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행정으로 주민·소유주 갈등
기존 구청 건축허가와도 충돌

설문동 현황도로 원상복구 공사 현장. 현재는 모든 포장이 벗겨져 자갈 흙길로 방치된 상태이다.[사진제공=지역주민]
설문동 현황도로 원상복구 공사 현장. 현재는 모든 포장이 벗겨져 자갈 흙길로 방치된 상태이다.[사진제공=지역주민]

[고양신문] “새마을운동 때부터 주민들과 50년 가까이 함께한 도로입니다. 농사·택배차뿐 아니라 소방차까지 드나드는 마을 핵심인프라를 농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작정 갈아엎으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동안 설문동 주민들이 현황도로로 이용해 온 일산동구의 포장도로가 지난달 28일 부터 갈아엎어져 주민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도로가 자리한 농지는 문원길170번의 일부로 지목은 ‘밭’이지만, 주민들은 그간 마을로 진입하는 주 출입로로 애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해당 토지의 매매 과정에서 본래 지목으로 원상복구해야만 토지 매매에 필요한 농지취득자격증명(농취증)을 발급할 수 있다는 구청 안내로 토지 소유주가 어쩔 수 없이 포장을 벗겨낸 것. 소유주 및 인근 주민들은 별도의 해결법 제시나 중재 없이 원상복구 절차만 밟는 일산동구청의 ‘소극행정’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정성기 고봉 4통장은 “오랫동안 지역에 거주해 온 어르신들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통로로 사용돼 왔다. 희미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급한 1954년 항공사진에서도 현황도로를 확인할 수 있다”라며 “새마을운동 때 도로가 포장된 이후 몇 차례의 거래가 있었지만, 한 번도 아스팔트를 벗겨내 원상복구 한 적은 없었다. 아직도 ‘원상복구’라는 안내만 반복하는 구청의 행정 처리에 대해 ‘절차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상식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 도로가 50년 넘게 사용돼 왔다면 매매 과정에서 꼭 밭으로 되돌릴 필요는 없다. '2018년 농지민원 사례집'에 따르면, 지목이 밭이더라도 농지전용허가제가 도입된 1973년 이전부터 도로로 사용됐음이 확인될 경우에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지 않고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농취증 발급 때문에 ‘원상복구’하는게 필수는 아니라는 것.

(A)로 표기된 토지가 현재 원상복구 공사를 마친 설문동 314-1번지로. 이 현황도로가 완전히 밭이 된다면 마을 진입로 한 곳이 사라지게 된다. 다른 진입로 (E)의 경우 (A)에 비해 공간이 협소하고 정비가 되지 않아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다.
(A)로 표기된 토지가 현재 원상복구 공사를 마친 설문동 314-1번지로. 이 현황도로가 완전히 밭이 된다면 마을 진입로 한 곳이 사라지게 된다. 다른 진입로 (E)의 경우 (A)에 비해 공간이 협소하고 정비가 되지 않아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다.

그러나 소유주는 “구청으로부터 농취증 필요 여부에 대한 안내 없이 원상복구 절차만 안내받았고, 계약 기한이 다가와 어쩔 수 없이 급하게 큰 돈을 들여 복구작업을 진행했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주민들 또한 해당 민원 처리에 대해 구청에 항의했지만 담당 농정팀장으로부터 73년 이전의 ‘항공사진’을 가져오라는 말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산동구청 산업위생과 농정팀 관계자는 “현 소유주가 농취증 발급에 관해 문의함에 따라 해당 토지의 원상복구가 필요하다는 내용은 안내했지만, 농취증 필요 여부 같은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안내하지 않았다”라며 “원상복구는 ‘명령’이 아닌 ‘안내’였기 때문에 실행 여부는 구청이 아닌 소유주 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인근 주민과의 소통 부재에 대해 담당 농정팀장은 “비슷한 유형의 민원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해당 건 같은 사소한 민원까지 자세히 파악하긴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원상복구’ 안내가 기존에 내려졌던 건축허가와 충돌된다는 의견도 있다. 만약 해당 부지가 도로가 아닌 밭이 된다면 ‘현황도로’로 보고 내려진 허가들이 무효화 되는 것은 아니냐는 것. 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설문동 314-1번지와 인접한 건물 중 99년도에 현황도로를 조건으로 건축인허가가 내려진 것이 있다”라며 “현재 법률 조언을 요청한 상태여서 관련해 확답드릴 수는 없으나, 해당 부지는 농지가 아닌 현황도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청 농정팀은 건축허가 등 다른 법률에 근거한 내용은 농취증 발급에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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