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릉천 통합하천사업 심포지엄
한껏 높아진 통합하천사업 기대감
전문가 “자연성 회복, 수생태 복원” 강조
실제 사업계획에 얼마나 반영될지 우려
생태분야 전문가 자문단 위촉 요청도
[고양신문] 고양시가 환경부 국비공모사업에 선정된 창릉천 통합정비사업의 추진 방향을 가늠하기 위한 ‘창릉천 통합하천사업 심포지엄’을 23일 덕양구청에서 개최했다. ‘창릉천의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날 심포지엄은 (사)한국조경학회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함께 주관했고, 지역주민과 생태활동가 등 250여 명의 참가자들이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토론을 경청했다.
사업비 총액 3200억원, 고양시 하천 중 역대 최대 규모 정비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첫걸음을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뗀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날 여러 차례 언급된 ‘명품 하천’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동상이몽의 모습도 노출됐다. 다시 말해 치적사업에 대한 정치권의 기대, 생태적 복원을 강조한 전문가들의 견해, 쾌적한 친수공간 조성을 바라는 지역주민들의 요구가 아직은 조율되지 않은 채 겉돌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자리이기도 했다. 청중석에서 토론회를 경청한 한 생태활동가는 “전문가들이 제시한 생태적 기준들이 실제 사업계획에 과연 얼마나 반영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치권 한목소리 “길이 남을 사업”
토론에 앞서 진행된 개회식에 참석한 정치인들은 여·야를 떠나 창릉천 통합하천사업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한목소리로 표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미래세대에게 넘겨줄 세계적 명품 하천을 만들자”고 말했고, 김영식 시의회의장도 “창릉천 사업을 시작하는 오늘이 역사에 길이 남을 뜻깊은 날”이라며 성공적 시정을 치하했다. 이어 한준호 국회의원(고양을) 역시 “환경부 공모사업 선정이라는 기적 같은 일을 함께 만들어낸 분들”이라는 찬사와 함께 오준환 도의원, 김수오 푸른도시사업소장 등을 직접 호명하며 감사의 박수를 유도했다.
하지만 정작 심포지엄이 시작되자 조금 전 기념사진을 함께 찍은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토론 내용을 경청하지도 않고 토론회장을 빠져나가 아쉬움을 샀다.
과거와 달라진 하천복원사업 패러다임
첫 발표자로 나선 한국조경학회 송병화 교수는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에 초점을 둔 ‘하천환경 복원사업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발표했다. 송 교수는 먼저 하천정비의 경향이 시대별로 어떻게 변모되었는지를 설명했다. 과거의 하천정비가 치수(治水)와 수자원 이용에만 치중했다면, 오늘날에는 훼소된 하천의 자연성 회복을 목적으로 생물서식처와 친수공간을 함께 조성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한 하천 복원을 위해 ▲하천의 고유성 반영 ▲저수로 선형의 다양화 ▲종-횡적 연속성 확보 ▲하천 주변 수변녹지와 생태벨트 조성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 ▲주민참여형 하천 조성 등을 주문했다.
송 교수는 “그동안의 하천정비사업들을 살펴보면, 수생태계 건강성을 훼손하는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경과 친수시설 도입 위주의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생태복원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획일화된 복원계획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 자연기반해법(NBS)과 K-ESG(지속가능성 달성을 위한 3가지 핵심요소) 가이드라인 진단항목을 창릉천 복원사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조언을 전했다.
그린인프라 도시계획 구축 필요
두 번째 발표자 안홍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창릉천 통합하천 추진방향’이란 주제로 창릉천의 특성과 잠재력을 짚은 후 효율적 하천공간 활용을 위한 거시적 방향성을 제시했다. “하천은 하천다워야 한다는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창릉천 정비사업을 접근하자”는 주문으로 발표를 시작한 안 박사는 “계획 단계에서는 방향과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사업 후에는 목표 대비 달성정도로 사업성을 엄정히 평가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창릉천의 ▲물리적 특성 ▲수생태 건강성 ▲수질 특성을 법적 기준에 의해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홍규 박사는 “그동안 창릉천을 따라 수많은 대규모 도시개발이 진행됐지만, 늘 도시계획과 하천정비계획이 따로 놀았다”고 지적하며 “지역 활성화 전략과 연계한 하천공간계획과 함께 지역 주민의 유기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창릉천의 효율적 하천공간 활용을 위해 현재 도식적으로 구분되어 있는 지구지정 기준을 좀 더 세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전과 이용의 조화’를 강조한 안홍규 박사는 “지축지구, 삼송지구, 은평지구, 원흥지구, 창릉신도시가 상화 연계되어 그린인프라를 지향하는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면서 창릉천 통합하천사업에 적용 가능한 ▲치수분야 ▲수질·환경분야 ▲친수·생태분야 전문기술을 소개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창릉천을 바라보는 다양한 목소리
2부 종합토론에서는 한국조경협회 안세헌 회장이 좌장을 맡아 창릉천 사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다채로운 의견을 나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삼희 박사는 창릉천이 홍수범람에 취약한 지형이라는 점을 짚으며 개방형 자류습지(워터프론트)를 조성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고 ▲고양하천네트워크 창릉천수계 배은숙 부대표는 하천정화활동의 경험을 말하며 “외래식물 제거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개인과 민간단체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국조경학회 강영은 교수는 “사업이 마무리된 후 효율적 유지·관리를 고려해 부분적 민간개발, 리빙랩과 기술 접목 등이 초기부터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고 ▲고양시정연구원 김은경 연구원은 “인문적 관점에서 북한산성, 행주산성, 서오릉, 서삼릉과 연계한 스토리텔링이 결합되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했다. ▲원종범 의원은 “주민참여형 명품하천을 만들기 위해 시민과 공유하는 자리를 지속으로 만들어가자”면서 “시의원으로서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생태적 회복 목표 분명히 담겨야”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선명한 목소리를 낸 패널은 정민경 시의원이었다. 지금까지의 추진 과정을 보면, 창릉천 통합하천사업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생태적 복원’이라는 가치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 지적했기 때문이다.
정민경 의원은 “창릉천 통합하천사업의 근거는 바로 하천법”이라며 “하천법에 근거하여 진행하는 창릉천 통합하천사업은 수생태환경을 고려하고 자연성을 보전, 회복하기 위한 공사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 창릉천 통합하천사업은 생태적 연속성 회복, 또는 연결성 회복이 목표에 담겨 있지 않다. 이수와 치수, 친수공간조성사업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은 하천생태계를 파괴하는 과거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울러 최근 명단이 발표된 창릉천 통합하천사업 자문위원단에 생태분야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창릉천이 건강한 생태축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생태분야 전문가를 위촉해줄 것”을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