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생 신지혜}
[고양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철 지난 이념’을 언급했다. 기념일마다 대통령의 연설에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묻어 있고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까지 일었다. 그런데 자기 이념은 국정철학이고, 전 정권의 이념은 철 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이라 평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 되겠다며 실용을 강조하던 모습을 집어 던지고, 이념이 중요하다고 하다면서 앞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대통령. 아찔하다. 지금 반공을 외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싶어 더 섬뜩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연설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한다. 그의 이념 체계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것은 공산전체주의다. ‘그의 이념 체계’라고 표현한 이유는 간단하다. 특히, 공산전체주의라는 말은 사전에도 없고, 학계에서 논의되는 말도 아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에서의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을 언급했다. 그에게 공산전체주의는 북한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이다.
북한과의 평화를 추진한다고 공산전체주의로 매도하는 것도 희한한 관점이지만, 그간의 윤 대통령 행보를 보면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 추측되는 이들은 더 많다. 윤 정부는 정부의 적극적 재정 역할을 보여주는 현금 이전 정책을 정치복지로 낙인찍고, 재생에너지를 키우며 기후정의로 나아가는 정책의 일환인 탈원전도 이념 정책으로 못박았다. 노동조합에는 ‘폭력배’ 딱지를 붙여 헌법상의 권리인 노동3권 역시 좁히려 안간힘을 쓰고, 정부여당 행보를 비판하는 언론은 ‘공산당 기관지’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윤 대통령의 여러 행보와 공산전체주의 발언을 연결하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며 정부의 적극적 재정 역할을 요구하는 모든 세력 역시 공산전체주의이자 반국가세력이 되는 셈이다.
공산전체주의라는 신조어로 국민을 적으로 만들고 있는 윤 대통령이 이제는 일제에 맞선 무장투쟁 역사를 폄훼하거나 왜곡하며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까지 뒤흔드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무장투쟁 독립투사의 공산당 이력을 문제 삼는 이유 중 하나는 대한민국 최초 대통령이 되어 반공을 내세웠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복권인 듯하다.
이승만은 빈약한 독립운동 이력과 국정철학이라는 약점을 감추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 친일파 청산 대신 반공 이데올로기로 자신과 다른 이들을 탄압했다. 언론과 집회 및 시위의 자유 등은 후퇴시키면서 정부를 비판하면 공산전체주의를 운운하는 윤 대통령의 행보와 퍽 닮았다. 타국의 이익을 위한 외교만을 우선하며, 허구한 날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까지 판박이다.
세계 경제는 회복 중인데 대한민국은 고전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통령으로서 제시할 탈출구가 너무나 빈약하니, 지지자를 붙잡아 두기 위해 반공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것 아니겠는가. 헌법 정신을 왜곡하며 2023년의 시계를 1948년으로 되돌리는 것은 단지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것을 넘어 과거의 이념 전쟁을 기반으로 한 이승만식 자유민주주의로 대한민국을 ‘통치’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윤석열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건 야당이 아닌, 1948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바로 그 자신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이승만의 최후를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