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불편한 승객께 친절대응
받은배려 이상으로 돌려줄것

(왼쪽에서부터) 안숙자 제일여객 기사님. 773번 이용 중 받은 친절에 감사함을 전한 원흥마을12단지 조용선씨.
(왼쪽에서부터) 안숙자 제일여객 기사님. 773번 이용 중 받은 친절에 감사함을 전한 원흥마을12단지 조용선씨.

[고양신문] “승객들 작은 행동 하나까지 신경 써주시는 기사님은 처음이에요. 우리 같은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려고 하면, 솔직히 승하차할 때 마다 불평하는 기사님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분은 5년 동안 지켜봐 왔지만 짜증 한 번 안 내시고 직접 버스에서 내려서 휠체어도 들어주시기도 한다니까요.”

빠르게 돌아가는 요즘 사회에서 ‘노인’을 기다려 주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배차간격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승객간 몸 다툼에 노인·장애인들은 버스에 올라서기도 전에 눈총을 받고는 한다. 이런 현실에서도 ‘약자’의 편에  서서 이들을 도와주며 늘 여유로운 웃음을 선사하는 기사님이 있다. 바로 교하에서 출발해 고양을 지나 서울로 가는 773번 버스기사 안숙자(60세) 씨. 인근 주민들의 증언을 쫓아 기사님을 직접 만나봤다.

 

■ 친절한 기사님으로 칭찬이 자자한데승객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시나요?

평소 운전하면서 쉽사리 지나치기 어려웠던 분들을, 기사로서 도와드린 게 전부인데 승객분들이 그렇게 말씀해 주셨다니 괜히 쑥스럽네요. 773번의 경우, 반나절 동안 약 40명의 노인이 이용하세요. 일산병원에서 내리시는 분과 연신내 시장에서 내리시는 분들이 많아요. 병원에 가시는 어르신은 대부분 몸이 불편하시고, 시장에 가는 분들은 무거운 짐과 함께 타시는 편이다 보니 승하차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본인들 때문에 괜히 다른 승객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해하시는 감정들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데, 이럴 때마다 마음이 시려져 저도 모르게 안심시켜 드리고, 도와드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보통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설 때, 버스와 정류장 사이에 틈없이 바짝 붙여 정차하고 있어요. 버스랑 정류장 사이에 틈이 많으면 휠체어나 보행 보조기구, 짐 같은 게 그 틈 사이에 껴서 옴짝달싹 못하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만약 그럴 경우, 제가 가끔 버스에서 내려 도와드리곤 합니다. 그런데 심성이 고운 승객분들도 많으셔서 제가 나서기 전에 보통 문제가 해결되곤 해요.

■ 기억에 남는 좋은 승객이 있나요?

너무 많아서 지금 다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웃음). 한 분은 키가 유독 크신 어르신이셨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노인·장애인분들이 쉽게 승차하시도록 정류장에 가깝게 버스를 세우고 있지만, 이 때문에 어떤 정류장에서 조수석의 백미러가 고개를 뻗은 어르신과 살짝 부닥친 적이 있었어요. 제가 너무 죄송하다고 하자, 놀라셨을 텐데도 차분하게 괜찮다고 말씀하시며 멋쩍은 웃음을 보이시더라고요. 그분과는 인사할 때마다 ‘머리 이젠 괜찮으세요?’ 같은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다른 한 분은 하반신 마비를 앓고 계신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승객이셨어요. 여느 때처럼 운행하다가 급커브 구간을 신경쓰지 못해 차가 심하게 흔들려 휠체어가 넘어질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많이 놀라셨을 텐데도 오히려 저를 안정시켜 주시더라고요. 이런 제 실수나 난처함을 감싸준 승객분들 덕분에 저도 따라서 승객분들을 감싸 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운행하시면서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가장 힘든 점은 아무래도 ‘배차간격’이죠. 몸이 불편하신 분들의 승차를 돕다 보면 승객이 많이 타는 특정 구간에서 시간이 좀 지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엔 제 괜한 욕심 때문에 버스를 애타게 기다릴 다른 승객들께 폐를 끼치지 않았나, 다른 동료기사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에 미안함이 밀려옵니다. 또, 젊은 승객들의 경우 핸드폰이나 이어폰 착용으로 버스에서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고 하차 안내방송을 놓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배차시간이 지체되게 됩니다. 이럴 때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안내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책임감이  밀려오고는 해요.

이 밖에도 여자 버스기사이다 보니 정비나 힘쓰는 일 앞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있는데, 동료 남자 기사분들이 배려해 주시고 또 해결해 주신 덕분에 불편함 없이 운행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잘 알지 못하는 사고 후 보험처리나, 운전 감각 면에서 조언을 많이 들어 20년 차 베테랑 선배님들을 점점 닮아가는 중입니다. 이렇게 도움을 받은 만큼 앞으로 운전하면서 승객들과 동료 기사들께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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