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별기획①경기북부특별자치도라는 ‘실험’ 과연 어떻게 볼 것인가

[고양신문} 경기도의 분도 논의는 오래됐지만 풀어내기 어려운 난제였다. 선거 때마다 회자됐지만 아무런 행정적인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막상 당선된 역대 경기도지사는 경기북부보다 경기남부에 더 투자했다. 이것을 두고 단순히 경기도지사의 잘못이라고 지적하기보다 그 누가 당선되더라도 경기남부에 예산과 시간을 더 투여할 수밖에 없는 현실 상황을 탓하는 것이 더 온당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한정된 시간과 예산 내에서 경기남부에 투자할 때 성과가 더 빨리,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경기북부에 속한 고양시도 더 빨리, 더 크게 성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경기남부에 더 집중했던 경기도 행정의 피해 지자체라고 볼 수 있다. 고양시가 현재 가진 열악한 산업, 기업체, 교통망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지금 변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핵심 공약으로 들고 나온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취임했고, 실제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추진을 위한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즉,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고양시의 성장을 획기적으로 이룰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북부의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특별자치도 추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번호에서는 경기도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추진하는 당위성과 우려되는 점을 함께 짚어본다. 

 

경기북부의 인구와 면적.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분도(경기북도)에다가 특례(특별자치도)가 결합한 개념이다. 경기북부에 속하는 10개 시·군은 고양을 비롯해 남양주·파주·의정부·양주·구리·포천·동두천시, 가평·연천군이다. 단순히 이 10개 시·군의 분도를 이룩해 독립된 자치권을 확보하는 것 이상으로 ‘특례’가 주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추진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특례는 바로 규제해소다.

 

규제로 경기남북 격차 생겼다는 시각  
그렇다면 왜 경기북부에 특례가 주어져야 하는가. 경기북부가 성장잠재력에 비해 경기남부에 비해 뒤쳐진 근본적인 이유는 경기북부가 각종 규제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60~70년대에는 국가안보차원에서 성장거점에서 제외됐고, 80~90년대에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균형발전에서 제외됐으며, 2000년대에는 환경·생태보전을 이유로 개발이 억제되어 왔다. 

경기북부의 낙후성은 지역총생산(GRDP)에서 잘 나타난다. 2022년 기준 경기도의 지역총생산(GRDP)는 3928억달러로, 덴마크(3971억달러), 싱가포르(3969억 달러) 같은 한 국가와 유사한 수준이다. 그런데 경기북부의 GRDP만을 따지면 경기도 GRDP의 17.4%(857억 달러)에 불과하다. 문제는 경기북부와 남부의 GRDP의 격차가 시간을 지날수록 점점 커진다는 점이다<그래프 참조>

이처럼 국가 개발이나 지원정책에서 소외되면서 경기북부 도민의 삶이 질이 떨어졌다면, 이제라도 경기북부에 특례를 안겨서 경기남부와 일정 정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다. 그 특례를 경기도가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지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다. 분명한 것은 경기북부를 지금까지 옭아매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규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특례조항을 개발할 것이라는 점이다. 

경기북부의 발전을 저해했던 각종 규제를 해소하는 수단으로써, 경기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라는 행정구역을 들고 나왔다. 오후석 경기 부지사는 지난 19일 고양신문 주관의 고양포럼 토론회에서 “다른 방법으로 경기북부의 규제를 풀 수 있다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추진할 필요가 없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목적이 아니라 경기북부를 옭아맨 규제를 푸는 수단이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고양신문 창간34주년 기념 고양포럼 토론회에서 오후석(가운데) 경기도 부지사(가운데)가 ‘경 기북부특별치도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19일 고양신문 창간34주년 기념 고양포럼 토론회에서 오후석(가운데) 경기도 부지사(가운데)가 ‘경 기북부특별치도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경기도의 입장은 고양시와 다소 온도차가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경기북부에 대한 규제를 먼저 없앤 후 분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지난 4월 사단법인 포럼경기비전 토론회장에서 “분도에 앞서 경기북부와 경기남부의 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명확히 정리되어야 한다. 분도 자체만으로는 북부와 남부의 격차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고 밝혔다. 

규제 해소를 이루려고 하는 점은 경기도와 고양시는 같으나 규제 완화를 위해 경기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수단으로 삼고, 고양시장은 ‘경기북부경제공동체’를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특별법에 근거한 행정구역으로 자치권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경기북부경제공동체는 그렇지 않다. 경기북부경제공동체는 경기북부의 유기적 경제 협조체계로 제안된 것일 뿐 아직 다른 경기북부 지자체의 동의를 얻어냈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현재의 ‘경기도지사’와 같이 행정조직을 이끌 광역지자체장을 두게 된다. 오후석 도 부지사는 “지금까지 역대도지사들이 경기북부를 의도적으로 소외시키려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같은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노력의 대상이 경기북부보다 경기남부일 때 성과가 더 나타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자치권을 바탕으로 경기북부만의 발전계획을 세우고 경기북부에 온전히 예산을 투여하며 중앙정부를 상대로 규제 완화와 정책 지원을 요청하는 경기북부를 통합하는 지자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낙후된 경기북부만 묶였을 때 문제점 
하지만 현재 설치가 추진 중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경기북부의 재정자립도가 경기남부에 비해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기북부는 산업기반이 상대적으로 좋은 경기남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왔다. 그런데 ‘가난한’ 경기 북부 지역만 따로 독립했을 때 이러한 실익이 당장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분도로 인해 경기북부 내에서 경제적 여건이 나은 고양시가 다른 경기북부의 지차체를 지원해야 한다면, 결국 고양시는 이중으로 손해를 본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오후석 도 부지사는 “지방세만 놓고 보면 경기남부의 세금을 거둬 경기북부에 투자하고 있다는 말은 맞다. 그런데 경기도는 현재 교부세 불교부단체이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교부세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경제력이 취약한 경기북부가 독립한다면 교부단체가 되면서 정부로부터 교부세를 확보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제력이 취약한 광역지자체는 1조에서 1조8000억까지 정부로부터 교부세를 받는데, 경기북부의 경우 약 1조 정도 교부세가 확보될 것으로 추정한다. 경기북부는 분도에 따른 손해를 정부의 지원으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 부지사는 이어 “경기남부의 평균 1인당 GRDP가 4150만원 정도인데 반해 경기북부의 평균 1인당 GRDP는 2500만원 정도다. 그런데 고양시의 1인당 GRDP는 경기북부의 평균에 못 미친다”면서 분도로 인한 고양시의 손해를 불식시키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리는 경기북부만 따로 독립했을 때 자칫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을 불러일으킨다. 

지난달 24일 일산서구청에서 진행된 ‘제1회 고양 미래경제세미나’에서 김현아 국힘 고양정 당협위원장은 “경기북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20%대에 불과하다. 이 상태에서 서둘러 자립을 추진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만반의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경기도로부터 자립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자칫하면 중앙정부에 대한 예속과 의존은 더 심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각종 규제 철폐를 위한 수단으로서만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추진되는 것 이상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윤용석 전 고양시의원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규제 철폐를 위한 수단으로서만 추진된다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가령 ‘남북 관계를 잘 이끌어가는 도시’라는 정체성을 특별자치도에 부여하는, 좀 더 총론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서 접경지역 7개 지자체와 강화도까지 포함해 한강과 임진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특별자치도로서 접경지역이 갖는 한반도의 평화를 이끌어가는 지역으로 정체성과 명분을 부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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