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모리슨 홀트아동복지회 이사
입양이 주는 행복 나누고파
보호출산, 아동 안전 위해
“지역사회 관심과 응원 부탁”
[고양신문] “입양, 보호출산으로 아동 안전에 최선책을 찾고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을 입양 선배로서 나누고 싶어요.”
강원도 동해시 묵호동에서 태어난 스티브 모리슨은 여섯 살에 홀트타운에 들어왔다. 그가 다섯 살이던 때, 술만 마시면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피해 어머니가 떠났고 아버지마저 경찰에 붙잡혀 들어가자 모리슨과 그의 동생은 거리를 헤맸다. 낮에는 음식을 찾아다니고 밤에는 다리 밑에서 잠을 청했다. 그러다 시장에서 달걀을 팔던 아주머니가 동생을 불쌍하게 여겨 동생을 데려갔고 그게 동생과의 마지막이 됐다. 그렇게 거리를 전전하다 여섯 살이었던 1962년 한 신사가 불편했던 한쪽 다리를 수술받을 수 있다며 홀트로 데려갔고 그렇게 홀트복지타운에서 살게 됐다.
이후 일산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열네 살이 되던 해에 지금의 가족인 미국 노부부에게 입양돼 미국으로 건너가게 됐다. 가족이 생기고 안정감을 갖게 되니 한국에서는 흥미가 없었던 수학에 점차 관심을 갖게 됐다. 수학을 좋아하니 과학도 좋아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우주 공학에 대해 궁금해졌다. 모리슨은 우주를 향한 동경심에 우주탐사를 꿈꿨고 닐 암스트롱 등 26명의 우주인을 배출한 우주개발 명문의 미국 퍼듀대학교 우주항공과에 입학했다.
이사직은 말리 여사 유언
어린시절 8년간 홀트복지타운에서 지내면서 홀트아동복지회를 설립한 홀트 부부, 이사장이었던 말리 이사장과의 추억을 회상한 모리슨은 홀트아동복지회의 이사를 맡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말리 여사님에게 말리 누나라고 불렀어요. 어렸을 때부터 홀트복지타운에서 함께 지냈거든요. 말리 누나가 위독할 당시 저에게 홀트 이사 제안이 왔어요. 말리 여사가 별세하시고 나서 누나가 나를 이만큼 사랑하고 신뢰했기 때문에 그런 유언을 남겼다고 생각했고 홀트에서 받은 걸 이사로서 나누고자 했죠.”
그는 미국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이 행복은 나만 느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가족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입양의 축복을 나누고자 한국입양홍보회를 설립했다.
“미국으로 입양 가서 부모님의 사람을 많이 받았어요. 자라면서 입양을 통해 소중한 가정이 생겼다는 걸 깨달았고 내가 잘 먹고 잘 사는 걸로 끝이 아니라 입양 선배로서 가족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입양홍보회 설립, 홍보 앞장
1999년 그가 한국입양홍보회를 설립했을 당시만 해도 입양에 대한 선입견이 만연했다. 입양 사실을 알리거나 언론에 입양 이야기가 노출되는 일도 없었다. 모리슨은 이런 선입견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공개입양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입양가족 사례가 알려지자 입양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다 2012년 ‘아동의 출생신고 증빙 서류’가 있어야 입양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입양 건수도 줄어들었다. 당시 출생신고는 생모에게만 허용됐지만 입양을 보내려는 사람들의 경우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에 있어 출생신고를 기피하는 상황이었다.
모리슨의 말에 따르면 2007년 시행된 국외입양 상한제(쿼터제)도 입양 위축의 원인이 됐다. 국내 입양을 늘리고자 시행됐지만 국내 입양은 2008년 1306명에서 2009년 1314명으로 거의 늘지 않았고 해외 입양은 2008년 1350명에서 2009년 1125명으로 감소한 것이다.
그는 한국입양홍보회에서 열었던 전국입양가족대회 당시 입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수많은 입양가족들이 모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놓았고 그로 인해 한국 내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입양으로 가정에 생기는 행복한 일들을 알리는 것이 다른 가족에게 입양에 대한 결심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는 당시 방송을 통해 입양가족을 소개하고 전국에서 연락을 받았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공개입양은 아동과 입양가족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숨겨지고 버려지는 아이 줄어들 것
최근 화두에 오른 ‘출생미등록 아동’에 관해서도 모리슨은 보호출산을 통해 아동의 생명권을 지키고 더 많은 아동이 유기에 놓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출산제는 혼외자 출생 등으로 출생 신고를 꺼리는 부모에게 익명 출산과 익명 인도를 지원하는 제도다.
“보호출산을 통해 미혼모들이 무명으로 아기를 낳을 수 있어 엄마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아이의 정보와 안전도 보장된다는 점이 가장 크죠. 버려지고 숨겨지는 아이들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지역사회가 아동복지를 위해 관심을 갖고 힘이 돼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고양시에 홀트는 자랑거리라고 생각해요. 홀트에 입양인으로서 늘 감사합니다. 홀트는 아동복지와 입양 아동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지역사회에서도 많은 도움과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