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장벽 낮추는 ‘위밋업스포츠’
매주 토요일 고양시서 배구 클래스
여성 은퇴 선수 경력 단절 해결하고
여성에게 허들 높았던 종목 접근 쉽게

지난 5일 열린 위밋업스포츠 배구 정규반에서 주소영 강사가 수강생에게 블로킹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위밋업스포츠 배구 정규반에서 주소영 강사가 수강생에게 블로킹을 가르치고 있다.

[고양신문] “학창 시절 이후에는 공을 만질 일이 없어 고등학교 졸업 후 4년 만에 공을 잡아본 거예요. 배구를 배우는 건 처음이라 걱정했지만 선생님이 자세부터 세심하게 알려주셔서 매주 토요일을 기다리게 될 만큼 재밌어요. 배구를 좋아하는데 자신감이 없어 망설이는 분들 모두가 이 클래스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고양시에 거주하는 손효빈 씨(24세)는 매주 토요일마다 저녁 시간을 비워 행신동의 한 체육관으로 향한다. 위밋업스포츠 배구 클래스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작년부터 배구를 배우기 시작한 손 씨는 배구 경기 관람을 좋아해 배구 클래스에 관심을 가졌고 마침 바로 옆 동네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고민 없이 정규반을 신청했다.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배구 클래스의 매력에 빠진 손 씨는 성남에 사는 박한별 씨(25세)에게 배구 원데이 클래스를 추천했고 박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원데이 클래스에 등록해 배구를 배우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왕초보반을 수강하는 박한별 씨와 정규반을 수강하는 손효빈 씨. 
(사진 왼쪽부터) 왕초보반을 수강하는 박한별 씨와 정규반을 수강하는 손효빈 씨. 

위밋업스포츠의 배구 클래스는 누적 수강생 1500명에 달하는 인기 수업이다. 고양시에서 열리는 배구 클래스는 약 2년 정도 꾸준히 진행되면서 탄탄한 기반을 갖추게 됐고 배구를 배우기 위해 성남, 부천, 김포 등 각지에서 회원이 모인다. 배구 클래스는 기초적인 것을 배우는 왕초보반(원데이 클래스)과 경기에서 쓰는 심화 과정을 배우는 정규반으로 나뉘지만 ‘스포츠를 쉽고 즐겁게’라는 기본적인 목표는 같다. 정선영 강사와 주소영 강사는 고양시 배구단에서 만나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면서 현재는 각각 왕초보반과 정규반을 맡고 있다.

배구 클래스를 듣다가 어느 정도 실력을 키워 동호회에 가입하는 회원들도 적지 않다. 배구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 회원들이 직접 포지션을 고민하고 활발히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동호회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생활스포츠지도사로도 스포츠클럽과 방과후수업에서 배구를 가르치고 있는 정선영 강사는 위밋업스포츠의 배구 클래스에서는 배구에 흥미를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평일에는 아이들이나 선생님을 가르치고 있는데 거기서는 웃음기 없이 수업을 진행해요. 위밋업스포츠 클래스는 배구를 접해보지 못한 분들에게 배구가 뭔지 알려주고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해서 배구 실력보다는 즐거운 시간에 집중해요.”

(사진 왼쪽부터) 배구 정규반을 담당하는 주소영 강사, 배구 왕초보반을 담당하는 정선영 강사. 
(사진 왼쪽부터) 배구 정규반을 담당하는 주소영 강사, 배구 왕초보반을 담당하는 정선영 강사. 

주소영 강사는 몸싸움이 없는 협력 운동이라는 점이 배구의 매력이라 좋아한다며 결혼 이후 좋아하는 배구를 계속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이야기했다. 

“스파이크, 블로킹했을 때 손맛이 있어요. 가장 짜릿함을 느끼는 순간이죠. 몸싸움 없이 할 수 있는 팀 운동이기 때문에 많이 참여하시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선수, 생활체육지도사 모두 경험해봤지만 여성 스포츠인들은 결혼과 육아로 경력 단절이 생기죠. 그런 점에서 좋아하는 배구를 결혼 후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어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왕초보반은 원데이 클래스 방식으로 진행돼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어 성남, 김포, 부천 등 멀리서도 배구 클래스를 듣기 위해 고양시를 찾는다. 
왕초보반은 원데이 클래스 방식으로 진행돼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어 성남, 김포, 부천 등 멀리서도 배구 클래스를 듣기 위해 고양시를 찾는다. 

여성 스포츠로의 진입장벽 낮춘다
‘위밋업스포츠’는 은퇴 여성 선수들이 모여 만든 사회적 기업으로, 아동과 여성을 위한 스포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서울 동부여성발전센터에 사무실을 두고 은퇴 여성 선수들의 경력 단절과 사회 진출로 이어지는 방법을 만들고자 한 위밋업스포츠는 2018년 ‘언니들 풋살대회’로 시작했다.

양수안나 위밋업스포츠 공동대표가 생활체육지도자로 일하던 당시 여성 모임에 축구 지도를 위해 방문했다. 복장부터 운동 능력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 양 대표가 알던 축구 클래스와는 사뭇 달랐다. 클래스에 참여한 여성들이 학창 시절 체육시간을 비롯해 제대로 스포츠를 접해보지 못한 게 가장 큰 요인이었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들의 체육 접근성과 은퇴 여성 선수들의 경력 단절을 반영해 ‘언니들 풋살대회’를 기획했고 설자리가 사라진 은퇴 여성 선수, 스포츠를 배우는 건 처음인 여성 회원들이 모여 대회를 치렀다. 

지난 6월3일 열린 '제5회 언니들 축구대회'. 20대부터 60대까지 여성 축구`풋살 동호인들이 모여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사진제공=위밋업스포츠]
지난 6월3일 열린 '제5회 언니들 축구대회'. 20대부터 60대까지 여성 축구`풋살 동호인들이 모여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사진제공=위밋업스포츠]

신혜미 위밋업스포츠 공동대표는 ‘언니들 풋살대회’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은퇴 선수들에게는 다시 뛰며 활기를 북돋는 기회를, 회원들에게는 풋살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기회를 줄 수 있었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첫 회 대회 때 인상 깊었던 반응들이 있죠. 은퇴 선수 중 최고령인 64세 언니는 ‘풋살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운동해야겠다’고 하셨고 어떤 회원분은 ‘왜 운동을 못 한다고 생각했지, 학창 시절에 더 뛰어다닐 걸 그랬다’고 털어놓으셨어요. 여성들이 스포츠를 쉽고 즐겁게 접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분들 덕에 위밋업스포츠가 탄생한 거죠.”

왕초보반과 정규반을 거쳐 어느 정도 배구에 익숙해지면 동호회에 가입하는 회원도 적지 않다.  
왕초보반과 정규반을 거쳐 어느 정도 배구에 익숙해지면 동호회에 가입하는 회원도 적지 않다.  

8월에 열린 클래스는 수영, 축구, 농구. 럭비, 주짓수, 배구, 패들보드. 태권도 등이 있다. 위밋업스포츠는 여성들이 참여하기에 허들이 높았던 종목을 위주로 선정해 클래스를 오픈한다. 종목을 선정하고 클래스를 열기까지 쉽지 않은 결정의 연속이다. 회원들의 수요는 기본이고 해당 종목 강사에 대한 코칭 트레이닝 진행과 클래스를 진행할 지역 선정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 클래스 종목은 ‘주짓수’였다. 수요는 있지만 스포츠를 자주 접하지 못했던 여성들이 몸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상태에서 몸을 부딪혀야 하는 스포츠에 도전하기는 어려웠다. 신 대표는 “주짓수 선수 출신인 여성 관장님들을 물색했고, ‘수요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관장님들의 걱정 속에 첫 클래스를 오픈했는데 30명이나 신청해 놀랐다”고 회상했다.

클래스 시작이 좋았던 위밋업스포츠의 클래스들은 원하는 날짜를 지정해 참여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가 주를 이룬다. 여성들이 나에게 맞는 스포츠를 찾기 위해 마련한 방법 중 하나인데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어 정규반보다 참여율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클래스 진행하며 여성 스포츠 용품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신 대표는 “스포츠에 접근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원데이 클래스가 많다”며 “원데이 클래스로 나에게 어떤 종목이 맞는지 파악해 보고 그 이후에 스포츠 장비나 용품을 구매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귀뜸했다.

왕초보반은 처음 배구를 접하는 수강생이 많기 떄문에 기본기부터 자세까지 세심한 지도와 흥미로운 진행으로 이뤄진다. 
왕초보반은 처음 배구를 접하는 수강생이 많기 떄문에 기본기부터 자세까지 세심한 지도와 흥미로운 진행으로 이뤄진다. 
수강생들이 배구 클래스 전후로 각자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풀고 있다.
수강생들이 배구 클래스 전후로 각자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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