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경기작가회의·고양환경운동연합 주최
17일 일산문화광장서 ‘용뿔느티나무문화제’ 열려 

[고양신문] 산황산 골프장 증설을 막고 산황산의 자연과 생태를 지키기 위한 행사가 ‘용뿔느티나무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지난 17일 일산문화광장에서 열렸다. 한국작가회의, 경기작가회의, 고양환경운동연합 주최·주관으로 열린 이날 문화제는 시낭송을 비롯해 노래, 연주, 영상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산황산과 고양의 자연을 지키려는 마음을 표현하고 공유하며, 또 시민들에게 알리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이날 문화제는 나들목일산교회 아이들의 노래로 밝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사진 = 유경종 기자] 
이날 문화제는 나들목일산교회 아이들의 노래로 밝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사진 = 유경종 기자] 
'시민7인'이라는 시를 낭송하는,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인 조정 시인. [사진 = 유경종 기자]
'시민7인'이라는 시를 낭송하는,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인 조정 시인. [사진 = 유경종 기자]

김경윤 작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문화제는 나들목일산교회 아이들의 노래로 밝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이어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인 조정 시인이 ‘여는 시’를 낭송했다. 고양시청에서의 텐트 농성으로 고양시 공무원들로부터 고소당한 7명이 변호사를 찾아갔던 2018년 12월 어느 하루의 풍경을 표현한 ‘시민 7인’이라는 시가 낭송됐다. 이날 고소당한 7명의 내면은 ‘골프장으로 바쳐질 산 지키러 나선 사람은 얼마큼의 징벌을 감수하게 되는지 나지막이 오가던 문답의 어디쯤에서 한 사람이 울었다’라는 구절에서 잘 드러났다. 조정 시인은 시 낭송 후 “결국 저희가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서 1년 반에 걸친 재판이 끝나는 날, 배영근 변호사는  재판장 밖으로 나와서 엉엉 우셨다, 참 고맙게 생각하는, 잊을 수 없는 변호사였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고문인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는 이날 모인 이들에게 ‘환대의 말’을 전했다. [사진 = 유경종 기자]
녹색연합 고문인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는 이날 모인 이들에게 ‘환대의 말’을 전했다. [사진 = 유경종 기자]

이어서 녹색연합 고문인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는 이날 모인 이들에게 ‘환대의 말’을 전했다. 박영신 교수는 “저는 은퇴한 다음 고양으로 이사와 20년을 고양시민으로 살고 있는 사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우리는 모두 고양의 하늘, 고양의 바람, 고양의 나무와 숲, 고양의 물, 고양의 땅을 좋아해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다. 고양을 아름답게 지키고자 싸우는 사람들, 이러한 투사들 덕분에 우리는 편안히 살고 있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투사가 될 것이고,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저도 또한 투사의 반열에 들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에겐 어린 세대에게 아름다운 고양을 물려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사사로운 일에서 벗어나 공공의 마당으로 나와 이 싸움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분들이 귀히 생각하고 이 자리에 온 것은 감사하게 여기고 또 귀하게 생각한다. 저는 미미한 시민의 한 사람이지만, 어린이들과 함께, 뜻있는 목사들과 함께, 작가들과 함께, 투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한국작가회의, 경기작가회의, 고양작가회의 소속 여러 시인들이 주로 산황산을 소재로 한 시를 계속해서 낭송했다. 

임동확 시인
임동확 시인

‘고양시 산황동 골프장 2차 확장을 반대하며’라는 부제가 달린 시를 낭송한 임동확 시인은 “민주당 시장이 재임하던 때에도 산황산 골프장 증설을 막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고양시가 당을 떠나 시민을 대변하는 사람이 시장이 되는 환경의 도시, 생명의 도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용임 시인.
이용임 시인.

‘우여곡절이 날들’이라는 시를 낭송한 이용임 시인은 “서명운동도 하고 전단지도 돌리며 산황산을 지키기 위한 시도를 오랫동안 했는데, 마음을 보태주는 시민들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외면하고 지나간다. 이제 외면하는 것에 대해 상처는 받지 않지만 피해가 외면한 분들에게도 미친다는 것 생각하면 슬프다”고 말했다. 

주석희 시인.
주석희 시인.

주석희 시인은 ‘산황산의 눈동자들’이라는 시를 낭송했다. 주 시인은 “당신들이 단단한 골프채로 후려쳐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멀리 더 멀리 날려 보내야 하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읊었다. 

문창길 시인
문창길 시인

이어 문창길 시인, 박남희 시인, 김명기 시인, 전영관 시인도 자작시를 낭송했다. 박관서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홍일선 경기작가회의 회장을 대신한 전비담 시인도 단상에 올랐다. 특히 이날 경북 울진에서 ‘용뿔느티나무문화제’를 찾아온 김명기 시인은 “작년 3월 울진-삼척 화재 때 우리집은 불의 한가운데 있었다. 지금은 모두 타버려 앞산도, 뒷산도 잿더미가 됐는데, 이렇게 잃어보면 자연이 얼마나 소중했던가 새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박남희 시인.
박남희 시인.
이날 경북 울진에서 왔다는 김명기 시인.
이날 경북 울진에서 왔다는 김명기 시인.
전영관 시인.
전영관 시인.
전비담 시인.
전비담 시인.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인 박관서 시인.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인 박관서 시인.

산황산을 모티브로 한 시낭송 외에도 이날 문화제에서는 여러 공연이 펼쳐졌다. 주민들이 모여 만든 아마추어 연주단 ‘능곡젬제미’가 서아프리카의 전통 타악기인 젬베를 연주해 흥을 돋웠다. 물리치료사로 활동하며 시인들의 시를 노래와 기타연주로 들려주는 박정환씨가 ‘조율’ 등의 노래를 불렀고 나명호·이다겸씨 등 2인조 통기타밴드 ‘헬로유기농’은 유기농같은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로 편안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연주했다. 

‘능곡젬제미’의 젬베 연주. [사진 = 유경종 기자]
‘능곡젬제미’의 젬베 연주. [사진 = 유경종 기자]
박정환씨가 통기타로 노래하고 있다.
박정환씨가 통기타로 노래하고 있다.
나명호·이다겸씨로 구성된 통기타밴드 ‘헬로유기농’의 연주.
나명호·이다겸씨로 구성된 통기타밴드 ‘헬로유기농’의 연주.

이 외에도 2020년 당시 피고인이었던 조정 시인의 손녀인 최예도양이 탄원서를 낭독했고 고양환경운동연합 문성준 운영위원이 제작한 ‘산황산의 풍경과 정수장’이라는 동영상도 소개됐다. 

2020년 당시 피고인이었던 조정 시인의 손녀인 최예도양이 탄원서를 낭독하고 있다.
2020년 당시 피고인이었던 조정 시인의 손녀인 최예도양이 탄원서를 낭독하고 있다.

문화제가 끝날 무렵 조정 시인은 “김경희 전 도의원, 김해련 시의원, 고양환경운동연합의 운영위원이었던 박남희 시인, 이용임 시인, 문성준 PD, 그리고 윤영학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전 도의원(왼쪽)과 이날 문화제 사회를 맡은 김경윤 작가.
김경희 전 도의원(왼쪽)과 이날 문화제 사회를 맡은 김경윤 작가.
이날 '용뿔느티나무문화제'에 참석한 한국작가회의, 경기작가회의 소속 시인들, 고양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시민들이 각자 '지켜주세요 숲, 바람, 새들'이라는 문구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유경종 기자]
이날 '용뿔느티나무문화제'에 참석한 한국작가회의, 경기작가회의 소속 시인들, 고양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시민들이 각자 '지켜주세요 숲, 바람, 새들'이라는 문구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유경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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