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스포츠를 이끄는 사람들
이성수 고양시유도회장

1998년 창립·동호인 1000여명
일본과 청소년 교류전 매년 추진
예시예종, 유능제강 유도 핵심원리
고양서 모서·모한 훈련 추진하고파

경찰로 복무하다가 유도 지도자의 꿈을 되찾고자 1989년부터 유도 체육관을 운영하는 이성수 고양시유도회장. 이 회장은 대한민국 유도 관장 최연소 공인 8단에 올랐다.
경찰로 복무하다가 유도 지도자의 꿈을 되찾고자 1989년부터 유도 체육관을 운영하는 이성수 고양시유도회장. 이 회장은 대한민국 유도 관장 최연소 공인 8단에 올랐다.

[고양신문] "유도는 예의를 배우고 정신을 수련하는 운동입니다. 무작정 힘으로 부딪히기보다는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기술이 더 중요하죠."

이성수 고양시유도회장이 유도를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때다. 체육선생님이 되고 싶어 유도를 시작했고 용인대학교 유도학과를 졸업해 국민대학교 교육대학원을 마쳤다. 이후 경찰의 길로 들어선 이 회장은 유도 지도자의 꿈을 되찾고자 체육관을 차렸다. 1989년부터 유도 체육관을 운영한 이 회장은 대한민국 유도 관장 최연소 공인 8단에 올랐다.

이 회장이 이끄는 고양시유도회는 1998년 창립해 25년째 유도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고양시유도회에는 10개 체육관이 소속돼있고 동호인은 1000여 명이다. 고양시 유도 동호인은 청소년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호신술로 유도를 시작한 중·고등생이 가장 많다. 

고양시유도회가 주최·주관하는 대회는 시장배, 회장배, 한·일 친선 청소년 유도 교류대회 등이다. 오는 11월 회장배를 남기고 시장배는 5월에, 한·일 교류전은 8월에 치렀다. 1998년 시작된 한·일 교류전은 코로나19로 인해 개최되지 못한 3년을 제외하면 매년 일본의 도치기현과 고양시를 오가며 열렸다. 지난 8월에는 도치기현의 우쓰노미야시에서 ‘제22회 한·일 친선 청소년 유도 교류대회’가 열렸다. 

8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제22회 한·일 친선 청소년 유도 교류대회’ [사진제공=고양시유도회]
8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제22회 한·일 친선 청소년 유도 교류대회’ [사진제공=고양시유도회]

태권도에 품새가 있다면 유도엔 본이 있다. 국제 용어로는 카타(KATA)라고 하는데 유도 기술의 원리를 체득하고 전파하기 위해 마련된 방법이다. 카타에는 5개 과정이 있는데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려 제압하는 메치기, 상대가 누워 있을 때 목을 조르거나 눌러 제압하는 굳히기 등이 있다. 

고양시유도회는 경기도 내에서는 최초로 경기도체육진흥공모사업에 선정돼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카타를 진행한다. 선우경 대한유도회 카타위원장 외 4명이 고양시를 방문해 직접 심사한다. 지난달 26일 첫 카타를 시작했고 오는 9월 23일에는 이성수 고양시유도회장이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굳히기 본을 진행한다.

중고등 유도 인재 많지만 실업팀 없어

경찰과 군 특수부대에서 무도 가산점을 인정해주는데 유도 단증을 가진 지원자를 더욱 선호한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때문에 그가 운영하는 도장에도 경찰·군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다. 체력을 기르고 싶다거나 경찰·군인을 꿈꿔서 유도를 배우러 오는 학생들이 많은데 각기 다른 이유로 도복을 입었지만 강인한 체력과 정신을 단련한다는 목표는 같다. 

“몸이 약해서 오는 아이, 경찰이나 군 장교를 꿈꾸는 아이 등 청소년들이 많아요. 체력을 기르는 것뿐 아니라 예의를 배우고 정신도 단련할 수 있으니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이 회장은 고양시에 유능한 유도 인재가 많지만 학교 내 유도팀이나 실업팀이 없어 인재들이 타지역으로 유출된다고 말했다. 백석중, 백마고 등에서 유도팀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사라져 유도 꿈나무 육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유도 실력자들이 지난 5월 열린 경기도체육대회에 고양시 유도 대표로 출전한 황보배가 라이트급(~73㎏)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고양시유도회 창립 이래로 첫 금메달이에요. 현역도 아닌 선수가 실업팀에 소속된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는 게 기뻐요.”

이 회장이 맨 띠와 같이 빨간색과 흰색이 섞여있는 것이 '용띠'다.
이 회장이 맨 띠와 같이 빨간색과 흰색이 섞여있는 것이 '용띠'다.

고양시유도회 추진하는 가장 큰 목표 사업은 모서(冒暑)·모한(冒寒) 훈련이다. 각각 ‘더위를 무릅쓰다’ ‘추위를 무릅쓰다’라는 뜻으로 가장 더운 8월과 가장 추운 1, 2월에 각지의 유도인들이 모여 훈련한다. 지난 7월에는 서울시에서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대비 합동훈련 및 모서훈련’이 열리기도 했다. 

모서·모한 훈련에는 고양시의 많은 유도인이 모이다 보니 용띠를 맨 관장들과 적띠를 맨 구단들을 볼 수 있다. 유도에서 용띠, 특히 적띠를 맨 구단은 쉽게 볼 수 없기에 모서·모한 훈련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된다는 게 이창헌 고양시유도회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적띠를 맨 구단을 볼 수 있다는 게 쉽지 않은 기회인데 같이 뒹굴며 훈련하니 그 친구들에게는 좋은 기회죠. 유도 저변도 확대하고 생활체육에서의 유도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고요.” 

이 회장이 운영하는 도장 벽면에는 '예시예종'과 '유능제강' 문구가 걸려있다.
이 회장이 운영하는 도장 벽면에는 '예시예종'과 '유능제강' 문구가 걸려있다.

이 회장이 강조하는 유도의 원리는 ‘예시예종(禮始禮終)’과 ‘유능제강(柔能制剛)’이다.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난다는 뜻의 예시예종은 시합이 끝나면 도복을 정리하고 승패에 상관없이 시합 전후로 예를 갖춰 인사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부드러운 것이 능히 강한 것을 누른다는 뜻의 유능제강도 유도 기술 곳곳에서 나타난다. 

“시합이 끝나면 도복을 정리하고 판정을 기다려요. 끝나고 서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요. 사소한 부분에서 예시예종의 유도를 볼 수 있죠. 상대의 힘이나 움직임을 이용하는 게 유도 기술의 핵심인 만큼 유능제강도 중요해요. 체격이 큰 사람이 힘으로 밀고 들어오더라도 상대의 힘과 움직임을 이용해 기술을 거는 거죠.”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