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희 심리치유센터 대표  
양성희 심리치유센터 대표  

[고양신문] 한 아이돌 노래가 눈에 띄었다. 제목이 ‘Antifragile 안티프래질’이어서다. 택배 상자에 종종 붙어있는 용어 ‘fragile-깨지는’의 반대말인가? 깨지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전에 없던 말이다. 나심 탈레브라는 금융인 출신 사상가가 만든 신조어란다. 깜찍한 아이돌이 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노래를 부른다. 깨지지 않는다는 노래라니 젊은이답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지는 고양꽃박람회 기간에는 날아갈 듯한 바람이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곤 한다. 한 해도 잠잠하게 지나간 적이 없다. 주최자도 관계자도 깨지랴 날아가랴 노심초사할 것이다. 봄을 맞이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겪는 에피소드이리라. 비바람이 몰아치는 요즘 장마철은 더 문제다.

  문득 강박 장애를 겪는 사람은 비바람을 싫어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은 바람다워서 제멋대로 분다. 바람이 세차면 빗어 올린 머리도, 원피스도, 비를 막기 위해 들었던 우산도 제멋대로 날아간다. 이런 불확실함을 참지 못하는 게 강박 장애이다. 늘 불안한 그들에게 바람은 통제 불가능한 골치덩어리다. 

  앞서 말한 사상가 나심 탈레브는 『안티프래질』이라는 책도 썼다. 탈레브에 따르면, 교과서에 ‘안티프래질’이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넌 언제나 깨질 수 있어’라는 나약함을 심어주는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라 한다. 이러한 교육으로 인해 국가는 득을 보기 쉽다. 의료계도 ‘깨질 수 있는’ 우리 몸을 치료해주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스스로 병이 치유될 수 없다는 개념이 의료자본시장을 영위해 주고 있다. 정말 우리 몸은 병원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존재란 말인가. 오히려 병원에서 죽거나 상하는 일은 없다고 믿는가.

  그러다 깨진다, 깨지면 자기만 손해다. 이런 말을 쉽게 들을 만큼 우리는 매사에 불안하다. 그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상대가 깨지기를 바라는 건 아닌지 자신의 속마음을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권력자가 쓰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운이 없어 정말 깨진다면 너를 애도하며 나는 안도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부모자식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깨진다’와 ‘깨지지 않는다’를 함께 가르치는 교육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강해지는 기분이다.  

  가수 이효리가 40대에도 댄스가스의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담과 요가로 심신이 모두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이효리는 십여 년 전 ‘치티치티 뱅뱅’이란 노래로 잠정 은퇴했었다. 여러 사건으로 지쳐서 쓰러질 법도 한데 ‘그냥 나는 니가 웃긴다’라는 노래를 부르며 멋있게 사라졌다. 그랬기에 지금 다시 데뷔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효리의 배짱 있는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데에 좋은 본보기이다.

  안 깨지려고 바둥바둥 허비하는 에너지가 너무 큰 사회이다. 학생은 몇 년 앞선 선행학습을 해야 하고 대학에 들어가도 취업 준비하느라 바쁘다. 왜 이런 비정상을 멈추지 않을까. 탈레브 말마따나 안티프래질을 배우지 않아서인가.

  정신의학계에서 쓰는 DSM-5(미국정신의학협회 진단매뉴얼-5)에는 현재 약 300여개의 정신 장애가 수록되어 있다. 너무 많아서 놀랐는가. 이전의 DSM-4보다 당연히 늘어난 수치이고 앞으로 개정되어 나올 DSM-6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왜 이렇게 정신장애는 늘어나겠는가. 사회가 다변화되어서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져서라고 볼 수 있다. 학원과 병원 수만 많은 것뿐 아니라 투자회사가 얼마나 많아졌는지를 보아도 제정신 차리고 살지 않으면 내 돈, 내 몸, 내 정신은 탈탈 털릴 것이다. 

  깨질까 두려운 우리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라며 청소부에게 인사를 나누는 존중하는 태도가 우울증을 줄일 것이다. ‘이 정도면 약 안 드셔도 며칠 있으면 나아요, 댁에 가셔서 쉬세요’라며 말하는 의사의 정직한 태도가 불안증을 줄일 것이다. 집에 도착했는데 매번 엄마가 사랑스런 미소로 반겨준다면 아이는 편안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으니 스스로 배짱을 키우는 건 어떤가. 흥얼흥얼, 춤도 함께. 떨어져도 돼 I’m antifrag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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