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별기획② 산황산 증설 반대에 맞선 시민운동 10년
[고양신문] 2014년부터 9년 6개월간 이어오고 있는 산황동 스프링힐스 골프장 증설계획(9홀→18홀) 반대 시민운동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오는 7월 2일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 만료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현재 고양시는 해당 증설사업에 대한 실시계획인가를 검토 중이다. 사실상 사업 승인이 초읽기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반대대책위와 주민들은 지난 보름동안 시청앞 1인시위와 시장실 앞 연좌시위, 면담 등 산황산을 지키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3년 6개월의 유례없는 반대 천막농성과 수십여 차례의 기자회견, 지역별 촛불문화제 등 고양시 최장기 투쟁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산황산 골프장 증설 반대운동. 본지는 창간 34주년을 맞아 지난 10년간 산황산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과 골프장 증설계획의 주요 문제점, 그리고 행정의 대응과정에 대해 정리해봤다.
서류 누락, 행정 묵인 점철된
산황동 골프장 증설 계획
산황산 골프장 증설계획 문제가 지역사회에 이슈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2월부터다. 고양환경운동연합은 당시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9홀(약 23만㎡)에서 18홀(약 50만㎡)로 골프장을 증설하는 계획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환경단체들은 고양시에 얼마 남지 않은 자연녹지인 산황산 숲이 훼손되는 문제를 가장 크게 우려했다. 당시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풍동을 비롯해 수많은 녹지를 잃은 고양시에서 산황동 숲은 도시의 산소호흡기 역할을 한다”며 사업계획 반려 및 녹지보전 마스터플랜 마련 등을 요구했다.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1년 뒤 범시민대책위 결성을 통해 더욱 구체화됐다. 고양시 주요 시민단체들이 참석한 이날 출범식에서 대책위는 △골프장 증설허가 과정에서 환경피해 대책 수립여부 △기존 골프장에 대한 잔류농약조사 및 제반 주민피해에 대한 역학조사 진행 △골프장 확장에 따른 경제적 효율 및 업체의 경영건전성 여부 등을 고양시에 공식 질의했다.
골프장 증설 허가과정에서 행정의 문제점도 하나둘 드러났다. 2014년 행정사무감사 당시 김경희 당시 시의원은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심의 과정에서 고양시가 골프장 증설에 따른 환경피해 문제점에 대해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발생하게 될 주변 주거지의 빛공해와 산림훼손, 농약문제 등에 대해 사전검토를 해야함에도 행정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해당 골프장 증설계획이 2011년 ‘도심 내 그린벨트 골프장 설치 불가’를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을 불과 이틀 앞두고 급하게 접수되면서 기초조사서, 도시계획시설 재검토서, 환경성 검토서 등 중요한 서류가 누락된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이처럼 골프장 증설사업은 시작 단계부터 행정의 묵인과 비호 속에 추진될 수 있었다. 이후 한강유역환경청에 제출된 환경영향평가 조사 부실문제도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시는 2015년 8월, 기존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주차장 추가설치 등을 이유로 일부 부지에 대한 사업자시행 신청을 일방적으로 승인해 큰 반발이 일기도 했다.
정수장 농약피해 우려에도
고양시 “큰 문제 없어”
현재 가장 큰 환경문제로 거론되는 고양정수장 농약피해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도 이 시점부터다. 2015년 8월 대책위는 골프장 증설예정부지와 고양정수장까지 불과 294m(침전지까지 400m 미만) 밖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허가취소를 요구했다. 과거 강원도 홍천군의 경우 3만5000명이 이용하는 정수장이 인근에 있다는 이유로 정수장을 취소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고양시 또한 87만 명이 마시는 정수장이 가까이 위치한 골프장 증설 허가를 내줘서는 안된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었다. 반면 고양시는 대책위 주장과 달리 ‘증설계획을 취소시킬 정도로 정수장 농약피해 우려가 심각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자원공사의 답변이 왜곡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본지 1240호 “고양시 정수장 답변 왜곡 ‘거짓발표’ 논란” 참조>.
고양정수장 농약피해 우려에 대한 고양시의 인식수준은 2017년 1월 고양시의회 김경희 당시 시의원의 시정질의 내용을 통해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골프장 증설로 인한 농약비산 우려에 대해 최성 당시 시장은 “골프장에서 사용되는 농약은 잔디의 경우 공중살포가 아닌 저상살포, 수목은 수간주사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고, 고양정수장과 증설 예정 골프장 사이에는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폭 40m 이상)가 있어 정수장까지 비산 먼지로 날아갈 확률은 극히 낮다”며 “수자원공사 또한 먹는 물 수질검사 등 매월 58개 항목의 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농약성분이 검출된 적은 없다고 답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대책위 측의 주장은 달랐다. 조정 산황산골프장증설백지화 범시민대책위 대표는 “애초에 골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농약과 제초제 성분은 정수장 검사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애초에 검사항목에 없는 성분을 가지고 ‘검출된 적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답변하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며 시의 안일한 태도를 질타했다. <본지 1622호 '검사항목에도 없는 농약성분, 안전검증 어떻게?' 참조>
이처럼 증설부지 옆 고양정수장 문제가 새롭게 이슈화되면서 반대운동도 더욱 확산됐다. 2015년 10월 화정역 광장에서 시민단체를 비롯해 영주산협동조합, 대곡초 학부모·학생, 산황동 주민 등 3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반대문화제가 열렸으며 이듬해 1월에는 ‘골프장 직권취소’를 요구하는 시장실 앞 연좌시위가 펼쳐지기도 했다. 주엽역과 마두역, 화정역 등 주요 지역거점에서는 6개월 넘게 증설 반대 촛불문화제가 펼쳐졌으며 이 과정에서 산황산 숲 8만 평을 시민 공공재로 육성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등 이제는 골프장 증설 반대를 넘어 산황산 숲 보전운동으로 논의가 확장되는 모습이었다.
유일한 해법이던 ‘직권취소’
바뀐 시장마다 “어렵다”외면
산황산 골프장 증설 반대운동은 민선 6기에서 7기로 넘어가는 2018년 가장 큰 기회를 맞이했다. 당시 증설 반대에 대한 시민여론은 최고조에 달했으며 증설계획을 추진했던 사업자 측은 경영권 분쟁과 부채 문제로 인해 사업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었다. 고양시가 해당 골프장 증설계획에 대한 ‘직권취소’ 결정을 내리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 갖춰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장이 바뀐 이후에도 고양시는 골프장 증설계획 직권취소 요구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18년 8월 김해련 시의원의 시정질의에 이재준 당시 시장은 “산황산 주변 숲에 대한 보존 가치에 대해서는 범대위와 구성하게 될 공동조사단과의 공동검증 과정을 통해서 심도 깊게 논의하고 검토해 실시계획인가 처리 시 최선의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변했을 뿐 ‘직권취소’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후 2020년 11월 송규근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같은 내용의 질의를 했지만 마찬가지로 이 전 시장은 “(사업자 소송이 우려되기 때문에)행정입장에서 직권취소를 확답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할 뿐이었다.
급기야 이재준 전 시장은 2018년 말 시청 앞 천막농성 시도에 대해 물리적 진압과 경찰고발로 대응하면서 골프장 증설 반대운동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과정에서 조정 범대위 대표는 17일간의 단식 투쟁 끝에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천막농성은 이 시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던 2022년 6월 말까지 이어졌다. 그 사이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보였던 골프장 사업자 측은 시간을 벌게 됐고 올해 3월 골프장 증설을 위한 실시계획인가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현재 시는 7월 2일 환경영향평가 유효기간 만료를 앞두고 사업 승인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읽기에 접어든 산황산 골프장 증설계획. 주민들과 범대위는 이제 인천 계양산 골프장 취소 사례와 같이 이동환 시장의 ‘직권취소’결정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조정 대표는 “시장 간담회를 통해 사태 심각성을 전달했으며 부시장 및 실무부서와 증설계획 재검토를 위한 민관합동팀 구성 논의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