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하늘 노을감상-동쪽하늘 달맞이
한강과 북녘땅, 북한산이 멋진 배경
서로에게 전해지는 달빛의 낭만·희망

[고양신문] 요 며칠 사이 SNS에 멋진 노을 사진들이 많이 올라온다. 저녁나절 비구름 사이로 햇살이 잠깐 얼굴을 내미는 날씨가 반복되면서 서쪽 하늘에 환상적인 무지개 풍경, 노을 풍경이 자주 연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을을 기다리는 감성이 더해져 저마다 하늘을 향해 셔터를 누르도록 재촉한 모양이다.   

8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늘 저녁에도 멋진 노을이 펼쳐지려나? 기대감을 품고 일산 제1의 노을 명소인 고봉산전망대로 올라갔다. 고봉산전망대는 서쪽과 동쪽, 2개의 전망대가 이어져 있는데, 서쪽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일산서구와 파주시, 한강 너머 김포땅, 그리고 임진강 너머 북한 개풍군과 송악산까지 한눈에 조망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야가 그닥 선명하지 못했다. 황홀한 노을 풍경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만사가 늘 기대대로만 될 수는 없겠지. 그래도 올라왔으니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이 마감되는 풍경을 감상하고 내려가야겠다.  

일몰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전망대를 찾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십여명이 함께 전망대로 올라오는데, 자세히 보니 대부분 맨발이다. 인근 직장 동료들끼리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일명 ‘고봉산 맨발모임’ 멤버들이란다. “고봉산 전망은 봐도 봐도 멋지다”며 엄지를 치켜든다.

오후 7시 5분, 드디어 해가 서쪽하늘에 걸렸다. 탄현역 인근 랜드마크인 제니스빌딩 뒤편으로 고양과 파주의 경계인 심학산이 보이고, 멀리 한강 건너편 김포 문수산 능선으로 환한 불덩이가 넘어가고 있다. 

햇살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자 서서히 불을 밝히는 도시의 야경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하루 해는 저물었지만, 사람들의 일상은 한참 늦게까지 이어진다.

동쪽 전망대로 걸음을 옮기니, 그곳에도 한 몇몇 사람들이 뭔가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생각해보니 오늘이 바로 수퍼블루문이 뜬다는 밤이다. 말없이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얼굴마다 설렘과 기대가 가득하다. 이달(8월) 들어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인 ‘블루문’과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수퍼문’이 한날에 만났으니 이보다 낭만적인 밤이 없다. 

고봉산 서쪽 전망대가 노을명소라면, 동쪽 전망대는 달구경 명소다. 북한산의 웅장한 실루엣 위로 달이 떠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한번 섭섭하게도 고봉산과 수블루문의 환상적인 만남 역시 성사되지 못했다. 낮게 깔린 구름층이 환한 달빛을 가려버렸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두 시간만에 고봉산에서 내려와 차를 몰고 귀가하는데, 그제서야 밤하늘에 온전한 둥근 달이 얼굴을 내밀었다. 급히 차를 돌려 공릉천변에 주차를 하고 북한산 실루엣과 한참 떠오른 달빛을 늦게나마 한 앵글에 담았다.

8월31일 밤 올해 가장 큰 둥근달을 일산 탄현지역에서 촬영했다.
8월31일 밤 올해 가장 큰 둥근달을 일산 탄현지역에서 촬영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신문사 단톡방에도 수퍼블루문을 찍은 사진들이 올라온다. 위 사진은 고양신문 최고의 사진작가인 한진수 기자가 찍은 사진이고, 아래 사진은 일산서구 후곡육교에서 찍은 사진이다. 망원카메라에 커다랗게 찍힌 달도 예쁘고, 친근한 일상의 풍경 속으로 들어온 달도 예쁘다.

사람들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누군가에게 달 사진을 전송하고, 그 안에 작은 희망을 담아보기도 하고…. 2023년 8월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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