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을학교 중·고등 교육특강

스타 강사에서 교육전문가로 변신한 
이범 평론가가 들려주는 교육개혁 이야기
마을학교, 2008년부터 다양한 강연 진행
17일, 29일 초등생 대상 강연 이어져

마을학교 초청으로 교육특강을 펼친 이범 교육평론가.
마을학교 초청으로 교육특강을 펼친 이범 교육평론가.

[고양신문] 수시로 바뀌는 대입제도와 입시평가제도에 매일 밤잠을 설치고 공부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늘 요동치고 있다. 예비입시생 두 아들을 둔 평범한 학부모인 기자 역시 대한민국의 입시제도가 언제부터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워졌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런 답답한 마음을 해결해줄 (사)마을학교(이사장 여성애)의 여름방학 특별강연이 10일 덕양구청 회의실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미래세대의 대입제도와 교육경쟁’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는 미래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는 중·고생과 학부모들이 함께 참석해 강사로 초청된 이범 교육평론가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심상정 국회의원(정의당, 고양갑)이 2008년 초대 이사장을 맡으며 시작된 마을학교는 출범 이후 각계 명사를 초청해 다양한 주제의 인문학 강좌들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강연에도 심상정 초대 이사장과 이승민 전 이사장, 여성애 현 이사장이 나란히 자리를 함께했다. 

마을학교 관계자는 “여름방학을 맞이해 바뀌는 입시에 대한 궁금증과 청소년들의 혼선을 해소하고자 이번 강의를 기획했다”며 “이어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과 학부모를 위한 강연이 이달 17일과 29일 차례로 예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탁월한 안목으로 미래교육 방향 제시 

강연을 진행한 이범 교육 전문평론가는 경기과학고-서울대학교 출신으로 부모들이 바라는 대표적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이후 대형 사교육계에서 인기 스타강사로 큰 부와 명성을 이루지만 사교육에 대한 지나친 집중에 실망하고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학원가를 은퇴한다. 이후 무료 강의와 책을 출판하였고, 서울교육청 정책보좌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는 교육평론가로서 미래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강연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밟아온 길

이범 평론가는 과거의 교육제도부터 짚으며 강의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교육 경쟁이 치열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적 전통인 조선 시대의 과거제도 통해 ‘공부를 통한 성공’ 관념이 깊게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이 결정적 이유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과거제도는 일부 계층에 국한된 문화였으며, 과거제도가 없던 일본도 대입 경쟁이 심했기 때문이다. 일부 지주들이 대농장을 소유하고 재산을 독식하던 다른 나라들과 달리, 대한민국은 1960년대 농지개혁을 통해 지주들의 땅을 소작농에게 나누어 주게 된다. 이렇게 재산이 생긴 농민층은 후대를 위한 교육의 기회를 얻게 되면서 신분 상승의 꿈들을 이루기도 했다. 

“예전에 소를 팔고 논 팔아서 공부시켰단 말이 있죠? 1990년대 양극화가 나오기 전까지 대한민국은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이동이 가능한 평등한 나라였습니다.” 
이때부터 치열해진 교육경쟁으로 인해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통하던 시대였다. 강연자는 유럽의 다른 많은 나라보다 계층상승이 가능하던 대한민국에서 ‘높은 교육열의 원천은 가난이 아니고 평등’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수많은 변화를 겪은 교육제도는 2005년부터 내신 상대평가가 시작된다. 세계 유일의 내신 상대 평가제도로 같은 반 친구가 경쟁자가 되는 ‘소집단 내 제로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학업 경쟁 강도를 높이게 되었다. 이로써 개인 이기주의가 심해지고 ‘성적이 우수하면 최고’인 구도가 심어지게 된다. 높아지는 사교육 가열화로 공부 이외에 다른 시간을 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우울감과 자존감이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단점이 많은 제도 속에서도 대입에서는 균등선발 효과를 가지면서 사교육의 영향력을 못 받는 수도권 이외의 학교들에게는 빛이 되기도 한다. 

이날 강연에는 교육의 미래를 고민하는 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강연에는 교육의 미래를 고민하는 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이범 평론가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입시제도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OECD에 가입한 35개 나라는 대부분 대학입학 시험을 치르고 있으나, 캐나다와 노르웨이는 내신성적으로 대학의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유럽 입시의 기능은 이수와 낙제를 가리는 데 있으며, 그 성취도를 측정 비교하여 결정한다. 많은 나라의 입시는 대체로 논술형으로 진행되며 원하는 학과에 관련된 문제를 잘 파악하고 서술하는데 비중을 둔다. 하지만 한국의 입시는 단답형과 선다형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선다형으로 진행되는 수능이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무이하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의 경우 내신을 선택하거나 대입 시험 성적을 선택하는 두 가지의 방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기도 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대학에 진학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기회를 평등하게 주는 여러 나라와 달리 미국은 봉사와 다양한 경험, 동아리 특별 활동의 비중이 높다. 이러한 제도는 고소득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 사이에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게 이 평론가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 대입제도에는 어떤 방법이 맞는 것일까? 미국식은 입시와 고교교육이 분리되면서 비교과가 반영되었다. 따라서 학교에서 수능 준비를 돕지 않는다면 사교육이 폭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식으로 입시를 논술형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이 역시 공교육은 모두 바뀌어야 하고 사교육으로 큰 비중이 몰리게 될 것이다. 과연 어떤 것이 미래의 대학 입시 방향으로 옳은 것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강연이 이어졌다.

명문대 ‘능력주의’ 여전한 위력

이범 평론가는 능력주의가 우선시 되면 사람들 간의 격차가 당연시되는 단점이 있으나 조직을 운영하는 데는 가장 편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능력주의 반영이 늘면서 100대 기업의 CEO 가운데 서울대 출신 비율이 낮아지고 있고 공기업과 공무원의 채용과정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확장되고 있지만, 더 이상의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벌주의가 감소하는 반면 명문대와 특정 학과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극단화되고 있다. 결국은 명문대를 통한 ‘능력주의’가 여전히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국가재정 투입으로 교육품질 높여야

그렇다면 명문대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이범 평론가는 “대학서열의 의미는 대학 간 재정 격차로 인한 교육 품질의 격차”라고 정의했다. 지방에 있다고 해서 명문대가 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국가에서 재정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지면 지방에 있는 대학에도 우수한 성적의 학생이 다수 지원하며 명문대 반열에 들어갈 수 있다. 지방에 있는 카이스트(KAIST)와 포항공대가 그 예이다.

이 평론가는 “한국에서 교육 경쟁을 줄이려면 국가의 재정투입을 통해 대학의 교육 품질을 상향시켜야 한다”라며 “전국의 대학과 대학원의 평준화는 실제로 불가능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시 말해 대학 평준화의 핵심은 대입제도가 아닌, 교육의 품질을 높이고 국가가 명문 사립대와 사회적 타협을 통해 대학의 전문성을 나누어 연구중심과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을 구분하는 방법론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서울대, 카이스트 등 최상위 대학은 다른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벗어나 학·석사 통합 학생을 선발해 연구중심의 특수 대학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연에 앞서 인사를 전한 심상정 국회의원(미을학교 초대 이사장).
강연에 앞서 인사를 전한 심상정 국회의원(미을학교 초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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