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고양YWCA 회장

김혜경 고양YWCA 신임회장.
김혜경 고양YWCA 신임회장.

지난 2월 제17대 회장 취임
작년 비영리→사단법인 전환
올 9월, 고양여성영화제 열어
지역현안 적극적 목소리 낼 것

 

[고양신문] 지난 2월 2일, 고양YWCA를 새롭게 이끌어 갈 김혜경 회장이 취임했다. 회장직을 맡은 지는 5개월이 채 안됐지만, 이사회 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기간까지 합하면 김 회장과 YWCA의 인연은 햇수로만 벌써 25년째다. 제17대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그간 축적한 봉사 경험과 사무경력을 살려 고양YWCA를 ‘고양시민’, 그중에서도 ‘고양여성’ 속에 깊게 녹아드는 단체로 발돋움시킬 생각이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말에 김 회장은 “하루아침에 ‘회장님’ 소리를 듣게 되어 설레면서 어색하다”며 쑥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간 경험과 지혜, 앞으로의 방향성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 YWCA와 인연을 맺기까지, 어떤 ‘시민’으로 살아왔나요.
돌이켜보면 한 명의 ‘시민’뿐 아니라 다양한 이름으로 살아왔던 것 같아요. 실장님, 선생님, 엄마 혹은 아내, 그리고 최근에는 회장님까지. 10년 주기로 여러 역할을 맡아왔지만 그때마다 느꼈던 건 ‘한 사람’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무심코 한 행동이 시민에게, 학생에게, 또 새로운 인연들에 좋든 싫든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며 선한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 노력해왔습니다. 이번 YWCA 회장직도 그런 맥락에서 지역사회 속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한 일종의 기회이자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 고양YWCA 회장 취임 전까지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첫 시작은 학부 시절 용인정신병원에서의 봉사활동이었어요. 인연 만들기와 사람 탐구를 좋아하던 저는 대학교 재학 중 정신병원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실무자들과 함께 부딪혀 가며 ‘좋은 사람’에 대해 생각할 소중한 기회를 얻었어요. 대학 졸업 후 해당 병원에 바로 채용되어 사회복지실장으로 일하며 본격적으로 사회사업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신적으로 교감한 지 약 10년째가 되던 해,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윤곽이 조금씩 잡히기 시작하더군요.

결혼 후 고양시에 정착한 이후로는 첫 직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월드비전 세계시민교육 강사와 고양YWCA 아동비전스쿨 강사로서 지역 아이들과 9년 동안 함께 활동했어요. 이때 경기도 내 학교들을 순회하며 아동인권, 환경문제 등 굵직한 사회이슈에 대해 아이들과 의견을 나누고, 또 바르게 지도하는 일을 맡았어요. 아울러 비슷한 시기 고양YWCA 아동비전스쿨에서 다양한 체험·견학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 삶에 주도권을 갖는 것과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지원하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의를 마치고 바쁜 일정에 무심코 무단횡단을 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쌤, 지금 무단횡단하시는 거예요?” 바로 오전 강의에 참여했던 학생의 목소리였죠. 그때, 내 작은 행동이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크게 울릴 수도,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던 것 같아요. 이후 고양YWCA 아동비전스쿨 수료 후 그간 감사했다며 저를 찾는 학생들이 늘어갈수록, 저 또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좋은 사람’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일이 저를 ‘좋은 사람’으로 발전시켜 준 셈이죠.

 

■ 어떤 계기로 이번 회장직을 맡게 됐나요.
그동안 각각 10년이 넘는 위원회 활동과 6년동안 이사직에 머무르며 고양YWCA 내에서 서기, 회계 등의 역할을 경험하고 조직 내 봉사, 교육, 행사, 사회운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특히 고양YWCA 청소년위원회 위원으로서, 또 아동비전스쿨 강사로서 지역 아이들과 ‘좋은 사람’에 대해 상호 가르침을 주고받는 일에 열중해 왔어요. 

그러던 중 작년에 비영리 단체였던 고양YWCA가 사단법인으로 전환됐습니다. 사단법인이 된 만큼 여러 제한이 생겼고, 코로나로 후원회원도 줄어들며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겪게 됐죠. 그 와중에 회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에서 고양YWCA가 당면한 어려움 해결을 위한 일꾼으로 추천받아 감사하게도 선출됐습니다. 저를 믿고 맡겨주신 만큼 최선을 다해 지역사회와 시민분들께 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앞으로 어떤 고양YWCA를 만들어 가고 싶은지.
시민을 대변할 수 있는, 또 지역과 밀접하게 살아 숨쉬는 YWCA가 됐으면 합니다. 지역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청소년과 여성의 자아실현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도울 생각입니다. 설립 100주년을 맞아 YWCA 본부의 핵심 과업이 탈핵, 기후생명운동인만큼 녹색도시 고양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도 계획 중에 있어요.

첫 번째가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입니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법 등을 상세히 교육 후 실천에 옮기는 환경운동입니다. 아울러 대상별 에너지 전환교육도 구상 중입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에너지 문제가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많은 관심이 필요한 사회 이슈입니다. 따라서 청소년, 주부, 시니어 등 나이대별로 눈높이 맞춘 에너지 교육을 진행하려 해요. 그동안의 월드비전, YWCA 강사 경험을 살려 효과적인 커리큘럼을 개발 중입니다.

YWCA 본연의 설립목적인 ‘여성인권 증진사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중에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올해 9월경 개최를 앞둔 ‘고양여성영화제’에요. 사회 각기 다른 곳의 여성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고양여성영화제는 올해로 11회를 맞이합니다. 그만큼 진정성 있는 서사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아 온 것이죠. 상영뿐 아니라 수상작에 한해 시사회를 열어 잔잔한 감동을 선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의미 깊은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 밖에도 경기권의 타 YWCA지부, 고양YMCA 등 사회단체들과 밀접하게 협업할 계획이에요. 고양YWCA 이전에 법인화된 안산을 비롯해 하남, 남양주 지부 등과 적극 소통하며 노하우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고양YMCA와 1년에 한 번씩 연합예배를 진행하며, 오는 19일 열리는 월요나눔식탁에서도 인력지원 등을 통해 도움을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이 밖에도 고양포럼의 자원을 적극 활용해 지역단체들과 협업해 고양시 현안에도 적극 목소리를 내어 ‘고양시민들의 눈’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