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에 있는 무속 '양지'로 이끄는 한국국악협회 무속분과&위케이콘텐츠

무속인은 신과 사람 간 매개자
합당하게 대우받을 환경 필요
유튜브 채널 개설해 활동 알려
좋은 업 쌓으면 운명도 달라져

(사진 왼쪽부터) 서승희 한국국악협회 무속분과 이사, 무당 만월, 위경수 위케이콘텐츠 대표는 “무속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편견을 없애고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고민을 실제 사연으로 받아서 무속인들이 담백하고 편안하게 풀어주고 상담해주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작업을 먼저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서승희 한국국악협회 무속분과 이사, 무당 만월, 위경수 위케이콘텐츠 대표는 “무속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편견을 없애고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고민을 실제 사연으로 받아서 무속인들이 담백하고 편안하게 풀어주고 상담해주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작업을 먼저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양신문] “직장이야 몇 년 늦게 가도 되지만, 공부는 때를 놓치면 하기 힘든 것일세.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를 더 하는 것이 좋겠네.”

무속인을 위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전하려고 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찾은 한국국악협회 무속분과위원회 사무실. 서승희 이사, 위경수 위케이콘텐츠 대표 그리고 무당 만월 선생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오래전 어느 가을날 오후의 한 장면이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올랐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연로한 부모님을 생각해서 취업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남은 미련과 개인적 욕심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할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을 그 당시 김금화 만신이 건넨 두 마디 말에 마음은 너무나 편안해졌다. 

김금화 만신은 철물이굿, 만수대탁굿, 배연신굿, 진오귀굿 등 각종 굿에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종합예술가로 인정받아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로 지정됐고, 1995년 한중수교 3주년 기념행사에서는 개막공연도 맡았다. 돌이켜 보면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도올 김용옥, 황석영 작가 등 국내외 지식인, 예술인들이 그녀의 굿과 삶에 매료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분이라면 뭔가 해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품으며 용기를 내 난생처음 내 발로 무당을 찾아가 점을 보며 일종의 진로 상담을 했던 셈 아니었을까 싶다.

각종 불이익당하는 무속인 많아
만신은 무당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무당이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김금화 만신은 자신의 책 『만신 김금화』에서 무당이란 신과 사람 사이의 매개자로 사람의 편에 서서 신에게 설득하고 사정하면서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을 신에게 전하는 존재(p.274)라고 설명했다. 

“맞아요. 사람들이 무속인들을 찾는 이유는 미래를 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마치 신에게 기도하듯 자신의 마음이나 결정에 대해 위안을 받거나 지지를 얻기 위해서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무당 혹은 무속인들의 삶은 김금화 만신과는 다른 경우가 많아요. 일상생활이 일반인과는 약간 떨어져 있다 보니 혹여 이런저런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있어도 제대로 된 하소연 한 번 못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나 크죠. 우리를 위한 영상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한걸음에 달려온 이유입니다.” - 무당 만월

한국국악협회 무속분과위원회 서승희 이사와 위케이콘텐츠 위경수 대표가 ‘미래예측상담소 보임’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이유도 바로 거기 있었다. 무속인들을 ‘음지’에서 나와 ‘양지’로 드러내는 동시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돕자고 의기투합했다.

유튜브 ‘미래예측상담소 보임’ 채널 갈무리
유튜브 ‘미래예측상담소 보임’ 채널 갈무리

대우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 필요
한국국악협회 무속분과위원회는 무속의 가치를 다시 세우고 무속이 전통예술의 한줄기로 당당히 자리 잡을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2020년 12월 창립총회를 열며 하나의 분과로 구성됐다. 

무속(巫俗)은 무당을 중심으로 해서 민간에 전승되고 있는 풍속으로, 전통적인 미신과 영적 신앙 관행을 가리키는 용어다. 무속은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실행돼온 특별한 미신적 신앙과 의식, 영적 실천을 포함하는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주로 특정한 무당이나 무속인에게 사주나 점, 무당의 의식, 영혼이나 정신세계와의 소통을 통한 예언 등을 듣다 보니 몇몇 사람들에게는 지나친 믿음의 대상이 되기도 하면서 사회로부터 터부시되고 ‘음지’에 머무는 경향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재담이나 춤은 모두 무속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속음악은 우리 전통음악의 뿌리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왜곡된 인식과 편견으로 오랜 세월 등한시돼왔고, 또 무속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주로 개인으로 일하다 보니 당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불합리한 점을 바로 잡고 싶었어요. 그들이 제대로 대우받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무속은 우리의 전통이자 역사고 뿌리입니다. 하지만 그 뿌리를 딛고 설 기둥이 없어요. 무속분과와 위케이콘텐츠가 무속인들을 위한 튼튼한 기둥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기로 했습니다.” - 서승희 한국국악협회 무속분과위원회 이사

무속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원천이다. 무(巫)는 우리 민족 고유의 풍습인 동시에 선조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이 담긴 사상이며 가(歌)와 무(舞) 그리고 재담이 결합한 종합예술이다. 무속을 행하는 무속인 역시 한자 모양 그대로 땅에 사는 사람을 하늘과 이어주면서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을 수련해 온 굿이라는 전통예술을 펼치는 행위자다. 운동선수가 연습과 훈련을 게을리하면 실력이 줄게 마련이듯 무속인들 역시 끊임없이 자기 수양과 수련을 해야만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서 이사의 설명이다.

왜곡된 인식과 편견 없앨 것
서 이사와 뜻을 함께하고 있는 위경수 위케이콘텐츠 대표는 mbc에서 시작해 sbs로 이직해 20년 가까이 일하며 ‘순풍산부인과’,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로비스트’, ‘온리유’, ‘온에어’ 등 드라마제작 현장에서 방송 제작에 필요한 소품, 의상, 현장 스텝들과의 업무조율 등을 총괄하는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일했다. 

몇 년 전 영상 미디어 마케팅 분야 최고의 전문회사를 꿈꾸며 위케이콘텐츠를 창업한 후에는 ‘런닝맨’, ‘비긴 어게인’,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방송을 통해 연천, 광명, 시흥, 의정부 등 경기도의 각 시·군 PPL 마케팅과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진행했다. 또 ‘SKY 캐슬’, ‘사랑의 불시착’, ‘갯마을 차차차’,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과 같은 방송을 통해 기업의 제품을 노출하거나 PPL을 통해 홍보했고, 최근에는 mbc every1 ‘대한외국인’의 스핀 오프(spin off: TV 프로그램의 속편)인 ‘피리 부는 여행사’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는 중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다 보니 각종 유튜브 채널에서 보여주는 자극적 영상으로 인해 무속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편견이 쌓여가는 것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사명감까지 생기더군요. 제가 영상제작을 구상·기획하고, 서 이사님은 전국에 있는 무속분과 회원들에게 연락해서 섭외했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고민을 실제 사연으로 받아서 무속인들이 담백하고 편안하게 풀어주고 상담해주는 영상을 만들어 ‘미래예측상담소 보임’ 채널에 올리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 위경수 위케이콘텐츠 대표

덕양구 원당동에 있는 너른마당에서 영상 제작하는 장면. [사진 = 한국국악협회 무속분과위원회]
덕양구 원당동에 있는 너른마당에서 영상 제작하는 장면. [사진 = 한국국악협회 무속분과위원회]

바꿀 수 있는 것 찾아 실행해야
인공지능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첨단 과학으로 우주를 여행하는 시대를 사는 우리는 왜 여전히 새해가 시작되면 한해의 운수를 보고, 또 고민스럽고 불안하다 싶으면 사주를 보거나 무당을 찾아 점을 치며 자신의 운명이 어찌 될지 묻는 것일까. 

사실 운명(運命)이란 자신이 타고난 명(命)을 스스로 움직이는(運) 것이다. 살면서 만일 어떤 안 좋은 일이 벌어졌다고 해서 ‘내 팔자가 그렇지 뭐, 어쩌겠어’라고 운명을 탓한다면 그건 자기 자신의 태만에 대해 면죄부를 주며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가, 성별, 지역, 가족, 혈액형, 성격 등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으로 나오면서부터 결정되거나 타고나는 부분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바꿀 수 없거나 바꾸기 힘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할 수 있다면 누구나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운명이란 숙제라고 생각해요. 내가 당면한 숙제를 슬기롭게 잘 풀면 잘살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못 살게 되는 거죠. 저에게 상담하러 오는 분들은 ‘제 앞날이 어떻게 될 것 같아요’라고 묻는 분들보다는 ‘이런 일이 있는데 도와주세요’라고 요청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아요. 무속인에게 점을 보거나 굿을 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이 아닙니다. 혹시 어떤 일이 잘 될 거라는 말을 들어도 그 말만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면 잘될 리 만무합니다. 삶의 길을 걸을 때 애초에 정해져 있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안 좋은 업은 줄이거나 없애고 좋은 업을 쌓고 키워가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운명도 달라집니다.” - 무당 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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