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신규소각장 일방적 추진
반대 외면한 입지공모·공청회
입지 타당성은 주민동의 필요
입지선정위원회, 주민대표 6명 

6일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진행된 쓰레기소각장 건립 주민공청회에서는 소각장 반대여론을 잠재우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 유경종 기자
6일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진행된 쓰레기소각장 건립 주민공청회에서는 소각장 반대여론을 잠재우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 유경종 기자

[고양신문] 고양시 내에 쓰레기소각장(폐기물처리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고양시 정책과제와 쓰레기소각장 입지선정 과정에서 주민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가 충돌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양시는 쓰레기소각장 추진을 강행하고 있고, 주민들은 사는 곳에 쓰레기소각장이 들어오는 것을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고양시는 생활폐기물의 수도권매립지(인천)에 직매립 금지가 시작되는 2026년 이전까지 신규 쓰레기소각장을 고양시 어느 한 곳에 건설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2021년 7월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은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은 반드시 소각하거나 재활용을 한 이후 잔재물만 수도권매립지로 보낼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다. 더구나 현재 고양시 유일의 쓰레기소각장인 백석동소각장 역시 성능미달로 보수공사가 진행됐지만 결국 2030년 사용종료가 된다. 2010년 4월부터 가동이 시작된 백석동 쓰레기소각장은 작년에는 가동일수가 250여일에 머물러 있으며, 1일 평균 소각량도 약 180여 톤에 불과했다.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신규 쓰레기소각장 추진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고양시는 쓰레기소각장을 반대하는 주민 목소리를 대체적으로 외면하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6일 주민공청회 자리에서 “전임시장 때부터 신규 소각장이 적극 추진됐어야 했다. 지금 추진하더라도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고양시가 주민 목소리를 외면하는 행태는 지난 5월 3일부터 6월 7일까지 진행한, 쓰레기소각장 후보지 선정을 위한 주민공모 때부터 나타났다. 입지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동의율이라는 공모요건을 빼버리고 외지인을 포함해 토지주 동의율을 공모요건으로 하자 13곳에서나 신청했다. 벽제동(5곳), 대자동(4곳), 내유동(1곳), 내곡동(1곳), 지영동(1곳), 문봉동(1곳) 등 6개 법정동 13곳에서 토지주가 신청한 것. 

신규소각장 추진 당위성만 강조  
이후 이달 6일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진행된 주민공청회에서도 고양시는 쓰레기소각장 반대라는 ‘예봉’을 피하면서 반대여론을 잠재우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주민공청회 시간 중 마지막 약 15분 정도 주민질의를 받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신규 쓰레기소각장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쓰레기소각장에 대한 해외 성공사례를 부각시켜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언덕처럼 조성해 스키, 클라이킹 등 스포츠시설을 설치한 아마게르 바케 소가시설(덴마크), 세계적인 건축가가 디자인해 관광명소가 된 슈피텔라우 소각시설(오스트리아) 등이 소개되기도 했다. 또한 쓰레기소각장이 들어섬에도 불구하고 재산권 보존사례가 제시되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동해종합기술공사 관계자는 쓰레기소각장이 들어선다고 주위 재산가치의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국토부 자료를 제시하며 “하남유니온파크(폐기물처리시설)가 들어선 이후 인근 아파트 단지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자원그린에너지파크’라는 이름의 고양시 신규 쓰레기소각장 추진현황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고양시 자원순환과 발표자료에 따르면 고양시는 올해 7월부터 내년 2월까지 입지후보지 타당성 조사용역을 진행하고, 내년 4월에는 입지를 결정하며 2025년 10월에는 착공을 할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 시작 전부터 고양동 범대책위원회 주민들은 미리 준비한 피켓을 들고 소각장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고양시가 사전 계획한대로 일방적으로 공청회가 전개되자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공청회에 모인 이들 중에는 시의 신규 쓰레기 소각장 추진에 동조하며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아 주민갈등 분위기가 감지됐다.  

6일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진행된 주민공청회에서 쓰레기소각장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화장장 가져가라, 소각장 절대반대”를 외치는 등 시의 주민공청회 행태에 불만을 제기했다. 사진 = 유경종 기자. 
6일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진행된 주민공청회에서 쓰레기소각장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화장장 가져가라, 소각장 절대반대”를 외치는 등 시의 주민공청회 행태에 불만을 제기했다. 사진 = 유경종 기자. 

이날 주민공청회를 마친 후 김길성 고양동 범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3곳의 입지후보지 가운데 9곳이 고양동에 있다. 기존에 있던 화장장에다 이제 쓰레기소각장마저 들어오면 고양동은 이제 혐오시설 1번지라는 이미지로 못박힌다”면서 “마지막에 몇몇 주민들로부터 질문 받은 것 외에는 쓰레기소각장이 들어서서 좋은 점만을 일방적으로 계속 말하는 것이 무슨 주민공청회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쓰레기소각장 입지선정 과정에서 주민의사 반영문제를 부각시킨 주민토론회를 지난 5월 개최했던 심상정 의원실도 공청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한기 선임비서관은 “입지공모가 마감되고 진행된 첫 번째 공청회라면 주민들의 의견이나 우려를 듣는 공청회로 진행되어야 했었는데 오히려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공청회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일방적 공청회는 주민갈등을 조장하고 짜고 친다는 의혹만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폐기물시설촉진법, 주민의사 반영토록 규정 
하지만 후보지 선정을 위한 주민공모나 주민공청회까지는 쓰레기소각장 반대 목소리를 피할 수 있었지만 입지후보지 타당성 조사용역 과정에서는 주민 반대 목소리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폐기물시설촉진법 시행령 제9조5항은 쓰레기소각장의 예상 입지의 경계로부터 300미터 이내의 거주하는 세대주의 50% 이상이 동의했을 때만 입지 후보지 타당성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후보지 선정을 위한 주민공모에 응한 13곳 중에서 반대하는 세대주가 많은 곳이라면 타당성 조사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쓰레기소각장 최종입지 선정을 결정하는 입지선정위원회에서도 주민반대 목소리가 반영될 수도 있다. 폐기물시설촉진법 시행령 별표1의 2에서는 입지선정위원회 내 주민대표의 경우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대표로 한정해 3명 이상 6명 이하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김남훈 시 자원순환과 팀장은 “현재 주민대표 6명을 선정하기 위한 공모에서 21명이 신청한 상태다. 시는 이미 공무원 2명, 도시계획위원 3명, 전문가 6명은 정해졌고 주민대표 6명 정도를 선정해 총 17명으로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물론 6명의 주민대표가 실제로 주민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성을 가지고 있느냐는 문제도 풀어야 하는 숙제다. 모집공고에 따르면 지역 주민대표 자격은 주민등록상 ‘입지 후보 지역에서 3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주민’ 외에 다른 자격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날 공청회 시작 전부터 고양동 범대책위원회 주민들은 미리 준비한 피켓을 들고 소각장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진 = 유경종 기자
이날 공청회 시작 전부터 고양동 범대책위원회 주민들은 미리 준비한 피켓을 들고 소각장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진 = 유경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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