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동고동락 부부독립운동가 104쌍 이야기』
이윤옥 작가, 수년간 자료 발굴해 집필
“일심동체 독립운동, 이제라도 조명돼야”

『동고동락 부부독립운동가 104쌍 이야기』(도서출판 얼레빗)
『동고동락 부부독립운동가 104쌍 이야기』(도서출판 얼레빗)

[고양신문]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그의 아내 이혜련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부부는 결혼 생활 35년 가운데 함께 산 기간이 13년밖에 되지 않았다. 남편이 집을 떠나 중국 등지에서 독립운동에 뛰어드는 동안 부인 이혜련 여사는 다섯 자녀를 키우면서 집안 살림은 물론 대한여자애국단 등의 활동에 이르기까지 남편 못지않게 독립운동의 험난한 길에 삶을 바쳤다. 그러나 한국독립운동사에서 부인 이혜련 여사와 같은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언급이나 평가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남편과 함께 당당히 독립운동의 반열에 올랐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은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부부독립운동가로 활약한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담당해야 할 국가보훈부에서 부부독립운동가라든가 형제·자매독립운동가 등에 관한 정확한 통계나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다년간 부부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추적해온 이윤옥 작가가 『동고동락 부부독립운동가 104쌍 이야기』(도서출판 얼레빗)을 출간해 관심을 끈다. 

책을 집필한 이윤옥 작가는 문학박사이자 시인으로, 오랜 기간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연구하며 『서간도에 들꽃 피다』(총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 등 지금까지 20여 권의 책을 선보였다. 작가는 “많은 여성들이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상태에서 남편과 함께 독립운동가로 활약했음에도 이들 부부독립운동가에 대한 변변한 책 한 권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이윤옥 작가 
이윤옥 작가 

이윤옥 작가는 이번 책을 쓰기 위해 지난 수년 동안 마치 수수께끼를 풀 듯 ‘부부독립운동가’들의 자취를 찾아내기 시작했고, 마침내 104쌍의 부부독립운동가를 다룬 첫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됐다. 국난의 시기에 부부가 일심동체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광복의 위업을 이뤄냈음에도, 이들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지 않고 각각의 모래알처럼 취급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스스로 집필한 저서를 통해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동고동락 부부독립운동가 104쌍 이야기』는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는 국내에서 항일운동을 펼친 부부독립운동가 23쌍을 소개하고 있다.  ‘핏덩이 남겨두고 독립의 길 걸은 박치은·곽치문’부부를 비롯하여 23쌍의 부부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장에서는 중국지역에서 항일운동을 펼친 부부독립운동가들을 다루고 있다. 만주에서 활약한 부부독립운동가 13쌍, 광복군에서 활동한 23쌍, 임시정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24쌍의 부부독립운동가를 소개했다. 3장에서는 미주에서 활약한 부부독립운동가들로 ‘식료품 상회로 번돈 독립자금에 쏟아부은 차인재·임치호’ 등 모두 21쌍의 삶을 담았다. 이처럼 책에 망라된 부부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국내와 중국, 미주를 아우르며 모두 104쌍에 이른다. 

책에서 다뤄진 이름들을 살펴보면 박자혜·신채호, 박열·가네코 후미코 부부처럼 이름이 알려진 이들도 있지만, 화성 제암리교회에서 함께 순국한 김씨·강태성 부부처럼 이름 석 자조차 전해지지 않은 이들도 있다. 

책에 삽입된 사진.
책에 삽입된 사진.

책을 펴낸 얼레빗 출판사 관계자는 “『동고동락 부부독립운동가 104쌍 이야기』의 특징은 부부 각각의 활동과 공훈을 기록했고, 여기에 국내를 비롯하여 미국 본토, 하와이, 중국, 러시아, 일본 등지를 찾아다니며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취재한 기사 '더보기'가 보태졌다. 아울러 각 장마다 부부 가운데 부인을 추모하는 시를 수록한 점은 발로 뛰는 이윤옥 작가 특유의 공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작가는 부부독립운동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역사의 조명을 받지 못한 여성 운동가들의 삶에 더 큰 추모의 마음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독립운동이라는 역사적 과업과 더불어 결혼, 임신, 출산, 자녀 양육까지 떠맡으면서 남편 못지않게 조국광복의 최일선에서 뛰었던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계승이 더욱 절실해지는 요즘 『동고동락 부부독립운동가 104쌍 이야기』를 통해 조국의 해방을 찾기 위해 부부가 함께 한 길을 걸은 이들의 숭고하고도 가슴 아픈 발자취를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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