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컨설턴트에서 농산물가공업 CEO로 - 이영주 칠갑농산 대표

홀로 미국 유학 생활 버텨내며
두려움 스스로 이겨낼 힘 길러
매출 3배 늘리고 무차입 실현
전체 매출의 10% 수출 목표
“칠갑은 믿고 먹을 수 있대요”

이영주 대표는 “올해 30주년을 맞은 칠갑농산이 오늘에 이르기까지에는 음식에 대한 진심, 사업 파트너에 대한 신뢰, 소비자를 위한 건강한 먹거리 제공이라는 철학과 열정으로 사업을 이어온 아버지 이능구 회장님이 있어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음식에 대한 ‘진심’을 바탕으로 소명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가면서 100년을 이어간다면 명품으로 인정받을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영주 대표는 “올해 30주년을 맞은 칠갑농산이 오늘에 이르기까지에는 음식에 대한 진심, 사업 파트너에 대한 신뢰, 소비자를 위한 건강한 먹거리 제공이라는 철학과 열정으로 사업을 이어온 아버지 이능구 회장님이 있어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음식에 대한 ‘진심’을 바탕으로 소명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가면서 100년을 이어간다면 명품으로 인정받을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고양신문] 어릴 때부터 자기 주관이 강하고 고집도 셌다. 대학 졸업 후 스스로 모은 돈으로 미국 어학연수를 가겠다는 것도 모든 준비를 끝내놓은 후에야 부모님에게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말렸다. 하지만 어머니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영주야, 모든 것을 다 뺏기고 없어져도 머릿속에 있는 건 사라지지 않고 결국 너의 자산으로 남게 될 거다.” 마침내 6개월 일정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1997년 그렇게 도착한 미국 땅. 한국에서 IMF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미국 생활을 접어야 하나 고심했다. 미국대학으로 편입했다. 그게 비용이 더 절약된다는 걸 운 좋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작한 미국 생활. 대학원에 진학해 MBA 과정을 졸업했고, 또 다른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도 받았다. 단 한 번도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장학금을 받고 조교로 일하면서 생활비도 충당했다. 

미국에서 취업해 일하면서 CPA, CIA,  CISA,  CMA 등 웬만한 자격증을 모두 취득했다. 돌이켜보면 ‘어떠한 두려움도 나의 길을 막을 수는 없다’라는 신조를 지니게 된 것도 너무나 힘들었던 당시 미국에서의 생활을 잘 견디고 이겨낸 덕분 아닌가 싶다는 게 이영주 대표의 생각이다. 

중간에 잠시 귀국해 아버지 회사를 컨설팅해주다가 운명처럼 13년째 칠갑농산을 이끌어 오고 있는 이 대표의 업무적 삶과 개인적 삶은 그다지 큰 구분이 없는 듯했다. 그녀는 머리 아프고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무조건 뛰러 나간다. 달리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생명의 기운을 얻는다고 했다. 2시간을 훌쩍 넘긴 인터뷰 내내 보여줬던 사업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에너지의 원동력 중 하나가 마라톤임은 분명해 보였다.

학부 전공도 경영학이던데 가업 승계를 염두에 둔 건가. 
어릴 때부터 ‘떡집 딸’로 자라온지라 전혀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기업을 경영하면서 늘 힘들어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다른 길을 선택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부모님의 아무런 도움 없이 장학금을 받고 일하면서 학교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미국에서 공부했다. 

졸업 후 오래전부터 꿈꾸던 회계사가 됐고, KPMG Atlanta office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며 외부감사 업무 경험을 쌓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장난감 회사인 Mattel의 미국 본사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세계 각 지사를 다니며 커리어를 만들어가기도 했다. 솔직히 아버지 회사를 이어가겠다는 결정은 쉽지는 않았다. 평생 고생하시던 아버지의 삶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를 이어받아 경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잠시 귀국해 내 전공과 경험을 바탕으로 아버지 회사에 필요한 컨설팅을 해드렸는데, 아무리 좋은 컨설팅을 해도 결국 업무에 녹아나고 실행이 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컨설팅뿐 아니라 회사에서 필요한 일들을 직접 하나하나씩 실행해나가다 보니 어느덧 13년째 칠갑농산에 몸을 담게 됐다. 

회사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일한 후 주요한 변화는.
2010년대 초반 한국의 중소기업, 그중에서도 특히 식품산업 관련 기업의 경영구조와 환경은 너무나 열악했다. 고양 본사와 파주, 청양 등에 공장 등 사업장이 있는데도 심지어 당시 회사에서는 이메일도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 심각함을 몸소 체감했다. 직원들이 컴퓨터를 도스와 윈도우 2대를 쓰더라. 그러한 열악함을 조금씩 개선한다고 해왔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재무적인 측면에서는 재고관리와 미수 관리를 잘 해 현재 차입금이 전혀 없이 칠갑농산이 운영되고 있는 것은 큰 변화라고 본다. 또 처음 합류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설과 규모를 가지고도 생산 예측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으로 매출이 3배 정도 늘어난 것에 대한 보람도 크다. 농협이나 대리점 중심이었던 유통망을 온라인으로 확대했는데, 최근 급속히 생활화된 쿠팡이나 마켓컬리 같은 유통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이 칠갑의 제품을 믿고 꾸준히 찾아주신 덕분 아닌가 싶다. 

국수는 건조 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다. 칠갑농산은 열풍 기계건조 대신 ‘태양열 자연건조’ 방식으로 국수를 만든다. 태양열로 아주 천천히 건조해 수분이 천천히 빠져나가다 보니 국수의 원료인 밀이나 쌀 본래의 특성을 거의 해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탱탱하면서 졸깃하다’면서 ‘칠갑은 면발이 다르다’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사진 = 칠갑농산 홈페이지 갈무리]
국수는 건조 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다. 칠갑농산은 열풍 기계건조 대신 ‘태양열 자연건조’ 방식으로 국수를 만든다. 태양열로 아주 천천히 건조해 수분이 천천히 빠져나가다 보니 국수의 원료인 밀이나 쌀 본래의 특성을 거의 해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탱탱하면서 졸깃하다’면서 ‘칠갑은 면발이 다르다’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사진 = 칠갑농산 홈페이지 갈무리]

창업자인 아버지와 의견이 달라 갈등도 있었을 텐데.
물론 회사 운영 과정에서 살아온 시대가 다른 아버지와 의견이 달라 충돌하기도 했고, 나의 경험 미숙에 의한 판단 착오로 회사가 큰 위기를 맞은 때도 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아버지의 식품산업에 대한 철학과 원칙, 거래처를 대하는 데 있어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사실 내가 미국에 유학 중일 때 아버님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는데도 걱정할까 봐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대학원 졸업식에 오신 아버님이 ‘너를 다시는 못 보는 줄 알고 얼마나 슬펐는지 아느냐’며 펑펑 우시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평생 강인한 삶을 살아오셨지만, 자식을 위한 마음은 한없이 큰 분이라 걸 잘 알기에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아버지의 원숙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판단을 존중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은 내일은 또 다른 누군가의 생에 스며들게 마련이다. 사람은 누구나 당대를 살아가는 존재인 동시에 다음 시대에 스며들게 될 존재 아니겠나. 나 역시 일을 해갈수록 창업주인 아버지가 지닌 음식에 대한 소명과 열정이 내게 점점 스며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칠갑농산의 스테디셀러가 된 똑쌀떡국.
칠갑농산의 스테디셀러가 된 똑쌀떡국.

칠갑농산의 핵심 상품은 무엇이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떠하다고 느끼는지.
효자상품은 당연히 똑쌀떡국이다. 뜨거운 물만 붓고 3분이면 완성되는 즉석 떡국인데, 부드럽고 쫄깃한 떡의 식감이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호평을 받아 이제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칠갑 전체 매출의 60%가 면류에서 나오는데 최근엔 들깨수제비, 짬뽕수제비 등도 떠오르는 상품이다. 

들깨수제비
들깨수제비

사실 칠갑은 400개가 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소비자마다 자신이 선호하는 제품을 재구매하거나 반복구매하는 일이 잦다. 일례로 칠갑메밀국수는 30년째 매출 1등인 상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말린 메밀국수의 원조인데, 칠갑농산 제품인지도 모르고 그냥 구매하는 소비자도 많다. 30년 동안 우리가 디자인을 한 번도 바꾸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날 미용실에 갔는데 주부들이 명절 준비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방앗간에서 왜 떡을 해. 칠갑 거 사면 되지’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장인정신으로 원료에 대한 원칙을 지키며 믿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온 아버지의 철학이 시민들의 마음에 가닿은 것 같아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칠갑농산 '시간의 진심' 오징어젓갈
칠갑농산 '시간의 진심' 오징어젓갈

건강을 위해 통 메주를 사서 직접 장을 담글 정도로 건강을 생각하는 강남의 주부들은 ‘칠갑’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우리 음식의 전통을 이어가는 기업으로 느껴져 좋아한다고 하더라. 심지어 어떤 소비자는 ‘칠갑농산은 숨은 강자예요. 면 업계의 스티브 잡스라고나 할까‘라는 구매 후기를 남긴 것도 봤다. 음식에 ‘진심’을 담으려는 우리의 노력이 인정받는 것 같아 솔직히 기뻤다. 최근 발효 식품이나 젓갈처럼 제품화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한 품목들은 묶어서 ‘시간의 진심’으로 브랜딩을 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칠갑 농산인 줄 모르고 ’시간의 진심‘ 오징어 젓갈인 줄만 아는 것 같아 어떡해야 하나 고민 아닌 고민도 하고 있다(웃음). 

‘K-컬쳐’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회사의 수출 부문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와 맞물리면서 수출 파트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고 들었다.
K-POP, K-DRAMA 등의 인기에 힘입어 K-FOOD도 주목받으며 농식품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칠갑도 이런 추세에 따라 매년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으로 수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뿐 아니라 한인 매장을 찾는 현지인들도 한국 식품에 관한 관심과 선호도가 늘면서 가정간편식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칠갑 전체 매출의 10%를 수출한다는 목표 아래 지속해서 투자를 늘리고 수출 채널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어버이날 조그마한 황금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신 아버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 이영주 대표. [사진 = 이영주 대표 페이스북]
어버이날 조그마한 황금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신 아버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 이영주 대표. [사진 = 이영주 대표 페이스북]

칠갑농산이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게 된 근본적인 힘은 무엇이라 보는지.
50여 년간 식품산업 외길을 꾸준히 걸어오면서 ‘농민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란 기업 정신을 바탕으로 음식에 대한 진심, 사업 파트너에 대한 신뢰, 소비자를 위한 건강한 먹거리 제공이라는 철학과 열정으로 사업을 이어온 이능구 회장님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그 어떤 이익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본인의 자서전 제목처럼 ‘한 번도 쉬운 길을 선택한 적이 없’는 삶을 살아오셨다. 그 이유는 소비자뿐 아니라 본인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했다고 하더라. 머리로만 상상했던 기계를 마침내 완성했을 때의 희열, 방부제 없는 제품 개발에 성공했을 때 밀려오는 행복감, 칠갑농산이라면 무조건 믿고 먹는다는 소비자를 만났을 때의 황홀함은 쉽고 편한 길을 선택했더라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늘 강조하셨다. 

명품의 조건 중 하나가 3대가 이어서 하는 것이라 하더라. 그런데 나는 아버님의 기업 경영 철학과 정신만 이어갈 수 있다면 꼭 가족이 아니어도 경영을 승계할 수 있다고 본다. 칠갑농산이 음식에 대한 ‘진심’을 바탕으로 소명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가면서 그렇게 100년을 이어간다면 명품으로 인정받을 날이 오지 않겠나.

이영주 대표의 취미이자 특기는 마라톤이다. 2020년 3월 열린 하프마라톤 대회 여자 부문에서 1등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녀는 매일 새벽 2~3시간 동안 일산호수공원을 달린다. 또 머리 아프고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무조건 뛰러 나간다. 달리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생명의 기운과 에너지를 얻는다. ‘달림은 기쁨이자 자유’라고 말하는 그는 건강한 체력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는 것을 머리가 아니라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듯했다. [사진 = 이영주 대표 페이스북]
이영주 대표의 취미이자 특기는 마라톤이다. 2020년 3월 열린 하프마라톤 대회 여자 부문에서 1등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녀는 매일 새벽 2~3시간 동안 일산호수공원을 달린다. 또 머리 아프고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무조건 뛰러 나간다. 달리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생명의 기운과 에너지를 얻는다. ‘달림은 기쁨이자 자유’라고 말하는 그는 건강한 체력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는 것을 머리가 아니라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듯했다. [사진 = 이영주 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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