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시청 백석동 이전을 전격 발표한 이동환 시장.

[고양신문] 고양신문이 창간 34주년을 맞았습니다. 희망찬 편지를 써야 하는데, 참담함이 앞섭니다. 슬프고 절망적입니다. 이동환 시장 취임 1년을 맞는 마음이 그렇습니다.

1년은 시장의 역량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말하는 것은 이동환 시장의 어떤 일관된 특성 때문입니다. 이동환 시장은 혼자 생각하고, 독단적으로 결정합니다. 그리고는 모든 것이 그렇게 확정됐다고 선언합니다. 개인적 확신과 현실을 구분 못하고, 자기 생각 외의 생각은 받아들이지 않는 ‘확증편향’이 심각합니다.

이동환 시장이 마을 통장이었다면, 이렇게 참담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참 황당해, 하고 넘겼겠지요. 108만 고양시민을 대변하는 막중한 자리에 그가 있지 않았다면. 이동환 시장의 생각과 결정은 나와 우리, 도시의 미래에 영향을 미칩니다. 임기 4년 동안은 피할 수 없는 운명적 관계입니다. 이동환 시장의 확증편향은 ‘시민 무시’로 나타납니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나는 똑똑하고 너는 무지하다, 시장의 ‘너’는 곧 시민입니다. 3500여 명의 공무원들입니다. 

이동환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전임 시장이 추진했던 주요 사업을 중지시키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2813억원이 투자되는 성사혁신지구는 공사를 중지시키고, 임대주택을 업무시설로 변경하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사업을 취소하겠다고 했습니다. 임대주택 확보를 전제로 그린벨트를 풀어준 국토부가 변경안을 받아줄 리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은 이동환 시장 한 명이었습니다. 국·도비 384억원이 지원된 공모사업인 화전·삼송·일산도시재생사업도 취소하고 국·도비를 반납하겠다고 했습니다. 국토부는 공모사업 예산을 반납하겠다는 사례는 처음이라며 반려했습니다. 공모사업 주체인 주민과 협의 없이, 시의회 동의도 없이 지원된 예산을 포기하는 것은 직권남용이자 업무배임입니다.

4년 동안 행정절차를 밟고 착공한 원당 고양신청사도 1년 넘게 중지 상태입니다. 올해 1월 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담당 공무원도 모르게 시청사 백석동 이전을 발표하고, 그렇게 확정됐다고 보도자료를 날렸습니다. 시청사 이전은 주민 반대는 물론, 시의회 동의도 받지 못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사저는 30억원을 들여 기념관으로 만들었지만 폐쇄했습니다. 자치·복지 예산이 마구잡이로 깎였습니다. “싫어”하면 그만입니다.

그간 사업중지로 낭비한 예산, 행정 혼란으로 소모한 시간과 인력까지 합하면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신청사 문제 하나만으로도 임기 4년이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뒤늦게 지역별·분야별 주민간담회를 속성으로 진행했지만, 80%는 본인 말만 하고 떠났습니다. 본인 말도 절반은 망상입니다. 시청사를 백석동 업무용 빌딩으로 이전하면 돈이 안 든답니다. 2000억원이 넘는 빌딩을 1000억원 가까이 들여 리모델링해야 합니다. 족히 3000억원의 자산이 소모되는 데도 돈이 안 든답니다. 지난 신청사 토론회 때 심금을 울렸던 사회학계의 대학자 박영신 교수님 말씀대로 시민을 핫바지로 압니다. 

고양신문 34년 동안 얻은 결론이 있습니다. 시장은 다른 능력은 몰라도 듣는 능력, 소통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소통의 원천은 존중입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겸허입니다. 시민의 자발성에 대한 지지입니다. ‘시장의 자리’를 ‘황제의 자리’로 착각하는 이동환 시장이 바뀔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시민사회가 연대하고, 시의회가 연대하는 일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시민 전체의 생각으로 착각하는 확증편향자 시장의 오류 하나하나에 저항하며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시장 한 사람 때문에 너무 많은 것들이 휘둘리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합니다.

이동환 시장은 우리 시대 민주주의·자치의 장치가 너무 허술하다는 것을 명백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는 이런 제도의 허술함을 이용해 ‘황제 시장’ 행세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참담하다고 웅크려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고양신문도 시민연대의 한 축으로 든든하게 서겠습니다. 창간 34주년, 고양신문을 지지해주시는 시민께 의지하며, 이동환 시장이 무시할 수 없는 시민의 공론장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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