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 등 젠더이슈 재발견
오는 15일까지 10작품 상영
[고양신문] 고양YWCA가 주최하는 제11회 고양여성영화제가 ‘여성, 역사와 마주하다’라는 주제로 13일 CGV고양백석에서 막을 올렸다.
개막작 <콜 제인>은 임신중절이 합법화되기까지 임신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여성들을 비밀리에 도운 ‘제인스’라는 단체를 조명했다. 임신으로 목숨이 위험해진 평범한 엄마· 아내인 ‘조이’가 우연히 단체 ‘제인스’의 도움 속에서 당시 불법이던 임신중절수술을 받고 목숨을 구한 뒤, 단체에 합류해 위기의 임산부들을 구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았다.
엔딩크레딧과 함께 찾아온 조진화 중부대 교수의 해설은 ‘임신중절’에 대한 다양한 질문거리를 던져준 의미 깊은 자리였다. 조진화 교수는 “영화는 ‘조이’를 비롯한 주인공들이 여성의 임신중절 합법화를 이뤄낸다는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됐지만, 다른 관점에서 임신중절은 아이의 생명권을 빼앗는 일이 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신체에 대한 여성의 권리가 우선되느냐, 태아의 생명권이나 종교적 도덕이 더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임신중절’뿐 아니라 여성 이슈에 대해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고양여성영화제는 이후 3일간 △관객이 주목한 섹션 △기억하고, 연대하다 △여성의 존재, 경험, 노동을 말하다 3개 섹션의 작품들을 각각 상영한다. 14일에는 황미요조 영화평론가의 <성스러운 거미> 해설과 <불온한 당신> 이영 감독과의 대화가, 15일에는 폐막작 <남매의 여름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고양여성영화제는 올해 고양시의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한 탓에,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어렵사리 마련됐다.
영화제 진행을 맡은 고양YWCA 이경애 사무총장은 “시 예산삭감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또 기다려 주신 끝에 소중한 작품 10편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라며 “가부장제의 역사를 넘어 앞으로 여성의 미래를 조망해 다양한 고민과 질문이 오가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유시춘 EBS 이사장은 축사에서 “프랑스 혁명 당시 여성참정권을 주장한 올랭드 드 구주가 ‘여성으로서의 미덕을 망각한 죄’로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지 약 200년이 지났다. 그간 여성 인권이 점진적으로 향상됐지만 아직도 조직에서 여성이 겪는 유리천장이 소수 남아있다”라며 “한국의 경우 광복 이후 1958년부터 YWCA가 고용 평등, 호주제 폐지 등 여러 변화를 이뤄냈다. 전국에서 열리는 수많은 여성영화제 중 역사와 깊이를 자랑하는 고양YWCA 주관의 ‘여성영화제’가 앞으로도 계속 문화적·사회적 측면에서 여성 인권 향상에 이바지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개막식은 이용우 국회의원, 최성원 시의원 등 지역정치인과 경기콘텐츠진흥원 탁용석 원장, 조진화 중부대 교수, 유시춘 EBS 이사장 등 문화업계 종사자들도 참석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이용우 국회의원은 영화제 예산삭감에 대해 “예술과 역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특정인들의 불편함에서 초래된 성급한 결정”이라며 “소외된 음지의 이야기가 양지로 올라올 때, 음지의 목소리는 예술이 된다. 이번 영화제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청취하며 함께 걷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