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인식과 발언이 날이 갈수록 극단화되고 있다. 전쟁불사론(1월1일 군지휘관 화상통화), 자체 핵무장 필요성(1월 국방부·외교부 업무보고)에 이어 지난 6월 28일 자유총연맹 행사에서는 전임 정부와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부쳤다. 윤 대통령의 자유총연맹 발언은 표현과 내용 모두에서 충격적이다. 윤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하여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부르고 다녔습니다.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으며, 우리를 침략하려는 적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된 가짜 평화주장이었습니다. 자유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가 치명적으로 흔들린 상황이었습니다”라고 발언했다.

자유총연맹 행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자유총연맹 행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충격적인 윤 대통령의 발언과 인식

위 발언은 우선 사실관계에서 문제가 많다. ‘종전선언’을 하면 유엔사가 해체된다는 주장과 유엔사가 있으면 북한이 남침할 때 자동적으로 유엔사 참가국들이 참전한다는 말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제안해 논의가 시작된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체결에 앞서 정치적 선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자는 아이디어였다. 70년째 휴전 상태에 있는 전쟁을 끝내겠다는 종전선언이 유엔사와 무관할 수는 없겠지만, 정치적 선언이 곧장 유엔사 해체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다. 실제 미국은 종전선언 논의 이후 유엔사를 더욱 강화시켰다. 

또한 유엔사가 있으면 북한이 남침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유엔사 참가국들이 자동으로 참전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유엔사 참가국들이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서는 의회 비준 등 국내적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북핵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 · 북미관계 정상화 등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힘겨운 노력을 “적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된 가짜 평화주장”이라고 매도한 것은 악의적 비난에 가깝다.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 제시 없이 우리에게 절실한 평화 정착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정치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남북 간 적대적 긴장과 전쟁 위협을 없애고 한반도에 비핵화와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허황된 가짜 평화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을 적대국으로서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 중심으로 흡수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북한은 주적”, “핵개발 상황에서는 단돈 1원도 주지 말라”, “통일은 잘사는 쪽으로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표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또한 그간 별 역할도 없었던 통일부에 대해서도 ‘대북 지원부’였다며 북한동향 분석 · 북한인권문제 공세 등 남북 대결전의 선봉에 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 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과 통일교육, 그 밖의 통일 사무를 관장’하도록 명시한 정부조직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장관 후보자도 극단적 주장을 펼쳐 온 극우 뉴라이트 인사를 임명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사진출처=오마이뉴스] ⓒ 이희훈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사진출처=오마이뉴스] ⓒ 이희훈

겁쟁이 강경파, 치킨 호크

왜 이러는 걸까? 역대 보수 대통령들의 경우 선거 시기에는 지지층을 의식해 강경 발언을 했지만 집권 후에는 엄중한 현실을 고려해 신중하게 처신했는데 윤 대통령은 거꾸로 가고 있다. 윤 대통령의 가치관과 정책 노선이 갈수록 극우로 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이념 성향이 별로 뚜렷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분이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걸까? 극우 유튜브를 너무 많이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부터 내년 총선을 의식해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다양하다. 분명한 것은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뒤늦게 통일·외교·안보에 대해 편향된 지식을 습득하면서 점차 극우 성향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문제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안보 관련 주요 보직을 치킨 호크가 장악하고 있다. ‘치킨 호크’(chicken hawk)란 겁쟁이(chicken)와 강경파(hawk)라는 상충되는 어휘가 결합된 합성어로서 ‘겁이 많은 매파’를 의미한다. 전쟁과 관련된 경험은 하나도 없으면서 전쟁 이슈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지칭한다. 남성 공직자로서 정치적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 하는데 정작 본인은 전시 병역 의무를 기피하는 위선자이다. 

합리적 목소리 짓누르는 비정상의 준동

1960년대 후반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공화당 매파들이 강경한 반공주의를 내세우며 안보 이슈를 독점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군대에 가본 적도 없거나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게 드러나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미국 상하원 의원들의 병역 자료를 조사했던 앤드류 제이콥스 민주당 하원 의원에 의하면 상대적으로 온건한 외교정책을 주장하던 민주당 인사들을 애국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공격했던 공화당 매파 대부분이 병역 기피자라는 것이다. 당시 공화당 매파들은 안전한 요새 속에 들어앉아 강경한 주전론을 외치며 일선 정글 속 장병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윤 대통령(부동시로 군 면제)과 외교·안보의 최고 실세로 알려진 김태효 안보실 차장(고도 근시로 군 면제)을 필두로 대통령실에 치킨 호크가 득실거리고 있다. 대통령실 2실장 6수석 중 무려 6명이 군 면제나 방위병 출신이다. 1급 이상 고위공직자 58명으로 확대해도 군 면제가 11명(22%), 방위병 20명(39.3%)으로서 대한민국 남성 평균에

백장현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장
백장현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장

비교해 면제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가히 치킨 호크의 전성시대라 불릴 만하다. 
외눈박이 세상에선 두눈박이가 비정상 취급받듯이 치킨 호크가 다수인 대통령실에서 균형감을 가진 합리적 현실주의자의 목소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쟁의 무서움과 참상을 모른 채 강경한 주장을 펼치는 치킨 호크를 제어하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남북의 극단적 대결로 전쟁 위험성이 높아진 요즘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치킨 호크의 준동을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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