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사찰’ 1호 금륜사
화엄장학회 28년간 운영
“행복한 지역사회에 일조”
[고양신문] 금륜사는 덕양구 용두동에 자리한 천불이 모셔진 절이다. 1999년 서대문구 홍은동 가정집을 개조해 창건한 금장사와 2000년 은평구 역촌동 일요가족법회를 진행하던 금화사를 운영하다 신도가 늘어나면서 2010년 지금 자리에 오게 됐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수어가 표현된 법당이 있는 사찰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1000점의 수어하는 천불만다라가 가득 채우고 있다. 사찰 곳곳엔 1층 법당으로 들어오는 경사로와 이동식 받침대,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을 비롯해 어린이, 노약자를 위한 시설도 눈에 띄었다.
금륜사는 화엄장학회를 만들어 28년째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5년 장학회 시작 당시에는 공부하는 스님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했지만 2000년부터는 초·중·고·대학생부터 탈북 청소년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현재는 대학원생 스님들과 학생들, 주변 학교의 장학생을 선발해 지원하고 있다. 화엄장학회는 기금없이 운영하는 장학회다. 스님 10명, 신도 100여 명이 매달 조금씩 돈을 모아 장학금을 마련한다. 종종 장학금 마련이 어려울 때도 있지만 때마다 후원으로 도움을 주는 이들 덕에 이어지고 있다. 오래된 장학회다 보니 학생 때 받았던 것을 다시 돌려주고 싶다며 후원하는 이들도 있다. 이를 두고 본각스님과 효욱스님은 “좋은 뜻으로 시작해 좋은 뜻으로 돌아왔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환경운동에 불교가 앞장서야
금륜사는 장학활동 외에 환경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환경운동에 불교가 앞장서야 한다는 본각스님의 뜻이었다. 불교환경연대에서 지정한 ‘환경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녹색사찰 1호이기도 하다. 본각스님이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2002년 대만에서 열린 ‘제7회 샤카디타(붓다의 딸들) 세계대회’에서인데 행사가 끝나고 산더미처럼 쌓인 일회용 쓰레기를 보고 그다음해 대회부터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기로 했다. 이를 금륜사에서도 실천하기로 한 건데 뻥튀기를 그릇 삼아 떡을 담아주거나 설거지와 정리가 오래 걸리더라도 다회용기를 이용한다.
본각스님은 금륜사의 주지를 맡다 현재는 전국비구니회 회장으로 조계종 600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과 함께 하고 있다. 본각스님은 자신을 비롯해 6남매 모두가 출가한 집안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6남매 중 2남은 성철스님이 주석한 해인사로 출가했고 4녀는 성철스님과 각별했던 비구니계 대부 인홍스님과 상좌들에게 출가했다.
비구니스님 복지에도 관심
본각스님의 하루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6시에 아침을 먹고 오전에는 기도시간을 갖는다. 오후에는 각자 수행 시간을 갖는데 오래 수행한 본각스님도 오후 시간에는 경전을 공부한다. 화요일에는 전국에 있는 스님들이 모이는 온라인 화상 회의에서 경전 화엄경을 강의하고, 수요일은 불교방송인 BBS에서 방송을 진행한다. 지금은 전국비구니회 회장으로 있어 매주 금륜사에서 일요법회를 진행하지는 못하지만 한 달에 한 번은 금륜사에 신도들과 메시지를 나누고 있다.
본각스님은 전국비구니회 회장으로서 취임 당시 비구니 스님들의 복지체계를 세우겠다고 전했다. 비구니회 차원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안정적인 수행과 전법 매진을 위해 지원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전부터 비구니회에서 운영하던 ‘해인사자비원 광명노인요양원’을 비롯해 500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과 소통하기 위한 네트워크 형성에도 힘썼다.
“혼자 계신 노스님들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소식을 전해요. 법적인 부분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도 도움을 청하면 바로 도와드릴 수 있도록 했어요.”
사회와 더불어 살아갈 때
전국비구니회에서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군부 쿠데타가 있었던 미얀마에 물품을 보내고 재한 미얀마 청년들에게 장학금과 생활보조금을 지원하고 다문화 가정 지원, 비구니회관이 있는 강남구 일대의 쓰레기를 줍는 ‘줍깅’ 활동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동지에는 팥죽 2000그릇을 끓여 주변에 나누는 일을 3년째 해오고 있다.
“비구니회를 비롯해 금륜사에서도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있어요. 전에는 산속 깊은 사찰에서 자신만의 도를 추구했는데, 이제는 불교가 어떻게 사회와 더불어 살아갈 때라고 생각합니다. 채식으로 건강을 지키는 교육과 환경 운동 등 사회운동으로 보편화시키기 위해 앞장서려고 해요.”
본각스님은 비구니 스님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비구니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비구니 승가를 인정했지만 티벳, 태국, 방글라데시 등 아직 비구니 승가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도 많습니다. 한국 비구니 승가의 사례를 보고 스리랑카의 비구니 승가를 이뤄낸 것처럼 아직 열악한 곳의 비구니 승가를 도우려 합니다.”
금륜사는 내년에 템플스테이 등 사찰생활을 체험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금 있는 법당도 새로 건축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전국비구니회 회장 임기를 마치고 금륜사로 돌아오는 본각스님은 행복한 지역사회 만들기에 일조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금륜사 주변과 창릉천 곳곳의 쓰레기 정리를 신도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종교를 떠나 지역에 계신 분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에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