단위로 현장에 투입되어 왔는데 이런 상황이다 보니 뿔뿔이 흩어져서 개별 채용될 수밖에 없고 당연히 임단협 체결이 안돼 현장여건은 훨씬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더러 불법이라고 매도하지만 오히려 건설노조를 탄압하면서 건설현장에 불법하도급과 불법채용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노조가 사라지니 평화가 찾아왔다’는 일부 언론보도도 있던데.
평화가 아니라 과거의 모습으로 퇴행했다고 보는 게 맞다. 예전 건설현장은 불법 하도급 문제가 심각했는데 가령 대형건설사가 수주를 따낸 뒤 전문 건설업체에게 1차 하도급을 주고 이들이 ‘오야지’나 ‘시다오케’ 등으로 불리는 도급팀장에게 이면계약 같은 방식을 동원해 불법 재하도급을 주는 식이었다(건설산업기본법 3장 29조에 따르면 하청 건설사와 오야지 간의 이면계약, 이에 따른 재하도급 모두 불법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건설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드는 중간착취가 발생해왔다는 점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시중노임단가에 맞춰 직접고용하는 것보다 단위면적당 얼마씩 해서 맡기는 게 싸게 먹히고 도급팀장 입장에서는 중간에서 자기 이윤을 남기려다 보니 싼값에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적은 인원으로 단기간에 공사를 마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법에 정한 기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의 부조리한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노조를 시작했다는 건가.
그렇다. 건설노조가 만들어진 지는 오래됐지만 본격적으로 현장에 들어간 것은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기존 도급 방식이 아니라 오야지가 말 그대로 관리자 역할만 하고 직접 고용된 건설노동자들이 노조팀을 구성해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방식이 확대되자 자연스럽게 건설현장에는 불법하도급이 없어지고 노동환경 개선도 함께 이뤄지는 효과를 거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조합원 고용은 신경쓰지도 않고 노동자나 건설사를 협박하거나 전임자 비용만 뜯어가는 어용노조들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차원에서 이러한 어용노조를 몰아내기 위해 수년간 현장에서 노노투쟁을 해왔고 점차 현장의 문제점들을 개선해오고 있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지금 언론보도를 보면 그러한 어용노조와 민주노총을 도매급으로 묶어서 악마화하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하다. 
 

▮노조가 불법하도급 문제를 해결해온 셈인데 정부에서는 왜 강력히 나오는 건가.
실제 검찰 기소장에 담긴 내용이기도 한데 건설노조 힘이 커지는 게 싫은 거다. 건설노동자 입장에서는 노조를 통해 직고용되고 이를 통해 부조리한 관행이 해결되다 보니 호응이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2020년 이후부터 임단협을 통해 노동 여건을 개선해나가면서 조합원 수도 급격히 늘었다(2018년 400명→2023년 현재 1300여명). 하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의 대대적인 탄압이 시작되면서 건설사들이 노조라는 이유로 고용을 하지 않거나 노조탈퇴를 종용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도급단가를 다시 최저가로 후려치고 있고 덩달아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과 근로조건도 훨씬 나빠진 상황이다. 안전문제에 대해서도 그 전까지는 노조가 있으면 정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 이제는 그런 말이라도 꺼내면 일용직이기 때문에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고 할까봐 아무도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실제 사례들이 궁금하다.
최근 덕은지구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크게 다쳤는데 119구급차를 못 부르게 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왜 못 부르게 하느냐고 했더니 119를 부르면 현장 사고가 윗선에 보고되고 고용부 등 국가기관에 알려지기 때문에 안된다는 거다. 그냥 일반차로 싣고 병원으로 가라는 건데 만약 노동조합이 있었으면 애초에 이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건설노조에 대한 고용차별도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풍동 한 건설현장에서 3개 공구로 나눠 아파트공사를 진행 중인데 하청 업체들이 서로 노조팀을 고용하지 말자고 내부 담합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 평상시라면 조합원들이 최소 500명은 일해야 하는 건설현장인데 이런 식으로 고용 차별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담합이다. 
 

최근 풍동지구 포스코건설 공사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설노조 배제 내부담합에 대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풍동지구 포스코건설 공사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설노조 배제 내부담합에 대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 화정역 광장에 설치된 고 양회동 열사 분향소에 헌화하는 모습.
지난달 말 화정역 광장에 설치된 고 양회동 열사 분향소에 헌화하는 모습.

 

▮정부의 강경방침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조합원을 쓰든 비조합원을 쓰든 기본적인 원칙은 법을 지키라는 것이다. 그런데 불법하도급 문제를 방치하고 외국인고용법(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면서 이걸 건설현장의 ‘정상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법은 무시하고 건설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는 불법행위는 눈감아주는 셈인데 이거야말로 ‘불법’정부가 아니냐. 그래서 이러한 반노동 정책에 맞서는 대정부 투쟁을 중앙차원에서 이어가고 있고 또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용차별과 불법하도급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 집회도 진행 중이다.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장 집회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많다.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일부러 불편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금 건설현장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정부가 외면하고 탄입일변도로 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대응책이 이 것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사실 저희도 고양 파주에 사는 시민이고 누군가의 남편이자 이웃인데 하루아침에 국가권력에 의해 건폭으로 몰리는 상황이 너무 억울하다. 노동조합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주고 올바른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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